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오른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대응을 안건으로 열린 제2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해찬(오른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대응을 안건으로 열린 제2차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전국시대 진나라의 혁명가 상앙은 20년간에 걸친 개혁정치로 이름을 떨쳤다. 재상 자리에도 올라 엄청난 권력과 명예를 누렸다.

그러나 자신의 개혁정치가 낳을 그림자를 살피지 못한 채 현재만 바라보는 근시안적 태도로 일관했다. 미래 권력의 관리에 실패한 것이다.

법가의 철권통치를 관철하기 위해 거열형이라는 형벌을 창시한 그는 새로 즉위한 태자와 반대파들에 의해 처형된 뒤 거열형을 당했다.

이 때 상앙은 “내가 만든 것이 결국 나를 옭아매는 법이 되다니”라고 한탄했다고 전해진다.

여기서 유래한 사자성어가 작법자폐(作法自斃)다. 자승자박(自繩自縛), 자업자득(自業自得)과 같은 의미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판에 위성이라는 말이 인구에 회자하고 있다. 위성이란 천문학 용어로, 행성의 인력에 의해 그 둘레를 도는 천체를 말한다.

테양계에는 160개가 넘는 위성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달은 지구의 위성이다. 지구가 잡아당기는 힘 때문에 달이 우주로 날아가지 않는다.

그러니까 위성은 스스로 존재할 수 없다.

그런 용어가 우리나라 정치판에 등장했다. 위성정당이 그것이다.

정의당 등 군소 정당들이 비례대표제를 확대하여 의석수를 늘려보겠다는 발상으로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전 자유한국당)을 패싱하고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의를 통해 선거법을 개정한 결과다.

민주당은 공수처 신설 통과를 위해 미래통합당의 반대를 무시한 채 이들의 선거법 개정 요구를 들어주고 말았다. 

선거법이 개정되자 의석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자매정당을 급조했다. 지역구에는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들로만 구성하는 정당이다. 정당법에 저촉되지 않는 희한하지만 기발한 발상이었다.

통합당에 허를 찔린 민주당과 정의당은 미래한국당을 통합당의 위성정당이라며 맹비난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미래한국당에 비례대표를 싹쓸이 당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자 민주당은 다급해졌다.

통합당에 비례대표가 많아지면 사실상 제1당의 지위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지적이 일자 자신들도 비례대표 정당의 창당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례대표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든 통합당을 맹비난한 처지여서 대놓고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나온 게 진보진영 전부를 아우르는 비례대표 정당의 창당이다. 당선된 비례대표 의원들을 정당별로 나눠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이번 총선에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 공천만 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상 비례대표 정당이 되는 셈이다. 지역구보다는 비례대표 당선 확률이 높을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이렇듯 지금 한국 정치판은 이상하게 개정된 선거법 때문에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코미디 같은 정당 출현이 이어지고 있다. 

선거법과 공수처 신설을 포함한 패스트트랙 강행 처리가 낳은 후폭풍이다. 제1야당과의 협의 없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른바 4+1이라는 협의체를 급조한 데 대한 업보다. 작법자폐, 자승자박, 자업자득이다. 

그렇다고 통합당의 비례대표 정당 창당이 정당화될 수는 없어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자구책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이념을 지닌 한 당이 두 개로 나뉘어 선거에 참여한다는 것 역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행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선거가 끝나면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과 미래통합당은 합당하는 것인가. 그렇게 되면 미래한국당은 사라지게 되는 것 아닌가.

선거만을 위해 만들어졌다가 없어지는 게 정당민주주의의 정신에 과연 부합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는 정치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숱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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