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시중은행의 금리도, 미국 유명 드라마 제목도 아니다. 준연동형비례대표제 도입과 함께 비례대표 정당득표율에서 반드시 획득해야만 하는 최소 득표율이 바로 이 3%다. 3월13일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정당은 42개, 여기에 창당을 준비하고 있는 정당 34개까지 합치면, 총 76개 정당 또는 단체가 정당득표율 3% 이상을 목표로 선거 전쟁에 뛰어든 것이다.

본래 사표를 줄이고, 표의 등가성을 키워 다당제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준연동형비례대표제란 것이 도입되었으나, 시작과 동시에 의미는 퇴색했다. 미래통합당이 가장 먼저 미래한국당이란 위성정당을 창당하면서, 더불어민주당도 “촛불혁명세력의 비례대표 단일화”라는 대의명분을 앞세워 당원투표로 연합비례정당을 구축을 결정했다. 여기에 군소 정당들까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면서 난잡하다는 표현도 부족할 만큼 선거판이 어지러워졌다.

그렇다면, 정당 투표 3%는 과연 그 수가 얼마나 될까? 2020년 2월 말 행정안전부 인구통계 기준 전국의 유권자 인구수는 약 4400만 명이다. 그 중 3%는 약 130만 명이 된다. 쉽게 설명하자면, 수원시 인구수가 119만 3,480명인데 거주민 모두가 한 개의 정당에 표를 전부 몰아준다고 해도 이 정당은 국회에 진입할 수 없다.

이처럼 정당 득표율 3%는 결코 작지 않다. 그럼에도 여러 군소 정당들은 그들이 획득 가능한 현실적 득표율은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고, 회원사와 국민들에게 국회 진출에 대한 가능성만을 홍보하며, 후원 및 당원 가입을 요구하고 있다.

군소 정당이 가져올 또 다른 문제는 투표용지인데 이번 총선의 투표용지 길이는 1m를 넘겨 역대 최장 길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전자자동개표가 불가능해 20년 만에 모두 수개표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수개표에 대비해 선거사무원을 충원하고, 수개표를 연습하고 있다고 한다. 또 이로 인해 선거 예산 지출은 지난 선거 대비 몇 배는 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법으로 보장 되었고, 국민 누구나 조건만 충족시킨다면, 창당을 통해 선거에 나갈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선거판은 춘추전국시대보다도 더 혼란스럽다. 다당제의 가치를 실현시키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준연동형비례대표제란 것을 도입했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차라리 선거법 개정 이전이 더 낫다고 평가될 것이다. 

다당제의 가치를 퇴색시키는 것은 단순히 거대 양당 행태만이 아니란 것을 군소 정당 출마자들 또한 알아야 한다. 국회의원이란 자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다. 그 무게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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