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대표 [뉴시스]

[일요서울] ‘선거의 남자’가 돌아왔다. 바로 김종인(79)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다. 김 전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대표 겸 선거대책위원회를 맡아 민주당의 공천을 주도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미래통합당의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총선을 진두지휘할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와 정치권이 들썩거린다.

이에 관해서 김 전 대표는 상임 선대위원장 수락에 전제조건을 달았다. 바로 김형오 전 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의 ‘사천(私薦·공인된 정당에서 선거에 출마할 당원을 사사로이 추천하는 일) 논란’을 해결하라는 당부였다. 그는 지난 11일 중앙일보와의 유선 인터뷰에서 “통합당에 공천 후유증이 있다.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사천’ 논란을 해결해줘야 통합당에 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김 전 공관위원장은 지난 13일 ‘사천 논란’에 대해 “어렵고 힘들게 영입하면 ‘사천’이라고 하고 경력 있는 분들을 추천하면 ‘구태, 돌려막기’라고 그러는데 그렇게 얘기하는 부분은 극소수이고 크게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사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화살받이’가 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김 전 위원장의 사퇴로 김 전 대표의 ‘전제조건’이 해결되면서 그가 통합당을 향할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쏠린 상황이다.

김 전 대표는 ‘베테랑 비대위원장’이다. 앞서 밝혔듯 그는 지난 2016년 1월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의 영입으로 비상선거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회를 담당했다. 당시 민주당은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탈당으로 당내가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그는 내홍을 빠르게 수습하고 민주당이 휩싸였던 ‘친노 패권주의’라는 프레임을 탈피하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당시 정청래·이해찬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하면서 당내 공천 잡음이 빚어졌고, 여기에 자신을 비례대표 2번으로 공천해 ‘셀프 공천’이라는 논란을 샀다. 이 같은 논란으로 민주당 지지층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2017년 민주당을 탈당해 비례대표직을 상실했다.

다만 민주당은 20대 총선에서 제1당에 성공, ‘여소야대’ 진형을 이끌어 냈다. 또 전국적인 표밭을 이때부터 일굴 수 있었다는 호평도 뒤따른다. 
이보다 앞선 2012년, 새누리당(現 미래통합당)과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 캠프에 영입돼 비대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다. 당시에도 승리는 새누리당에게 돌아갔다. 어찌 보면 이번 ‘통합당 복귀’는 자신의 친정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김 전 대표의 대표적인 공약은 ‘경제민주화’다. 한국의 루즈벨트를 목표로 했던 그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을 만들자는 취지의 시장경제주의를 골자로 한 경제민주화를 강력히 주장해 왔다. 독일 뮌스턴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1969), 경제학 박사 학위(1972)를 수여해 경제 분야의 대가로 꼽힌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는 수식어도 지녔다. 노태우 정권에서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활동한 전력도 있다. 경제 분야에서는 식견이 탁월하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그는 1940년생으로,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인 김병로의 조손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일제강점기에 독립투사들을 무료변론했던 인권변호사였다. 
정계에 입문하게 된 배경 역시 조부와 연관 있다. 1963년 야권 통합을 추진하던 조부의 비서로 활동하면서 정치에 발을 디뎠다. 이후 11·12·14·17·20대 의원을 지냈다. 다만 모두 ‘비례대표’라는 특징이 있다. 그가 오랜 시간 동안 여야를 가리지 않고 ‘영입’돼 온 사실 역시 그가 지닌 정치적 중량감을 대변하는 대목이다. 과연 김 전 대표가 통합당 선대위원장직을 받아들여 ‘선거의 남자’로 부상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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