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의원이 국회의원 후보 당내 경선에서 탈락했다. 들리는 말로는 금태섭 의원이 받아든 경선 결과는 참담한 수준이다. 현직 의원이 자기 지역구에 출마하겠다고 온 지 20여 일밖에 안 된 정치 신인에게 권리당원, 국민참여 선거인단 투표에서 거의 더블스코어 차이로 밀렸다. 상대 후보는 25% 가산점을 받는 여성, 정치신인이었는데 가산점을 계산할 필요도 없었다고 한다. 

금 의원이 받아든 성적표는 변명이나 항명의 여지가 없다. 평소에도 쿨하기 짝이 없는 금 의원이 경선 결과에 승복하고 “민주당 국회의원으로 일했던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영광”이었다면서 “남은 임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 의원에게 비판적이었던 사람들로서는 약간 의외였을 수도 있겠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금태섭은 그런 사람이다.

어째든 원하는 결과를 받아든, 금 의원에 비판적인 사람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까닭이 없다. 문제는 금 의원을 옹호하던 사람들에게 생겼다. 이 사람들은 금 의원의 경선 탈락이 민주당의 비민주성, 불공정 경선, 표적 경선을 드러내는 계기라고 보는 것 같다. 도대체 금태섭이라는 정치인은 언제부터 이렇게 컬트적인 숭모의 대상이 되었나.

금 의원의 탈락을 안타까워 하는 사람들의 속내는 여러 갈래일 것이다. 어쨌든 금 의원은 소위 ‘친문 세력’의 음모가 작동한다고 믿는 ‘권리당원’ 경선만이 아니라 안심번호로 주어진 국민들이 참여하는 결과에서도 6대 4의 참패를 당했다. 상대는 ‘듣보잡’이라 불려도 억울하지 않을 정치 신인. 이 정도면 본선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후보를 공천시스템이 잘 걸렀다고 봐야 한다.

금 의원이 탈락한 것은 지역구 관리에 소홀한 탓이 크다. 국회의원은 금 의원 본인이 모 신문 칼럼에서도 언급한 대로 국회가 문을 닫았을 때도 쉬지 못한다. 각종 지역행사에 얼굴을 내밀어야 하기 때문이다. 금 의원의 칼럼을 읽어보면 그는 이런 지역활동을 “부끄러웠다”고 하고, “아무 생각 없이” 행사를 쫓아다녔다고 고백했다. 본인 생리에 안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금 의원은 지역구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서도 다른 국회의원들과는 다른 태도를 보였던 것 같다. 보통의 국회의원들은 지역 주민의 민원에 대해 일단 “네, 해결해 보겠습니다.”라는 태도를 취한다. 금 의원은 “민원을 듣는 것은 의원의 의무”라고 여겼지만 되는 민원, 안 되는 민원에 대해 명확히 구분하고 ‘해서는 안 되는 민원’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던 것 같다.

지역구와 주민 민원을 대하는 금 의원의 이런 태도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바람직한 측면도 있다. 국회의원들이 국정 감시와 입법이라는 본연의 임무보다 지역구 민원 해결에 집착하는 태도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한 태도라는 비판도 꾸준히 있어 왔다. 금 의원은 자신이 뜻한 바대로 국회의원으로 활동했고 지역주민, 당원과 거리를 뒀다. 그 대가를 치른 것이다.

금 의원은 경선에서 졌다. 전략 공천으로 경선 기회도 못 얻고 탈락한 것이 아니다. 금 의원의 재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권리당원과 국민선거인단의 의사에 따른 것이다. 금 의원의 탈락을 안타까워 할 수야 있겠지만, 민주당과 민주당원들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자신들의 후보를 공천할 권리가 있다. 금 의원이라고 피해갈 수는 없다. 나머지는 표를 가진 국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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