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던 시절 투수가 4번 타자로도 활약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

그러나 대학교나 프로팀으로 올라갈수록 한 선수가 투타를 겸하는(이도류) 경우는 거의 없다. 한 가지에 전념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투수와 타자를 겸해 뛰면서 성공한 선수는 거의 없다.

일본의 천재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투수와 타자를 겸한다고 했을 때 일본 프로야구의 전설적인 교포 선수였던 장훈 씨는 어리석은 짓이라며 말렸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도 이도류 돌풍을 일으킬 때도 그것은 우연이거나, 미국 투수 수준이 떨어졌거나, 둘 다일 것이라며 그의 활약을 평가 절하했다.

장훈 씨는 또 최근 오타니가 타격 폼을 수정한 사실을 두고는 프로야구 타자로 8년째인데, 아직도 자기만의 확실한 타격폼이 없다. 그 동안 뭘한 건지 모르겠다고 잘타하며 타자보다 투수에 전념하는 게 낫다고 냉정하게 조언했다.

지난 2018년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에 입단한 오타니는 그해 타자로 104경기에 출전, 285리의 타율에 22개의 홈런, 타점 61개를 치며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첫해를 보냈다.

투수로는 10 경기에만 나와 42, 3.31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시즌이 끝난 후 오른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오타니는 2019년에는 타자로만 뛰면서 106 경기에 나와 286리의 타율에 홈런 18, 타점 62개를 기록, 전년도와 비슷한 성적을 남겼다.

2019년에도 무릎 수술로 조기에 시즌을 마감한 오타니는 올 시즌에서만큼은 완전체로 투수와 타자 겸업을 하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 2년간의 성적을 봤을 때 오타니가 타자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각인시켰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장훈 씨의 조언처럼 오타니가 투수에 전념할 경우 아시아 출신 최고의 메이저리그 투수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체력적인 문제 때문이다.

투타를 겸할 경우 소모되는 체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한 시즌 162 경기를 소화해야 하는 메이저리그에서는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잦은 부상에 시달리다 조기에 야구 생활을 접어야 한다.

오타니는 이제 25세여서 지금으로서는 체력적인 문제가 대두되지 않겠지만 시즌을 거듭하면서 후유증이 쌓일 것이기 때문에 일찌감치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게 롱런의 지름길이라는 것이다.

올 시즌도 오타니는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년 동안 매년 수술대에 오른 전력이 있기 때문에 투타를 겸하는 올 시즌에서도 무슨 일이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에인절스와 6년 계약한 오타니는 자유 계약 신분이 된 후 자신의 부상 경력이 재계약 또는 이적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야야 한다.

역시 LA 다저스와 6년 계약한 류현진도 다저스의 퀄리파잉오퍼를 받아들여 1년 더 다저스에서 뛴 후 자유계약 선수가 되었으나 수술 전력에 발목이 잡혀 결국 캐나다 연고팀인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8천만 달러에 계약하는 데 그쳤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다시 쓰고 싶어한다. 이도류로 성공한 선수로 이름을 남기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리그도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메이저리그에서 투수와 타자로 동시에 성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한 두 시즌은 그런대로 괜찮은 성적을 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도류로 롱런하기는 어려운 곳이 메이저리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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