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이 다가올수록 여야 간 진영 대결은 심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여야가 확실하게 우위를 점했다고 보기 힘들 때 더 그렇다. 21대 총선의 경우 바로 그 경우다. 여야 공천이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모두 욕을 먹고 있다. 여당은 친문 공천, 계파 공천으로 정치 신인들이 대거 떨어지고 현역이 강세를 보이면서 시스템 공천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됐다. 

또한 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에 따른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출범시키자 선거에 불리하다고 느낀 민주당마저 연합비례정당 창당을 두고 안팎에서 찬반이 뜨겁다. 결국 대통령 탄핵을 막기위해서라도 선거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실리가 명분을 누르면서 위성정당 창당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통합당도 마찬가지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등장으로 개혁 공천을 하는가 싶었지만 결국 사심 공천, 막장 공천이라는 비판을 피해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험지 출마’라는 명분으로 전현직 의원들의 돌려막기식 공천이 횡행하면서 무소속 출마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나서 ‘보수통합’을 요청했지만 공천 지분을 둘러싼 잡음은 여전하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보수의 심장인 TK 지역을 휩쓸면서 분위기마저 흉흉하다. 대구/경북을 위시한 영남권은 반문재인 정서가 고조되고 있지만 중도 보수층에서는 과연 통합당이 대안 정당, 수권 정당이 될 수 있느냐에 대해선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결국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여야 운명을 가를 변수로 세대별 투표율과 중도층 향배를 꼽고 있다. 특히 전통적으로 진보 성향을 띠어 온 20대의 투표율이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그 요인은 복잡하다. 상대적으로 당파성이 엷은 정치 무관심층인데다 높은 실업율,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계층 간 열패감까지 촛불집회 전후의 뜨거웠던 정치 참여 열기도 사그라들었다.

반면 정치적 이슈에 민감한 30대에서 50대는 적극적인 투표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여야가 전략 공천·단수 공천을 들어 계파 공천, 막장 공천을 하면서 투표 동인을 감소시킨 데다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정당 투표를 강요하는 정당들의 오만한 태도에 질렸다는 게 대부분의 평가다. 한마디로 찍을 정당도 인물도 없다고 투표를 주저하고 있다. 

반면 60대 이상 노년층은 현 정권에 대한 반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희생자가 대부분 노인층이고 보수 성향이 강한 연령대다. 투표는 선택 사안이 아니고 국민의 의무로 인식하고 있어 투표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간다. 

특히 저출산 고령사회로 우리나라의 노인층은 상당히 두껍다. 현재 60대 이상 유권자는 대한민국 전체 유권자 중 24%대로 천만 명을 돌파했다. 젊은층이 투표를 포기하고 장년층이 정치 혐오감으로 투표를 고민하는 사이 60대 이상 노인층의 높은 투표율은 여야 운명을 가를 공산이 높다.

중도충, 부동층, 무당층으로 불리는 스윙보터들의 선택도 마찬가지다. 여야가 진흙탕 싸움을 계속할수록 중도층은 이불 속으로 숨을 공산이 높다. 과거 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국민의정당이 녹색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던 동력은 바로 이 중도층 때문이었다. 당시 제3의 정당을 표방한 국민의당은 정당지지율에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는 과거의 안철수도 국민의정당도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야가 위성정당을 만들어 투표를 강요하고 있다. 결국 20대와 스윙보터들이 투표장 가기를 꺼린다면 결국 총선은 60대 이상 노인층이 결정할 공산이 높은 상황이다. 진보 성향의 정당들이 긴장해야 하고 보수정당 계열들이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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