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취]

남녀 사이의 달콤한 데이트를 망치는 주범 중 하나가 구취다. 아무리 잘생긴 외모에 큰 키, 능력을 갖춘 남성이라도 데이트 도중 역한 입냄새를 풍기게 된다면 여성의 표정 관리가 힘들어질 수 있다.

진료를 하다 보면 입 냄새로 고민하는 환자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자세히 관찰해 보면 이들은 사람과 대화할 때 무의식적으로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거나 가까운 거리에서는 본인도 모르게 입으로 손을 가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입 냄새로 고민하는 환자들은 처음에는 대부분은 자신의 입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하고 살다가 가족이나 연인, 주변 지인의 권유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입 냄새는 남에게는 물론 본인에게도 불쾌감을 주며 심각한 경우 대인관계를 회피하게 되어 사회생활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기에 반드시 치료해야 할 질환 중에 하나다.

입 냄새를 일으키는 원인은 일반적으로 구강 내 문제로 보지만 이 외에도 위장질환, 피로, 공복상태, 당뇨, 축농증, 식습관, 흡연 등 매우 다양하기에 발생할 수 있어 그 원인에 대해 정확한 진찰을 받는 것이 중요하며 치료에 있어서도 원인에 맞는 치료를 해야 증세를 보다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일차적으로 입 냄새가 난다면 구강 내 증상을 의심해 본다. 충치, 치조농루 등의 구강의 문제가 확실하다면 치과 치료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이빨에 낀 때’ 라고 불리는 플라크는 구강 내 세균이 만드는 고분자 물질로 입 냄새를 유발하는데 음식물과 상관없이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자연적으로 생긴다. 이는 올바른 양치와 치실 사용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치과 치료에도 불구하고 입 냄새가 여전하고 양치를 아무리 잘 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면 먼저 중요한 전신질환이 있는지 의심해 보아야 하고 기본적인 혈액검사와 평소 생활습관 체크가 필요하다. 이 경우는 원인이 굉장히 다양하지만 큰 범주로 보아 세 가지 경우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침 분비량의 감소이다. 침은 침샘에서 분비되는 무색의 점도 있는 소화액으로, 침샘인 설하선, 이하선, 악하선에서 분비된다. 하루에 분비되는 침 중 가장 많은 양은 악하선에서 분비되며 정상의 경우 하루에 약 1.5리터가 분비된다. 침은 소화 효소인 아밀라제뿐만 아니라 면역글로블린A, 락토페린 등과 같은 항균물질도 포함하고 있어 입 냄새의 원인이 되는 세균 번식을 억제하는 아주 중요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침 분비는 자율신경계에 의해 조절될 수 있으며, 그날의 기후, 먹은 음식 등이 침의 분비와 성분 구성에 영향을 준다. 즉, 긴장하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침 분비가 적어지게 되고 피로하거나 공복이 지속될 때에도, 날씨가 건조할 때에도, 매운 음식, 음주, 육식 등에 의해도 침 분비가 적어진다. 이렇게 되면 입안에 나쁜 냄새를 내는 세균이 중화되지 못하고 오래 남아 있어서 입 냄새의 원인이 된다.

두 번째는 염증이다. 소화기 질환인 만성 위염, 위궤양, 식도염 등을 앓고 있는 경우에는 섭취한 음식물이 위에 정체하여 부패함으로써 그 냄새가 입으로 역류해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호흡기질환인 만성 상기도 감염, 편도염, 축농증 질환에서도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말할 때, 숨 쉴 때마다 냄새가 고약하게 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축농증의 경우 부비강에서 고름이 계속하여 구강으로 넘어오기 때문에 아주 역한 냄새가 나는 것이 특징이다.

세 번째는 전신질환인 당뇨병, 요독증, 간질환 등에 의해서 발생한다. 당뇨병 환자들은 당 대사가 원활하지 않아 입에서 아세톤과 같은 냄새가 나는데 케톤, 아세트산 등이 호흡을 통해서 나오기 때문이다. 요독증의 경우 숨 쉴 때마다 생선 썩은 것과 비슷한 암모니아 냄새가 나고, 간염이나 간 기능 저하로 인한 입 냄새의 경우 달걀 썩은 냄새가 난다.

많은 한의학 고전에는 입 냄새의 원인을 위, 폐, 간의 열증으로 본다. 위중부화(胃中不和), 스트레스(勞心)에 따른 허열(虛熱) 심비허약(心脾虛弱) 폐열(肺熱) 비열(脾熱) 등이다. 이 중에서도 특히 위열의 비중을 높게 보는데 한방에서는 전통적으로 위(胃)는 입(口)과 연결된다고 하였고 이 위장의 문제를 입을 통해 이해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서는 입 냄새를 구취자위열야(口臭者胃熱也)로 표현했다. 입 냄새는 위의 열이 원인이라는 뜻이다. 위의 열작용으로는 구취일증(口臭一證) 내열기(乃熱氣) 온적흉격지간(蘊積胸膈之間) 협열이충(挾熱而衝) 발어구야(發於口也)로 적시했다. 가슴에 누적된 열기에 또 열이 쌓이면 위로 치솟아 냄새가 난다는 의미다. 치료로는 신경을 많이 쓰고 피곤한 경우에 심비경락에 열이 쌓여서 가슴이 답답하고 입 냄새가 나는 경우는 청심연자음(淸心蓮子飮)을 사용하여 치료하고 맵고 기름진 열성음식의 과잉섭취로 생기는 위장의 열은 열이 양명경(위장과 관련된 경락으로 입을 지나감)으로 들어가 잇몸이 아프고 갈증이 나며 찬물을 좋아하게 되는 데 이때는 양명경의 위열을 제거하는 석고(石膏) 등의 약재가 들어간 가감사백산, 백호탕 등의 처방을 사용하여 치료한다.

종합하자면 입 냄새의 원인은 단순한 구강 내 원인 뿐만 아니라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자세한 진단을 통해 원인질환을 규명하고 신체 내부 장부의 불균형을 바로 잡는 것을 목표로 한약치료를 통해 구강부로 몰린 열을 식히고, 장부 간의 균형을 바로 잡아 면역 작용을 하는 침 분비를 촉진시켜주면서 기타 신체의 순환을 올바르게 해주면 입 냄새는 사라질 수 있다.
입 냄새를 제거하거나 예방하는 생활습관으로는 올바른 양치질과 치실 사용을 통한 구강 내 질환을 예방하고 위장의 열을 조장하는 마늘, 양파, 육류, 음주 등을 피하고, 흡연을 하지 않으며 침 분비를 저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입을 마르게 하는 약물을 남용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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