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XX네”, “좌천시킨 거야” 주강현 관장 논란

국립해양박물관 조감도. [사진=부산시 제공]
국립해양박물관 조감도. [사진=부산시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 산하 국립해양박물관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이목이 집중된다. 관장에게서 인격 모독성 발언‧폭언을 듣고, 부당한 인사 조치 등을 당했다는 직원이 최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이하 노동청) 등에 진정을 넣은 것. 해당 직원은 현재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진단을 받아 2달째 집에서 가료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장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직원에게 업무 미숙 차원에서 훈계를 한 것이었고, 징계 사유에도 불구하고 수습에서 정식으로 임용하는 등 선처를 해줬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해수부와 노동청이 조사에 돌입해 두 사람의 진실공방이 가열될 전망이다.

직원 A씨 “10개월 사이, 좌천성 인사 3” vs 주 관장 업무 미숙으로 부서 이동조치

진정인 A씨는 지난해 1월 국립해양박물관에 입사해 재직 중인 인물이다. 그는 입사 초기부터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에게 위협적인 말을 들었다고 한다. 주 관장은 지난 2018년 7월9일 국립해양박물관 제2대 관장으로 임명됐다.

A씨가 입사 초기에 주 관장을 만난 것은 단 두 번이었다. 입사 당시 임명장을 받을 때와 10일 후 있었던 신입사원 환영회가 전부다. 그러나 A씨는 신입사원 환영회 2차 자리에서 주 관장에게 ‘태도가 왜 이리 뻣뻣해. 너 6개월 안에 잘라버릴 수 있어. 수습사원이니까 법에 나와 있어’ 등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A씨는 일요서울에 “신입사원 환영회 다음날 출근했더니 직원들이 나에게 ‘회식 때 무슨 일이 있었길래 관장에게 찍혔나’라고 물었다”면서 “뭘 (업무적으로) 보여드린 적도 없고,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찍힐 일도 없었고 의아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주 관장은 일요서울에 “그게 차마 얘기 못한 것이지만 (A씨가 환영회 자리에서) 술 주정을 했다. 그러나 거긴 업무 공간이 아니다. 별도로 (마련한) 술자리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은 ‘노코멘트’하겠다”라며 “처음부터 자길 미워했다고 하는데 그건 자기주장이다. 약간 피해 의식이 있는 것 같다. 난 그 사람을 미워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 [박물관 홈페이지 화면 캡처]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 [박물관 홈페이지 화면 캡처]

다른 의도 있었나

A씨는 주 관장이 다른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내가 입사할 때 박물관이 채용비리 건으로 감사에 걸렸다. 당시 다른 사람들 말로는 관장이 데려오고 싶은 사람이 있었는데 그 사람이 감사에 걸려 내가 차순위로 선정됐다고 한다. 그래서 (관장이 나에게) 주관적인 감정이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면서 “인사 대외비라 구체적으로 알진 못하고, 나중에 감사 행정조치를 받았다는 것을 보고 짐작했다. 이게 나의 상황과 엮여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더라”라고 전했다.

A씨에게 전달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립해양박물관은 감사를 통해 지난해 중순 2건의 지적을 받았다. 이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지난해 7월3일 올라온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2018년 11월13~12월20일까지 감사 시행)’ 자료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국립해양박물관은 ▲신규 채용 최종 합격자 결정 방법에 관한 사항 ▲비정규직 전환채용 대상 선정 부적정 등 2건의 지적을 받았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신규 연구원 7명을 채용 당시 2차 필기시험, 3차 면접시험 순으로 진행하면서 필기시험 고득점자가 면접시험의 낮은 평가로 인해 탈락→행정상 조치(권고)’, ‘연중 계속되는 업무(2년 이상 지속 예상)에 임하던 기간제 근로자 4명을 전환 채용 대상자로 선정하지 않고, 공개채용 방식으로 결정→행정상 조치(기관주의)’ 등이다.

다만 ‘집행 전말서’ 자료에는 “현재 채용 전형도 우수인재 채용 및 공정성 확보 원칙에 위배되지 않으므로 현행대로 운영하되 향후 채용 시 면접전형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제도를 운영해 추진”이라고 적혀있다. 또 “필기시험, 면접시험 등 단계별 채용 점수를 합산해 최종 합격자를 선정하는 방안을 강구”라고 나와있다.

A씨의 주장에 대해 주 관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내가 제주대학교(석좌교수)에 있었으니까 교수들에게 ‘우수한 제자 좀 여기에 응모하라고 말해달라’고는 할 수 있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우리(국립해양박물관)에 이런 사람 뽑습니다. 많이 응모해 주세요’라고는 할 수 있다”면서 “또 요새 블라인드 채용을 한다. 절대 개입 못한다. 응모해서 들어오려면 시험‧면접 등도 다 봐야 하는데 그런 전반적인 것을 회사에서 운영하지 나는 전혀 개입 못 한다”고 해명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지난해 7월3일 올라온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2018년 11월13~12월20일까지 감사 시행 / 국립해양박물관)’ 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지난해 7월3일 올라온 ‘공공기관 채용비리 전수조사(2018년 11월13~12월20일까지 감사 시행 / 국립해양박물관)’ 자료.

