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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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프리랜서 이정석  기자] 지구 반대편, 남미 콜롬비아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터키 항공을 이용, 이스탄불을 환승한 덕에 더욱 멀게 느껴졌다. 24시간의 비행 끝에 수도 보고타에 내렸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북쪽으로 400km 떨어진 첫 트레킹 예정지는 보야카 지역의 엘 코쿠이 국립공원. 버스로 9시간이 걸리는 거리다. 아직 하늘길이 열리지 않아서 그렇다. 멀고도 험한 길. 하지만 그만큼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운 곳이어서 그럴까? 길에서 마주친 콜롬비아 사람들은 투박하지만 아름다웠다. 웅장하면서도 선이 고운 그들의 자연을 쏙 빼닮았다. 본격적인 트레킹이 시작되자 놀라움은 계속 이어졌다. 지구상에 몇 남지 않은 미지의 세계가 하나 둘 열려 나가고 있었다.

친가사 국립공원 Cingaza National Park

친가사 국립공원은 수도 보고타의 동쪽 산자락에 위치해 있다. 대도시와 가깝지만 원시 자연이 잘 보존돼 1500종 이상의 새와 안경곰 등의 서식지로 유명하다. 실제 트레킹 중 물 웅덩이 옆에서 곰 발자국을 볼 수 있었다. 이 지역은 특히 7백만 보고타 시민의 식수원 역할을 하고 있는 곳으로, 자연보호를 위해 1977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들머리로 가기 위해 작은 트럭으로 갈아타고 좁은 시골길을 10분 정도 올라갔다. 트레킹 전 관리사무소에서 교육을 받아야 한다기에 의자에 앉아 사무소 직원을 기다렸다. 다소 깐깐하게 생긴 작고 까무잡잡한 사내가 들어왔다. 지도를 보며 이것저것 설명하더니 나머지는 노래로 알려주겠단다. 그리고 시작된 우크렐레 반주의 유쾌한 하모니. 5분 정도의 짧지 않은 노래였고 스페인어 가사라 알아들을 수도 없었지만, 흥겨운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치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때 아닌 국립공원 직원의 공연으로 기분 좋게 시작된 트레킹. 오늘의 목적지는 친가사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시에차 호수Siecha Lakes이다. 지난 두 차례의 산행보다는 거리도 짧고 난도도 낮아 부담이 없다. 소풍 나온 아이처럼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이곳에선 약간 다른 모양의 프라일레혼이 보인다. 지역마다 조금씩 모양을 달리 하며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저 멀리 산을 내려오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보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자녀 부부와 아이까지 삼대가 트레킹에 나선 것이다. 쑥스러운 듯 우리와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들. 하지만 엷게 새어나오는 미소에 용기를 내 이것저것 물어봤다.

“콜롬비아에 사시죠? 어디 사세요? 여기 자주 오세요?”

“네, 아름다운 곳이고 집에서도 가까워 자주 와요. 오늘은 곰이 나타났다기에 직접 볼 수 있을까 싶어서 왔어요. 하하.”

지구 반대편에서 만난 따뜻한 그들. 콜롬비아가 더욱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다시 발걸음을 옮겨 2시간 30분 만에 시에차 호수에 도착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담스런 호수가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힌다. 호숫가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카메라에 풍경을 담는다. 셔터소리가 크게 느껴질 만큼 고요한 곳. 이번 미지의 콜롬비아 트레킹을 마무리하기에는 최적의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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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ghtseeing
라 팔마 이 엘 투칸 호텔 커피 농장 Hotel La Palma y el Tucan

