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 고려하지 않았다” 오너 향한 비판...‘갑질‧불매’ 주장까지

[(주)신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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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이 한창인 가운데, 최근 중견 패션기업 신원그룹이 최근까지 전 직원을 사내 강당에 모아 예배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신원 측은 일각에서 제기된 근무시간 내 월요 예배 강요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언론 보도를 통해 예배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주장까지 보이는 상태다. 종교집회의 자유는 누구도 관여할 수 없는 문제임은 분명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까지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일각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온 국민이 동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익명 게시글 일파만파...“종교문제 떠나 서로 배려‧협조해야”

“당시 시스템 미흡했던 탓...2월24일 끝, 온라인 예배 전환”

 

[(주)신원 홈페이지]

코로나19로 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된 가운데 신원그룹의 전직원 강당예배 의혹은 직장인 익명 게시판에 오른 게시글이 불씨로 작용했다. 해당 게시글은 ‘이 시국에 전직원 단체예배 신천지인줄’이라는 제목과 함께 ‘500명 이상의 전직원이 강당에 모여 단체 예배를 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해당 글에 따르면 게시글 작성자는 “종교 교회(예배 등)는 개인의 의사를 반영해 나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출근 시간 이후 하는 것으로 참석을 안 할 수도 없다”며 “월급쟁이를 볼모로 오너가 개인의 종교적 신념을 강요해도 되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월요 예배 강요’ 의혹

해당글이 노출된 이후 다수의 언론 매체가 해당 회사가 신원그룹임을 밝혀 보도했으며, 한 매체는 “코로나19 확진자가 800명을 넘나들던 지난달 24일 신원그룹이 평일 오전 예배를 강행했다”고 밝혔다. 이후 직원으로 보이는 A씨의 말을 인용해 “회사는 의무가 아니라고 하지만, 예배에 참석하지 않으면 인사총무팀에서 ‘왜 예배에 참석하지 않았느냐’ 등의 질문을 한다”고 며 A씨가 “오너가 믿음이 강해 직원들은 눈치를 봐야하고, 이의제기 등을 할 생각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내용을 보도했다.

해당 보도가 이뤄지자 일각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네티즌은 “정부와 대다수 국민들이 사회적 격리를 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생사는 나와 무관하다는 오너는 어느나라 국민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이 시국에 단체 예배는 물론 직장에서 벌어진 일이라니 갑질과도 같다”며 “신원그룹 제품에 대해 불매 운동에 나서겠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예배 전환해”

이 같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신원 측은 최근 언론을 통해 ‘월요 예배 강요’ 의혹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낸 상황이다. 신원 측 관계자는 신원이 1973년 창립 이래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매주 예배를 드리는 기독이념을 가진 회사인 점을 밝히며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월20일경 월요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전환하고자 하는 계획을 선제적으로 세웠지만, 온라인 예배 시스템 준비가 미흡해 2월24일 마지막 오프라인 예배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2월24일 예배 당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온도 측정을 했으며 손 소독 및 마스크를 착용한 뒤 강당에 입장 조치해 예배를 진행했다”며 “3월3일 시점에 전 직원이 온라인 예배를 드렸다”고 말했다.

한편 박성철 신원그룹 회장 일가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졌다. 이미 다수 언론을 통해 이 같은 종교적 신념을 밝혀왔고, 신원그룹은 ‘기독교 기업’으로 불리는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박 회장은 2014년 한 언론 매체 인터뷰를 통해서도 매일 새벽 기도를 한다는 점을 알리며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빗대어 ‘믿음 경영’을 원칙으로 한 회사의 경영이념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일부 교계 신자들은 “같은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기업이 지향하는 종교적 신념을 떠나 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상황인 만큼 서로 배려하고 협조한다면 이 어려움이 빨리 지나가리라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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