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서 미주·유럽까지…배터리 시장 주도권 확보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 경영 환경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기업들의 탈한국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생산기지와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2013년부터 2018년 말까지 6년간 국내 투자자가 해외에 설립한 신규법인은 1만9617곳으로 2만 사에 육박한다. 반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국내로 유인하기 위한 유턴법이 2013년 말부터 시행됐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소수에 그쳤다.

최근 한국 기업들은 해외 시장에서 법인을 설립하고 직접투자, M&A 등에 활발히 나서고 있다. 과도한 규제와 포화된 국내 시장, 높은 운영비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운영 환경과 달리 저렴한 인건비와 법인세 면제, 각종 인센티브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일요서울은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위상을 높이며 활약하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이번 호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LG화학에 대해 알아본다.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 공장 건립…미국시장 진출

유럽 전기차 수요 급증…폴란드, 374억 공장 부지 인수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 기피현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해외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탈한국 기업은 늘어만 가고 있다. 국내의 경우 반기업 정서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 리스크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LG화학은 각각 미국에 가전 공장,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었다. 과거에는 단순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중국과 동남아 등을 거점으로 삼았지만 최근에는 전기차 등 신사업의 투자를 위한 진출도 많이 보인다. 배터리 공장을 유럽에 짓거나 물색 중인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등이 여기에 속한다.

재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각 주마다 공장 유치를 위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세제 감면과 기업 인재 확보를 위해 대학 및 연구소를 연결해 주기도 한다. 또한 전력과 용수 혜택도 뒤따라온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까지 올리는 국내의 상황과 너무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中기업과 합작법인

“전기차 시대 전환 가속”

LG화학은 해외에서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6월 LG화학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자동차’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LG화학이 중국 자동차 회사와 합작법인을 체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작법인은 LG화학과 지리자동차가 각각 50대 50 지분으로 1034억 원을 출자한다. 2021년 말까지 전기차 배터리 10GWh의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며, 합작법인에서 생산되는 배터리는 2022년부터 지리자동차와 자회사 볼보의 중국 출시 전기차에 공급될 예정이다. 중국 로컬 1위인 지리자동차는 올해부터 판매량의 90%를 전기차로 전환할 계획으로 2018년 차량 150만 대를 판매하며 로컬 브랜드 1위를 차지했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1위 자동차 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셀 합작법인을 세우고 총 2조7000억 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국에 설립되는 합작법인은 50대 50 지분으로 양사가 각각 1조원을 출자하고 총 2조7000억 원을 투자해 30GWh 이상의 생산 능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공장은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지역에 설립되며 양산된 배터리셀은 GM의 차세대 전기차에 공급될 예정이다.

LG화학은 GM과 지난 10년간 협력관계를 이어왔고 이번에 GM과 합작법인 파트너로 선정됐다. GM이 2009년 출시한 세계 첫 양산형 전기차인 쉐보레 볼트(Volt)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등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 메리 바라 GM 회장은 “GM의 완성차 제조 기술과 LG화학의 배터리 기술이 결합된다면 전기차 시대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 가동과 지속적인 증설로 현재 약 5GWh의 생산능력을 갖춘 가운데 이번 오하이오주 합작법인 설립으로 LG화학은 미국 내 생산기지가 두 곳으로 확대됐다. 또한 미국 테슬라, 루시드모터스 등과 원통형 배터리 납품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을 확장 중이다.

상위 20社, 13곳이 ‘LG화학’

글로벌 시장 생산 거점 확대

글로벌 상위 20개 자동차 회사 중 13곳에 LG화학의 배터리가 들어간다. 중국과 미국 등 합작법인을 설립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해 가고 있다. 중국에 이어 미국까지 합작법인 설립을 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은 7곳으로 확대됐다. 중국과 미국의 1위 자동차 업체들과 손잡으며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폴란드 배터리 공장을 최근 확충했다. 유럽 전기차 수요 급증에 따른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 3일 LG화학은 기존 공장을 증설하기 위해 폴란드 브로츠와프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 인근 부지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매입하는 공장은 터키의 가전업체 베스텔의 조립 공장으로 해당 부지 면적은 22만3000 제곱미터(㎡), 인수 금액은 3140만 달러(약 374억 원)으로 알려졌다.

현재 LG화학은 폴란드 공장 수율 개선 및 생산능력(CAPA, 캐파)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내년까지 배터리 캐파를 20기가와트시(GWh)를 추가, 총 120GWh를 확보할 계획으로 올해 설비투자(CAPEX)는 3조 원 규모다. 향후 해외 고객사와 전략적 제휴와 조인트벤처(JV) 등도 실시할 방침이다.

LG화학은 “브로츠와프 공장 인근에 위치한 공장을 인수해 배터리 생산라인을 추가할 것”이라며 “최근 늘어난 유럽 전기차 배터리 물량에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에너지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LG화학은 지난해 전기차용 배터리 부문(시장 점유율)에서 일본 파나소닉, 중국 CATL에 이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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