올해 우리나라 커피업계에 낭보가 전해졌다.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 한국인이 처음으로 우승했다는 소식이다. 주인공은 부산에서 활동 중인 바리스타 전주연 씨. 자연스레 그녀가 사용한 커피에 관심이 쏠렸다. 보고타 서쪽, 산속 깊숙이 들어선 라 팔마 이 엘 투칸 커피농장에서 영광의 주인공, 보르본 시드라Bourbon Sidra를 만날 수 있었다. 직접 생산한 원두를 로스팅해서 전문 바리스타의 손길을 거쳐 한 모금 마셨다. 싱글 오리진 커피로 적당한 산미와 바디감, 달콤한 캔디향의 끝맛까지 밸런스가 좋다. 록스타처럼 특별한 맛이라 상품명도 ‘Rock’이라 지었다고 한다. 이 외에도 가볍고 산미가 강한 ‘Paz’와, 생두를 물에 씻지 않고 자연 건조해 산미가 적고 바디감은 좋은 ‘Libre’까지 세 종류의 커피를 시음했다. 바리스타의 설명을 들으며 맛보는 커피는 콜롬비아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호사였다. 커피 시음이 끝나고 객실을 둘러봤다. 모두 9채의 객실들은 어디에 숨어있는지 모를 정도로 숲속 깊숙이 들어서 있다. 소박한 내부에선 이질감 없는 자연을 사방으로 감상할 수 있다. 수시로 몰려드는 구름은 블라인드처럼 풍경을 가렸다가 펼쳤다가를 반복하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점심 식사로 콜롬비아 전통식인 ‘아히아꼬Ajiaco’를 맛봤다. 아히는 고추를 포함하는 다양한 음식의 총칭으로, 옥수수와 감자를 넣고 끓인 수프에 잘게 썬 닭고기와 밥, 옥수수 알갱이 등을 말아 먹는 보고타의 대표 음식이다. 쌀쌀한 날씨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구수하고 걸쭉한 국물이 마치 삼계탕처럼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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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야 데 레이바 Villa de Leyva

콜롬비아의 대표 관광지인 비야 데 레이바는 보야카 지역에 위치한 작은 도시다. 마야, 아즈텍, 잉카와 함께 아메리카 4대 문명 중 하나인 무이스카Muisca 원주민이 거주하던 장소다. 16세기 스페인 점령과 함께 도시로 확장됐고, 마을 이름은 초대 시장의 이름 Andrés Díaz Venero de Leiva에서 따왔다. 1954년 이 곳의 건축물들을 보존하기 위해 국립 기념물로 지정됐다. 호텔에 짐을 푼 뒤 곧바로 마요르 대광장Plaza Mayor de Villa de Leyva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울퉁불퉁한 골목길을 지나자 거대한 광장이 펼쳐진다. 넓이 14만㎢로 콜롬비아는 물론 남미에서 가장 큰 광장이다. 여행자는 물론 집으로 가는 학생들과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주민들까지 활기가 넘친다. 비야 데 레이바는 관광 도시답게 연간 50회 이상의 축제가 열린다. 대표적인 축제는 11월에 열리는 미식축제와 7월 재즈 페스티벌, 8월 국제 연날리기 대회 등이 있다. 광장 북쪽에는 1604년 지어진 묵주기도 성모교회Church of Our Lady of the Rosary가 중심을 잡고 서있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진 이 교회 안에는 금으로 뒤덮인 거대한 제단이 있다. 황금도시, 엘도라도의 전설은 사실이었을까?

[사진=트래블에브리띵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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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코쿠이 El Cocuy

원주민들이 거주하던 작고 평화로운 산악마을, 엘 코쿠이 역시 16세기 중반 스페인 군대에 점령당했다. 이후 곤잘로 가르시아 조로Gonzalo García Zorro 대위는 가브리엘 데 엘 코쿠이 Gabriel de El Cocuy 라는 이름으로 도시를 설립했다. 해발 2700m의 전형적인 산악마을로 아기자기한 골목과 순박한 사람들이 매력적이다. 거리를 거닐다 보면 한 가지 색이 자주 눈에 띈다. 바로 연초록색이다. 코쿠이 그린Cocuy green이라 불리는 이 색에는 평화의 의미가 서려 있다. 보수당과 자유주의자 간 전쟁이 한창이던 1868년, 당시 대통령이던 산토스 구티에레스Santos Gutiérrez 장군은 전쟁 종식을 위해 코쿠이 그린을 평화와 희망의 색으로 채택했고, 이후 마을을 대표하는 색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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