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억대 사기 후 파산 절차...“파산 선고는 면죄부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피해자만 3만여 명, 피해 금액만 7000억 원대로 ‘제2의 조희팔 사건’으로 불리는 (주)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투자 금융 사기 사건의 이철 VIK 대표가 구속된 가운데, 최근 VIK에 대한 파산 신청이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다. 파산 신청인은 VIK 수석팀장으로 재직한 유모씨 등 70명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법원은 파산 신청과 관련된 절차를 진행 중이다. 파산 신청이 알려진 후 VIK 피해자들은 파산 신청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VIK 투자사기 사건이 주목 받으면서 이와 함께 신라젠도 화제가 되고 있다. VIK는 신라젠의 최대주주였고, 이번 파산 여부 결정에 따라 신라젠 주가에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VIK “투자자 이익 보호할 최선의 방법은 ‘파산 선고’”
신라젠 주가 변동 영향·여권 인사 연루 의혹에도 집중

지난 8일 법조계에 따르면 VIK 파산선고 신청이 지난해 12월3일 서울회생법원에 접수됐다. 최초 심문기일은 지난달 17일로 잡혔지만 한 차례 연기됐다. 이번 파산 신청이 알려지면서 VIK 피해자들은 ‘투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에 피해자들은 서울회생법원에 수십 건의 탄원서와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5일 VIK는 입장문을 내고 “일부 투자자가 당사의 파산신청을 청구해 이에 대한 심리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며 “1200억 원 상당의 압류로 엑시트(출구전략)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타운미팅을 통해 피해회복 방안을 도출하려고 했으나 코로나의 영향으로 미팅이 무산됐다”고 밝혔다. 이어 “압류, 강제 매각과 배당기일 도래 등 여러 시급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투자자의 이익을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파산선고’라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VIK측근이 파산신청 접수 “꿍꿍이 있나” 의심

그러나 VIK의 파산 신청 사실을 피해자들이 뒤늦게 알게 되면서 논란이 됐다. 피해자 측은 VIK가 세 달 전 파산 신청을 접수했음에도 한 마디 언급 없이 이러한 사실을 뒤늦게 고지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파산 신청인 몇 명이 과거 VIK에서 근무했거나 현재도 재직 중인 사람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이다.

파산 선고 여부 결정을 두고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투자자들은 “채권자 입장으로서는 파산 선고가 내려져야 투자자들이 원금이라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투자자는 “파산 선고가 돼야 손해가 최소화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파산을 결정하면 회사가 갖고 있는 자산에 대해 청산 절차를 거친 후 투자자들은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하지만 큰 규모의 투자 손실을 입은 투자자들은 파산 신청이 기각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VIK를 고소한 투자자들은 “파산 처리는 결국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5년 6월 VIK의 불법 영업행위로 투자 손실을 입은 투자자 117명은 이철 대표 등을 고소했었다.

지난달 12일 VIK 피해자연합은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사기는 살인”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피해자연합 측은 “초반 검찰의 수사와 기소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며 “민생 관련 적폐들은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약탈경제반대활동 측 역시 파산 신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들은 VIK의 파산신청과 관련해 “신청인 중 상당수는 (투자자) 모집책들이고 그들의 목적은 피해자들로부터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막는 것”이라며 “현재 모집책 중 극히 일부만 형사 처분을 받았고 대부분의 모집책들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들은 피해자들의 법적 조치를 회피하기 위해 (파산)신청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모집책들의 파산 신청은 파산 절차의 남용이므로 회생법원에서는 파산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인가 투자업체...3만 명 속아
투자는 미끼…‘돌려막기 식’ 운영

한편 VIK 이철 대표 등은 지난 2011년 9월부터 4년간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 않고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미인가 투자업체를 차려 투자자 3만여 명을 속이고 투자금 7039억 원을 모았다. 설립 당시 금융당국의 인허를 받기에 자본금이 모자랐던 이들은 ‘부문장-본부장-지점장-수석팀장-팀장’으로 이어지는 피라미드식 조직을 만들었다. 이후 투자자들에게 ‘사모펀드를 운용해 연20% 수익을 지급하겠다’, ‘비상장 주식,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지급한다’ 등의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불법으로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들은 투자를 미끼로 홍보했지만 실제로는 ‘돌려막기식’ 운영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투자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후발 투자자에게 받은 투자금을 선발 투자자들에게 지급해 수익이 발생한 것처럼 속이는 방식을 썼다.

지난해 9월15일 대법원 2부는 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이 대표의 상고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지난 2월 이 대표는 추가로 기소된 불법 자금 유치사건 1심에서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번 형까지 확정되면 총 14년6개월을 복역하게 된다.

VIK 투자사기 사건이 재점화 되면서 신라젠도 화제 되고 있다. VIK가 2013년부터 신라젠에 약 450억 원을 투자한 최대주주였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VIK의 파산 여부에 따라 신라젠에도 영향이 미치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았다.

신라젠은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가운데 VIK도 이러한 의혹을 받고 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5년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개최된 신라젠 기술설명회에서 축사를 했는데, 유 이사장은 신라젠 최대주주였던 이 대표의 부탁으로 축사를 했다고 전해졌다. 또한 유 이사장은 2014년 8월 VIK 모집책 상대 강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이사장뿐 아니라 여권 인사인 도종환 의원, 변양균 전 장관, 김수현 전 청와대 수석도 VIK에서 강연한 것이 알려지면서 VIK 피해자연합은 “민생 관련 적폐들은 아직도 청산이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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