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보완 수사 착수...재수사 결과에 촉각

2014년 진행된 '동양그룹의 기업어음·회사채 발행 시점 추가 기소 및 이혜경 부회장 소환 촉구 기자회견' 현장 [뉴시스]
2014년 진행된 '동양그룹의 기업어음·회사채 발행 시점 추가 기소 및 이혜경 부회장 소환 촉구 기자회견' 현장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2013년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른바 ‘동양그룹 사태(동양사태)’가 또다시 재주목받고 있다. 경찰이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을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한 지 약 2개월 만에 보완 수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경영에 개입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 이 전 부회장 측의 입장과 달리, 검찰 측은 경찰에 일정 부분 보완 수사를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동양사태 피해자들 일부는 이번 재수사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 불기소 의견 검찰 송치...2개월여 만에 검찰 지시 보완 수사
“대주주‧경영자 처벌 요구”...“경영 개입 안 해 회계 상태 잘 몰라”

서울 종로경찰서가 지난 6일 사기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이혜경 전 동양그룹 부회장에 대한 보완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이 일정 부분에 대해 보완 수사하라는 지시를 내렸으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앞서 동양사태에 따른 피해자 64명은 이 전 부회장 역시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2017년 경찰에 고소장을 낸 바 있다. 이들은 이 전 부회장이 2007년 취임해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고, 남편인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과 함께 그룹의 대주주이자 경영자로서 재무·인사 등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고 주장하며 처벌을 요구했다. 이들은 당시 고발 기자회견을 통해 “이 전 부회장이 동양그룹 경영권을 장악하고 진행한 구조조정이 실패하면서 동양그룹의 부도를 가져왔다”며 “기업 회계를 조작해 해외로 재산을 은닉했음에도 검찰에 기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 후 경찰은 올해 1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혐의를 받는 이 전 부회장을 검찰에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5개 계열사 법정관리
투자자 4만여 명 피해


이 전 부회장에 대한 보완 수사가 이뤄지자 동양사태가 재조명됐다. 동양사태는 지난 2013년 9월~10월 동양그룹 주요 계열사인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5개 계열사가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투자자 4만여 명이 피해를 본 사건이다. 당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동양증권을 통해 동양그룹 CP와 회사채를 매입한 개인투자자는 약 4만1000명, 피해금액은 1조6000억 원에 달한다. 여전히 재계에서는 해당 사건이 개인(공모) 금융상품 사상 최대 피해 사례로 회자되기도 한다.

당시 동양그룹 계열사는 법정관리로 각각 분할됐다. 동양시멘트도 58년의 역사를 끝으로 2015년 삼표시멘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대법원은 ‘부도를 예견하고도 채권을 발행했다’며 현재현 전 회장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현 전 회장은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자의 맏사위로, 회장 취임 이후 기존 제조업을 뛰어넘어 종합금융그룹의 진용을 완성케 한 주역으로 정평 나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위기에 직면하자 정부의 새 규정 시행을 하루 앞둔 2013년 9월과 10월, 5개 계열사에 대해 법정관리 신청을 공시했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 현 전 회장은 이 사건으로 특경가법상 사기·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 확정판결을 받았고, 현재 남부교도소에 복역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내년 초 만기 출소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제적으로는 파산선고가 내려진 상태다.

“경영 개입한 적 없다” 진술
지난해 근황 인터뷰도 재조명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피해자들은 2007년 취임한 이 전 부회장이 현 전 동양그룹 회장과 그룹 대주주이면서 경영자로 재무·인사 등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했다며 처벌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러면서 동양 사태와 관련해 제대로 된 책임을 묻겠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전 부회장은 해당 혐의를 부인하는 모양새다. 올해 1월 종로경찰서에 피고소인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 받던 당시, 진술 과정에서 “경영에 개입한 적 없다”며 “회계 상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혜경 전 부회장 측 관계자가 언론 매체를 통해 “동양사태와 관련한 재판은 이미 판결이 완료된 상태”라고 말한 내용이 보도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한 언론매체 인터뷰에 실린 이 전 회장의 발언도 재조명되는 분위기다. 당시 이 전 부회장은 “가회동 한옥에서 강아지 두 마리와 살고 있다”며 “어떻게 보면 평범한 시민으로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양사태 관련) 피해 회복은 90% 넘게 됐다고 한다”며 “미 변제액이 100억 원가량 추산되는데, 변제에 편차가 있어서 어떤 분은 피해액의 33% 정도밖에 받지 못한 분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현 전 회장이 옥중에서 수기(手記)로 쓴 글을 통해 “내가 상황 판단을 잘못하고 대응을 못한 실책으로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게 돼 최종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작성한 부분을 공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 사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오가는 분위기다. A씨는 “아직도 생생한 그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암담한 심정을 겪었다”며 “시간이 흐르고 세금 승소하고 해서 그나마 조금 변제를 받았지만 여전히 피해로 고통 받고 있다”며 재수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다른 B씨는 “동양사태 피해자들 중 일부는 현금으로, 일부는 주식으로 줬는데 주식이 많이 올라 일부는 회복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당시 회사 운영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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