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전벽해(桑田碧海)는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한다는 뜻으로, 세상이 몰라볼 정도로 변함을 비유한 말이다. 불과 6개월 사이에 상전벽해 같은 변화를 보인 인물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다. 

 조국 사태 이전만 해도 소위 태극기부대로 총칭되는 극우 보수부터 중도 우파까지 진중권 교수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좌빨(좌파 빨갱이)’ ‘종북 쓰레기 지식인’ ‘입진보(입으로만 진보 떠드는)’ 등 온갖 비난과 욕을 배터지게 먹던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인사였다. 심지어 중앙대 겸임교수 재임용이 막혔을 정도다.

 그러나 지난해 9월 23일 진중권 교수가 조국 법무장관 임명에 반대하고 조국수호를 외치는 친문세력을 비판하자 그 평가는 확 달라졌다.  보수진영에서는 너나 할 것 없이 '진정한 진보', '양심적 지식인', '위선적 진보와는 다른 정직한 진보', '진보의 내부 고발자' 등 진중권 교수를 칭송하는 소리가 넘쳐났다.
 
 특히 진중권 교수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항명했다고 비난한 추미애 법무장관에게 “추미애 장관, 당신이 국민의 명을 거역한 겁니다. 국민이 준 권력을 사유화한 건 당신들입니다. 바로 당신들이 도둑이에요.'라고 지적했을 때 보수 진영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진중권 교수를 ‘양심과 지성을 일깨우는  모습” 이라고 극찬했고 진중권 영입설까지 돌았다. 정작 진중권 교수는 “대한민국 보수는 멸종의 위기에 처했다. 보수는 자기 점검과 노선 수정의 능력마저 잃었다”면서 “이런 지적조차 진보에서 대신 해줘야 한다는 게 대한민국 보수의 비극”이라고 일갈했다.

 보수세력 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선거를 앞두고 급조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하겠다고 나섰다. 김종인 전 위원장이 공천 잡음을 지적하며 “지금 공천 관련 잡음이 해소되지 않는 이상 절대 (수락으로) 생각을 안 바꿀 것"이라며 ‘조건’을 내걸자 황교안 대표는 서둘러 "총선에서 뜻을 모아 압승하기 위해서는 일부 조정이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황교안 대표가 김종인 전 위원장을 영입하는 이유는 ‘통합, 중도 확장의 상징성을 강조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통합당 전신)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맡아 총선을 지휘한 경력을 갖고 있다.

 진중권 교수는 진보진영의 논객임을 자부하고 한국 보수의 종말을 수차례 지적해왔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에게 쓰디쓴 패배를 안겨줬던 장본인이다. 더구나 부채질만 하다가 때 되면 이집 저집 다된 밥상에 숟가락만 얹고 수틀리면 침뱉고 튄 세객(說客)에 불과한 김종인 전 위원장이 중도.통합의 상징인지 모르겠다.   

 전문CEO가 대세이고 ‘적의 적은 동지’라지만 진중권이 아니면 소위 친문 세력의 역행을 콕 찍어 비판할 논객이 없고 김종인이 아니면 총선 승리를 보장할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한 것이 지금의 보수 우파이고 미래통합당의 현실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입보수도, 총선 얼굴마담도 없는 한국의 보수 우파. 구두 수선공 김병록(61)씨는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이웃을 위해 써달라고 7억 원 상당의 임야를 기부하는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호가호위하던 자들은 수준 안맞는 지역 유권자는 싫고 국회의원 배지만 달겠다고 앞 다퉈 비례 공천위 면접관 앞에서 머리 조아리고 방긋방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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