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구매를 위해 약국 앞에 줄 선 시민들 [사진=황기현 기자]
마스크 구매를 위해 약국 앞에 줄 선 시민들 [사진=황기현 기자]

 

[일요서울] 공적 공급 마스크 5부제 시행 첫날인 약국들이 1곳당 하루 10만원씩 이윤을 남긴다는 주장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약사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약국들이 공적 마스크 1장을 1100원에 공급받아 1500원에 판매하면서 장당 400원씩 차액이 발생하는데 약국 1곳당 하루평균 250장씩 공급되니 10만원씩 차액이 발생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약사들은 카드 수수료와 부가세 등 직·간접 비용뿐만 아니라 많게는 수십장으로 포장된 마스크를 1장씩 낱개로 일일이 포장까지 하고 있어 이윤은 남지 않거나 손해라고 항변했다.

더군다나 약 처방 업무까지 뒤로 미루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극복을 위해 대부분 약사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상황에서 약사들 사이에선 “힘이 빠진다”는 얘기가 나온다.

발단은 정부가 공개한 ‘공적마스크 공급권·가격구조 관련 보도참고자료’였다. 이에 따르면 조달청의 마스크 제조업체와 공적 마스크 계약단가는 900∼1000원이며 정부가 약국 유통채널로 선정한 의약품 제조업체 지오영과 백제약품의 약국 공급가는 1100원이다.

소비자들은 약국에서 마스크 1장당 1500원을 주고 구입한다.

약국 1곳당 하루평균 250장의 공적 마스크를 공급받으니까 단순 계산하면 장당 400원씩, 하루 10만원 수익이 발생한다.

이에 지난 9일 열린 정부의 ‘마스크 수급안정 관련 합동브리핑’에선 공적 마스크 공급을 통한 약국 마진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이는 카드수수료(2.8%)나 부가가치세(150원) 등은 고려하지 않은 계산이다. 게다가 일부 약국은 장당 1350원에 마스크를 공급받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1인당 출생연도 끝자리에 따라 하루 살 수 있는 최대치는 2매이지만 약국에는 낱개 포장 제품뿐만 아니라 5장에서 수십장으로 묶음 포장된 마스크가 들어오기도 한다. 이를 판매하려면 약사가 장갑을 낀 채 별도 포장지를 구해다 옮겨 담아야 한다.

그리고 마스크를 사려고 줄을 선 손님이 늘어나면서 마스크 판매 시간대에는 약 처방을 하기도 어렵다. 대한약사회 등에 따르면 마스크 구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약국이 있으면 다른 약국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있다. 약 처방 업무를 포기하는 데 따른 기회비용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중복구매 확인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어 판매 시 일일이 신분 확인 후 전산 시스템에 입력하는 것도 약사들 몫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약사는 “시행 첫날을 앞두고 관련 내용이 계속 바뀌면서 새벽 1시까지 어떻게 판매할지 등을 두고 약사들끼리 토론도 했다”며 “이윤 남길 목적으로 판매할 생각 없이 손해를 보고서라도 공익적 역할을 하자는 취지로 힘을 합치겠다고 했는데 ‘약사가 마스크로 수익을 낸다’는 말을 들으니 화가 났다”고 말했다.

약국이 마스크 공급을 받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약사들로선 애로 사항이다.

우체국이나 농협처럼 하루 판매 수량과 시간을 정해놓고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공급받는 대로 판매를 하다 보니 장시간 기다려야 하는 마스크 소비자들은 약사들에게 성토를 쏟아내기도 한다.

또 다른 약사는 “마스크를 사러 오시는 분들이 행복해서 오시는 게 아니라 코로나19를 피해 오시는 분들”이라며 “오셨을 때 약국에 마스크가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욕설에 비아냥까지 듣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어려움을 고려해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공적 마스크 판매 전인 지난 6일 마스크 판매에 동참한 회원들에게 감사의 뜻이 담긴 담화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공적 마스크 공급사업으로 정상적인 약국 경영이 어려울 정도로 무척 힘이 들고 고생이 많으신 점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면서 “조금만 더 힘을 내시어 약국이 보건의료기관으로서 가지는 공공성에 대해 이 사회가 보내는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가 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1인 약국 같은 경우 공적 마스크 판매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뛰어든 약사분들이 제법 계신다”라며 “몸은 힘들어도 약사들이 기운이라도 낼 수 있게 많은 분들의 이해를 구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소비자 가격 1500원은 적정 수준이며 이윤은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9일 “약국에서 마스크를 드리는 과정에 여러 노력이 들어간다“며 “일단 중복구매확인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신분확인 후 전산입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아직 포장이 1매나 2매로 소분돼 있지 않고 덕용 포장(德用包裝) 돼 있어 일일이 포장을 소분한다”며 “소비자의 많은 문의 전화 및 불만 제기를 고려하면 말단에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또 카드수수료와 약사의 노력, 수반 경비를 볼 때 1500원은 이윤이 많지 않은 가격”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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