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제재 조치 사실상 ‘효력 없다’ 눈가리고 아웅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 감독기관의 제재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일요서울]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융 감독기관의 제재에 불복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원안은 손태승 회장.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금융 감독기관이 DLF 사태 관련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에 내린 징계와 우리은행 등에 내린 기관제재가 사실상 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명분뿐인 징계라는 목소리가 크다. 또 손태승 회장도 금감원 징계에 대한 불복을 선언하고, 이에 대한 법의 판단을 얻기 위한 준비에 착수했다. 

 

우리은행, 감독기관 징계 맞서 ‘법원 판단’ 필요
금융위원회 ‘장군’보다 우리은행 ‘멍군’ 한수 위

 

지난 1월 금융감독원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관련해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겸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당시 하나은행장)에 대해 ‘문책경고’를 결정했다. 

당시 은행들은 제재심의위 대심 절차에서 내부 통제 부실에 따른 책임에 대해 경영진 제재까지 내리는 것은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고 주장했으나, 제재심 위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징계 수위를 확정했다. 

이후 금융위원회가 금감원의 징계 결정에 대한 기관 제재를 최종 의결하고 손 회장 등의 징계조치를 포함해 각 은행으로 공식 통보하면서, 법적 다툼이 예고됐다. 

손 회장은 지난 9일 금감원의 징계 결정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취소를 위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고 해당 중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는 오는 25일로 결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연임에 대한 손 회장과 이사회의 강행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연임 강행

앞서 지난 3일 우리금융지주는 주총에 앞서 이사회를 열고 손 회장의 이사 선임건 등을 포함한 안건을 주총 의결 사항으로 확정지었다.  

법원이 주총 전에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게 되면 손 회장의 연임이 가능하지만, 이를 기각당하면 연임은 힘들어진다. 이런 가운데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의 결과가 일주일에서 열흘의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서둘러 대응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 가지 우리금융그룹의 최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이사회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힌 점을 감안할 때, 손 회장의 연임은 어렵지 않게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예금보험공사의 이런 태도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가정하면 손 회장의 금감원을 상대로 하는 행정소송에서의 승소는 한 발 앞으로 다가간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금융으로서는 이제 막 지주사로 시작하면서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에 이사회나 회사 내부적으로도 모든 것을 이끌어 온 손 회장을 놓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그룹이 금융지주사로서 안정화 및 정상궤도에 올라가면 손태승 회장이 적정한 시기에 스스로 퇴진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예측도 나오고 있어, 이 전까지 은행이나 그룹 차원에서 손 회장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은행 측이 “금융당국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단심으로 결정된 문책경고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한 번 더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고자 한다”고 밝히면서 내부적으로 손 회장의 연임에 대한 진행과 함께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느슨한 기관제재, 사업 신설 및 해외 진출 가능

이런 가운데 금융위원회가 우리은행에 대한 제재를 느슨하게 풀어줬다는 비판도 있다. 3년간 자회사 취득 금지를 은행에만 국한해 지주사 입장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판단이 나오는 부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당장 DLF 관련 제재가 무거운 징계라는 말은 있지만, 그리 중징계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신사업 진출의 대상과 근거법은 국내에 국한돼 있고, 은행업의 해외 진출 등 해외 사업 관련 제한도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의 사업제한이나 확대가 금융지주사 내에 있는 여러 계열사를 통해서는 충분히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에서, 금융위가 눈가리고 아웅식 제재 조치를 내린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DLF 사태에 따른 피해자들은 지난 12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감독 당국의 제재에 불복해 연임을 고집하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가처분 신청을 규탄한다”며 “법원은 우리은행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정의연대 등은 “금감원의 경고 처분은 적법하고 해당 제재가 손 회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발생시킨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 회장은 DLF 사태의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우리은행과 함께 기관제재를 받은 하나은행은 당시 행장이던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의 경우 임기가 올해 말까지로 손 회장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으므로 징계 수용 여부를 두고 금융권의 흐름을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후 함 부회장이 금융권에 지속 머물며 하나금융 회장 등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90일 이내에 불복 의사를 결정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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