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에 대국민 사과 권고…진정성 확보해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독립된 형태로 운영된다고 하나, 그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독립된 형태로 운영된다고 하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삼성이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영입해 만든 준법감시위원회가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 낮추기 전략이라는 시선을 떨쳐낼 지 위원회 권한과 운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재판장의 ‘훈수’에 따른 준법감시위는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을 위한 임시변통에 그치거나 대외 홍보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의심한다. 상법상 권한과 책임이 명확하지 않은 준법감시위가 그룹 전반의 경영 관련 정보 등을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이 부회장의 형량 감경 사유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최근 알려져 그 배경도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은 준법감시위를 완전히 독립된 형태로 두고, 사장급 규모로 꾸며 위상을 높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지만 진정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 재판부에 양형 관련 의견서 제출 
준법 감시활동, 감형 위한 꼼수라는 지적 피할 수 있을까

 

13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뇌물공여 파기환송심 관련 재판부를 찾아 삼성의 준법감시위원회 활동을 근거로 ‘감형’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총수로서 준법감시위원회 설치 주도에 적극적으로 기여한 공과 준법감시제도 운영의 동기 부여를 위해 ‘형의 감경을 포함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해당 재판부가 지난해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는 “준법감시제도는 재판 진행이나 결과와 무관하다”고 설명했으나 최근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적 운영이 양형 조건으로 참작할 수 있다”고 밝혀, 이는 ‘말 바꾸기’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재용 변호인단, 재판부 양형 사유 명시한 적 없어

반면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재판장이 준법감시제도를 양형사유로 삼지 않겠다고 명시적(明示的)으로 제한하지 않았다”며 “특검이 재판부 발언을 오해 했을 뿐, 양형사유에 대해 재판부가 말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입장을 밝혀 큰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변호인단의 의견서 제출이 이 부회장이 준법감시위원회로부터 권고안을 송부 받은 시기보다 훨씬 앞선 것으로 밝혀지면서, 준법감시제도 도입에 대한 진정성에는 의문이 붙게 됐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지난 5일 “위원회의 독립적인 활동이 마치 재판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비쳐지는 상황에 대해서 우려를 공유했다”며 “위원회는 총수(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형사재판의 진행 등 여하의 주변 상황을 의식하지 않고 위원회 본연의 사명과 임무에 충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난 11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관계사에 그간 삼성그룹의 불미스러운 일들이 대체로 ‘승계’와 관련 있었다는 판단 결과를 전하고, 과거 총수 일가의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준법의무 위반 행위가 있었던 점을 ‘이재용 부회장이 반성과 사과는 물론 향후 경영권 행사 및 승계에 관련해 준법의무 위반이 발생하지 않을 것임을 국민들에게 공표하라’고 권고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와 관련 삼성 측에 30일의 숙고 및 이행 여부 결정 기간을 주었으며, 삼성 측은 충분히 진지하게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이 지난달 27일 재판부를 찾아 준법감시제도 운영이 양형 사유로 반영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판례를 제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배임 사건, 미국 콜롬비아·미네소타주 연방지방법원 판례 중 기업의 수질관리법 위반 사건과 벤츠코리아의 배출가스 인증 위반 사건 등 국내외 사건 6가지의 예를 들어 준법감시제도가 양형 조건으로 고려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해당 사건들이 적용된 미 연방 양형 기준 8장은 개인이 아닌 기업 범죄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삼성그룹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 도모에 대한 부분과는 다르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부회장 측은 참조할 만한 사항으로 제출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감형’ 의견서 제출 보다 진정성 있는 ‘사과’ 먼저 

특검은 지난달 24일 서울고등법원에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재판부에 대한 ‘부장판사 기피신청’을 내 별도심리를 기다리는 중이므로, 이와 관련 입장을 따로 밝히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이 부회장 변호인단이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도입에 따른 형량 감경 관련 의견서를 제출한 것이 밝혀지면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관련 감형을 고려한 꼼수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지적 또한 피하기 힘들게 됐다. 

일각에서는 삼성 준법감시위의 권고안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최소한 이 부회장의 반성과 사과를 우선으로 하고, 이후 변호인단이 진정성 있는 모습에 대한 감형 의견을 제출했더라면 시기적으로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단의 감형 관련 의견서 제출이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안을 받기 전이라는 부분에서 좀 애매하긴 하다”며 “하지만 변호인들은 피고인에게 조금이라도 유리할 수 있는 부분은 찾아야 하는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야 하므로 그것 또한 이해되는 부분”이라고 풀이했다. 

이와 관련 삼성 준법감시위는 해당 재판과 관계없이 의제를 하나하나 찾아 지적할 부분은 지적하고, 바꿔야 하는 부분은 권고하면서 책임에 충실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한편 지난 11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불법 경영권 승계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권고하면서 “위원회 활동과 총수 형사재판 관련성 논란과 관련해 우리 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원회의 역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불식할 필요가 있다”며 이에 대한 조치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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