해수부‧노동청 조사 돌입

A씨는 주 관장의 세부적인 ‘직장 내 갑질’ 내용에 대해 녹취록을 증거로 제시했다. 기자가 전달받은 녹취록은 총 2건으로 지난해 5월14일과 29일에 주 관장의 음성을 녹음한 것이라고 A씨는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1월 A씨는 경력직(선임급)으로 입사했으나 6개월의 수습 기간이 있었다. 채용 당시 지원했던 ‘학술연구팀’에서 입사 3개월 만(4월19일)에 ‘유물연구팀’으로 발령됐다. 이러한 발령이 ‘좌천성 인사’였다고 A씨는 주장했다.

5월14일 녹취록에는 “일을 어떻게 그렇게 하는 거야? 박사까지 받으신 분이. 이 친구야. 박물관에 들어와서 내가 (널) 왜 이리로 보낸 줄 알아? 좌천시킨 거야”라며 “박물관에 뭐 하러 들어왔어? 어떻게 그런 걸 올려. 그게 문서야? 박물관 법상 6개월 이내에 해고가 가능한 거야. 법에 나와 있어 법에. 넌 다른 곳으로 가야 해. 자비는 없어. 전면 좌천시키겠어. 가만 안 놔둬. 용서할 수가 없어”라는 말이 담겨있었다. 이는 주 관장이 수장고(박물관 등에 전시된 유물이 보관되는 장소) 업무와 관련, A씨와 유물관리팀 직원을 관장실로 불러 해고 위협을 가한 내용이라고 A씨는 전했다.

이후 A씨는 유물 수집 계획서를 작성하고, 리플릿 제작 업무를 하던 중 5월29일 사건이 또 한 번 터졌다고 설명했다. 이날 녹취록에는 “어디 (리플릿) 시안 수정 얘기를 하고 관장을 가르치려고 해. 자기가 잘못해놓고. 황당한 XX네 진짜”라며 “이거(관련 문서)는 쓰레기야. 인사권 발동하기 직전이야. (나는) 그럴 수 있어. 강등을 시켜버려야지. 너 무능하다는 얘기는 안 하고 이런 얘기를 나한테 왜 해? 뭘 믿고 하는 건지 묻고 싶어”라는 말이 담겨있다.

A씨는 리플릿 제작 당시 협력업체를 선정하고 계약액(70만 원가량)을 보고 했으나, 팀장에게 ‘주 관장과 관계가 있는 업체를 선정하고, 예산안을 500만 원으로 변경해 서류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시말서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시말서를 두 차례 거부했다. 이후 주 관장의 지시를 성실히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2개월간 중징계 처분(정직)을 당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또 다른 팀(교육문화팀)으로 발령받았다. 그는 “10개월 사이에 세 번이나 좌천성 발령이 났다”고 지적했다.

A씨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구제 신청을 냈고, 지노위는 지난 1월 정직 2개월이라는 징계가 지나치다는 결론을 냈다. ‘박물관의 징계 재량권 남용이 인정된다’는 것이다. 다만 ‘진정인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절차에도 하자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부서 이동과 관련해서는 ‘전보 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생활상 불이익이 없으며 절차에도 하자가 없으므로 정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 때문에 박물관은 지노위 결정에 따라 A씨에 대한 징계 수위를 감봉 1개월로 낮췄다.

그러나 A씨는 지노위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다. 또 노동청에는 직장 내 괴롭힘, 부당한 인사 조치에 대해 조사해달라는 진정을 냈다.

주 관장은 “(리플릿) 업체 선정은 팀장들이 알아서 한다. 실력 있고 적절한 업체 중에서 가성비가 좋은 곳을 찾은 것이다. 70만 원으로 어떻게 리플릿을 찍느냐”면서 “해당 업체는 품격 있는 해양 잡지 작업을 하는 곳이다. 내 책을 한 번 낸 적이 있긴 하다. 그러나 그런 것 가지고 이상한 짓 안 한다”고 해명했다.

폭언 등과 관련해서는 “전체적인 맥락을 봐야 한다. (A씨가) 일을 너무 못하고, 안 하니까 화가 나서 그랬던 것이다. 6개월 동안 결재를 올린 게 하나도 없다. 그는 선임급 전문직, 즉 과장급이다”라며 “(녹취록은) ‘고봉(高俸)을 받는데, 밥벌이와 봉급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할 것 아니냐’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일상적으로 폭언을 하고 그런 사람이 아니다.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부서 이동은 (A씨가) 학술을 못해서 옮긴 것이다. 딱 한 번 바뀐(유물관리팀) 것이다. 세 번째(교육문화팀)는 바뀐 게 아니고 6개월 수습이 끝나 정식 임용한 것이다. 이런 경우(징계 등)는 수습이 끝나도 임용을 안 해주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평생직장 삼아 근무하라고 정식 발령 내주지 않았는가”라며 “수습을 벗어내고 발령이 난 것이다. 옮겨진 게 아니다. 또 처음부터 학술이 아니고 학예직으로 취직한 거다. 그런(학술연구팀) 계약조건은 없다. 채용공고에 박물관 사정에 따라 지원 분야가 변경될 수 있고, 인사 규정에 따라 순환 보직이 가능하다고도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주 관장은 “결국 (A씨를) 품에 안아서 과감하게 정식 발령했으니 출근하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씨는 “이 일 때문에 외상 후 스트레스 진단까지 받았다. 지금 상태로 (관장 및 직원 등을) 마주치는 일이 너무 부담스럽다”면서 주 관장의 공식적인 사과와 학술연구팀 복직을 촉구하고 있다.

현재 진정을 접수한 노동청은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은 지노위와 노동청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내용을 접한 해수부도 조사에 돌입한 상황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내용을 인지했고, 확인 및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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