이재명·박원순·김부겸·권영진·정세균 안철수까지 존재감 과시 

[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4·15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여야의 코로나19 대처 능력은 민심의 심판대에 올라 있다. 대망론을 꿈꾸는 잠룡들 역시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차기 국가 리더로서의 리더십을 평가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잠룡들은 각자가 가진 리더십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광역단체장들의 행보가 부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잠룡들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대권 경쟁을 염두에 두고 자기 정치를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있다. 잠룡들의 코로나19 투쟁기를 살펴봤다. 

박원순(왼쪽) 서울시장과 이재명(오른쪽) 경기도지사 [뉴시스]
박원순(왼쪽) 서울시장과 이재명(오른쪽) 경기도지사 [뉴시스]

-‘코로나 잡고 대권행’ TK 민심까지 ‘비영남권’ 인사는 ‘정세균’

# ‘신천지 강경 대응’ 이재명, 결단력·추진력 과시

코로나19 사태에서 가장 두드러진 행보를 보인 사람은 결단력과 추진력을 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이후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차기 주자로서의 입지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신천지에 강경 대응하면서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의 지난 1~2일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3위를 차지한 이 지사(13.9%)는 2위 황교안(15.0%) 미래통합당 대표를 바짝 추격했다. 


신천지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 지사는 지난달 20일 경기도 내 신천지 교회와 신도들에 대한 전수조사 방침을 천명하고 같은 달 25일에는 과천 신천지 본부에 대한 강제조사를 단행하며 현장을 지휘했다. 이 지사는 지난 2일에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에 대한 코로나19 강제 검사를 시도하기 위해 보건소와 소방서 관계자들과 함께 가평 신천지 연수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와 정세균(오른쪽) 국무총리 [뉴시스]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와 정세균(오른쪽) 국무총리 [뉴시스]

# 安, 대구 진료 자원봉사 ‘땀에 젖은 모습’ 화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에게 이번 총선은 정치적 명운이 걸린 선거다. 총선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할 경우 대권 가도도 좌초될 위기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안 대표가 정계에 복귀한 이후 안철수계 인사들은 대거 미래통합당으로 이탈하고 당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안 대표는 전문성을 살린 ‘자기 희생적’ 행보로 존재감을 톡톡히 과시했다. 안 대표는 지난 1일부터 계명대학교 대구 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진료 자원봉사를 했다. 안 대표가 방호복을 입은 모습과 옷이 땀에 흠뻑 젖고 지친 표정으로 병원 밖으로 나오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안철수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리얼미터·tbs가 지난 2∼4일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1주 전 1.7%와 비교해 2배 이상 급상승한 4.6%를 얻어 정의당(4.3%)과 민생당(4.0%)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리얼미터는 안 대표의 진료 자원봉사가 당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 관련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 박원순, ‘강경 대응 동시에 포용의 리더십’ 부각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재명 경기지사와 서로 경쟁하듯 신천지에 강한 압박 대응을 하며 동시에 포용의 리더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박 시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대규모 도심 집회를 금지시킨 데 이어 지난 1일에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12개 지파 지파장들을 살인죄, 상해죄,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지난달 26일 권영진 대구시장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조짐을 보이자 전화를 걸어 대구 지역 코로나19 환자를 수용해 달라고 요청하자 “대구·경북의 확진환자, 특히 중증환자들을 저희 서울시립병원에 모시겠다”며 “공포와 불안을 이겨내는 것은 배제와 혐오가 아니라 신뢰와 협력”이라며 ‘포용의 리더십’을 부각시켰다. 

박 시장은 지난 4일 조원씨앤아이와 쿠키뉴스가 발표한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4.8%를 기록, 한 달 만에 5위(3.1%)에서 3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 혹독한 신고식 치른 정세균, ‘컨트롤타워 역할’

지난 1월14일 헌정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국무총리로 취임하면서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른 정세균 총리는 취임하자마자 코로나19 사태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고 있다. 그의 행정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그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본부장을 맡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며 코로나19 사태 한가운데에 서 있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급증하며 사태가 악화되자 지난달 25일부터 대구에 상주하며 범정부 대응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오전에는 대구에서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오후에는 대구·경북 지역의 일선 현장을 오가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권영진(왼쪽) 대구시장과 김부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권영진(왼쪽) 대구시장과 김부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시스]

# 방역 최일선에 선 권영진, 리더십 시험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진환자가 급증하면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방역 최일선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재선 대구시장인 권 시장은 ‘코로나19’사태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구시의 대응에 대해서는 초기 신천지 내 감염 위험성을 심각하게 보지 않아 늑장, 뒷북 대응을 했다는 비판과 신천지에 대한 대처가 단호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권 시장이 코로나19를 열심히 막을 생각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공격하기도 했다. 이에 권 시장은 “제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누가 지적하더라도 달게 받겠다”면서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참 무섭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게 나쁜 정치 바이러스다”고 일침을 가했다. 

# 김부겸, ‘여당 내 야당 역할’ 거침없는 쓴소리

대구 수성구갑이 지역구인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악화되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여당 내 야당 의원 역할을 하면서 정부여당에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당 대구·경북 지역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의원은 최근 당정청 협의회 결과 브리핑에서 ‘대구·경북, 최대한의 봉쇄 조치’라는 표현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는 “오해받을 수 있는 배려 없는 언행을 삼가 달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지난 6일 추경에 대해서는 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내용을 뜯어보면 조금 꾸짖을 부분이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최근 잠룡들의 행보에 대해 “이런 상황에서는 행정력을 가진 사람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며 “선거에서 광역단체장은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이 보통인데 이재명 지사와 박원순 시장은 노출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출도가 높아지는 것 자체가 유리한 면이 있다”며 “안철수 대표는 독특하게 자기 전문성을 살려서 올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