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있는 관악구…여야 구분 없는 서울대 출신 3대 진보 인사 ‘충돌’

[일요서울ㅣ조주형 기자] 서울특별시 관악구 관악로 1에는 서울대학교가 위치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건물 대다수가 위치하는 관악구는 선거구 획정에 따라 갑·을 선거구로 분할됐다. 서울대 건물이 있는 학교 부지는 신림동·보라매동·봉천동 등으로 대표되는 관악갑에도 존재한다. 서울대학교 부지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4.15 선거에서 관악갑은 서울대 동문들 간 전쟁터가 됐다. 출사표를 던진 주요 정당 후보들 모두 서울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학교가 있는 지역구에서 동문끼리 건곤일척을 준비 중이다. 그래서 관악갑을 직접 가봤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홍보 포스터. [뉴시스]
21대 국회의원 선거 홍보 포스터. [뉴시스]

 

-16년 관악 정치 ‘김성식·유기홍’ vs ‘김대호’ 노동 및 공공 개혁

이번 4.15 총선에서 서울 관악갑에 나선 후보들은 모두 진보 일색이라는 평이 대체적이다. 앞서 지난 19대 대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관악구 전체에서 무려 45% 이상을 득표했고, 이어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가 22%가량을 얻었다. 보수적 성향을 나타냈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와 유승민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17%, 6%에 불과했다.

이는 관악구의 특성에 기인한다. 서울대학교가 위치해 2030세대의 거주 비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통적으로 고시촌 등이 밀집해 있어 청년층 인구 비중이 높은 편이다. 게다가 호남 출신 주민들이 밀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전통적으로 진보 강세 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앞서 관악갑에서는 17·19대 국회의원을 지냈던 유기홍(62) 전 의원, 18대 국회의원에 이어 재선에 성공한 김성식(62) 무소속 의원이 번갈아 깃발을 꽂아왔다. 서울대 77학번 동문이기도 한 이들은 맞붙으며 서로 두 번씩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다. 유 전 의원은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았고, 김 의원 역시 이번에도 선거에 나서면서 5번째로 맞붙게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미래통합당에서도 진보 색채가 가득한 인물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바로 김대호(57)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다. 미래통합당에서 관악갑 후보로 공천을 받은 김 소장은 유 전 의원, 김 의원과 동문이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와 진보세력의 전유물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운동을 했던 김 후보가 관악갑 선거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선거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왼쪽) 김성식 의원 [뉴시스]. (오른쪽) 유기홍 전 의원 [선거통계시스템]
(왼쪽) 김성식 의원 [뉴시스]. (오른쪽) 유기홍 전 의원 [선거통계시스템]

 

김성식·유기홍…서울대 77학번, 16년간 ‘진보’ 일색

서울 관악갑 현역인 김 의원은 지난 3일 자신의 지역구에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간 관악구민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국회에서 일할 수 있었다”며 “기득권 양당구조를 바꾸자고 호소해 왔는데, 이번 무소속 출마는 그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지난달 5일 바른미래당 탈당을 선언한 바 있다. 과거 통합민주당 부대변인에 이어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 등을 역임하다가 지난 18대 대선에서는 안철수 후보의 공동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는데, 자신의 저서를 통해 “나는 보수냐 진보냐 식의 문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이 빨리 변하고 있으니 콘텐츠는 시대에 따라 늘 새로워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던 인물이다.

서울대 동문인 유기홍 전 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28일 공천을 받은 상태다. 지난 2000년 김대중 정부가 집권하면서 청와대 정책기획국장으로 발탁돼 정계 입문했고, 고(故) 노무현 대통령 당시 대선 후보를 지원하면서 관악갑 국회의원을 두 번 역임한 인물이다. 서울대 재학 시절에는 동문인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함께 학생 운동을 주도했는데, 지난 1980년 당시 ‘서울의 봄’ 주요 인물이기도 했다. 그 역시 이번 선거에서 관악갑에 이름을 내걸겠다는 의지를 밝힌 상태다.
 

김대호 후보. [본인 제공]
김대호 후보. [본인 제공]

 

김대호 “핵심은 어젠다…ML 착취론, 도태시켜야”

한편 관악갑에 도전장을 내민 또다른 동문은 바로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다. 미래통합당 후보로 나선 그는 서울대 금속공학과 82학번으로 한때 노동운동을 하다 대우자동차 기술 연구원 등을 역임하며 산업 현장 일선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과거 노동 현장에서 노사 입장을 모두 겪어본 그를 지난 12일 관악구의 한 사무실에서 직접 만나봤다.

김 후보는 약 9년간 대우자동차에서 근무하며 기술연구소 차장으로 존망의 기로에 섰던 대우 자동차를 지켜봤다. 그는 기자에게 “지금 진보 세력은 경제 문제에 대해 잘못된 진단을 하고 있다. 매출의 90%를 해외에서 얻는 상황에서 ‘ML(마르크스-레닌주의) 착취론’이 거론된다는 것은 결국 시대착오적인 행태”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이날 ‘선거에 나선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경제·사회적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이제는 ‘어젠다(agenda·의제)’를 바꿔야할 때”라며 “시대가 바뀌고 사회가 변하면 어떤 철학과 가치가 등장하는지 이를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진단조차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그는 “나는 그동안 현장에서 얻어 온 성찰을 바탕으로 비전과 정책을 현실 정치에 탑재하는 걸 업으로 삼아 왔는데, 그 과정에서 얻은 과실을 통해 노동 중심 패러다임의 한계를 극복했다.  이후 노동주의 노선을 바꾸면서 동료들로부터 ‘변절자’라고 돌팔매질을 당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현 집권 세력에 대해 “무동력성에 젖어 스스로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더라도 노선 변경에 따른 후폭풍이 무서워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해류와 바람 역할을 하는 대중의 힘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현재 문재인 정부는 결국 현실 문제를 깊이 천착하지 않아서 지금과 같은 문제, 어젠다 설정도 실패한 이유가 거기에 기인한다”며 “대한민국의 엔진은 식어가는데, 공공부문이라는 차체는 무거워지고 규제라는 브레이크는 점점 강력해지는 상황에서 이를 뒤집어 보고자 전면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김 후보는 ‘관악갑 후보인데, 무엇을 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동안 586세대가 만들어 온 사막 같은 세상에 대해 ‘개혁’을 추진할 예정”이라며 “이미 기득권 세력이 된 노동조합으로 청년세대의 ‘미래노동권’이 공격 받는데, 이는 시대착오적 정책의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은 무엇보다 어떤 법안을 만들어 그 속에 담긴 어젠다를 국민에게 제시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마치 조선시대 양반처럼 여겨지고 있는 공공부문, 조직노조에 대한 혁신을 단행해 대한민국의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관악갑은 여당 후보에 이어 제1야당 후보, 양당에 몸담은 바 있는 무소속 후보 모두 동문이면서 해당 지역구에 연이 닿아 있는 인물들이 나선 상황이다. 각자 뜻을 품고 나선 이번 총선에서 관악갑 주민들이 어떤 선택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선거 도장. [뉴시스]
선거 도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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