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쯤 어지럼증을 경험하지 않은 이는 없을 것이다. 대개 두통이나 몸이 허해서 또는 극심한 피로감의 탓으로 돌리는 어지럼증이지만 반복적으로 지속된다면 이는 다른 속병이 있을 경우가 많으므로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신체의 평형조정감은 눈의 시각과 귀의 평형계 그리고 몸속의 체감각계(관절계)의 세 기관이 서로 협동하여 조절한다. 이들 평형감각기와 이 감각기의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말초 신경계와 이 전달된 정보를 처리하고 신체평형 유지를 위한 조정명령을 내라는 중추신경계(뇌)의 세 부분에서 이상이 있을 때, 사람들은 어지럼증과 구토 및 오심을 호소하며 심하면 몸의 균형을 잃고 자리에 쓰러지게 된다.

이들 신체 평형조정에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으로는 뇌나 신경, 귀 등에 생기는 감염성질환과 순환계 질환, 대사성 질환, 두부외상, 뇌종양, 약물중독 등으로 매우 다양하다.따라서 병원을 찾는 40대 이상 환자의 40%에서 호소하는 이 어지럼증은 흔한 증상인 만큼 정확한 진단을 통한 원인질환 규명으로 적절한 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된다.특히 가장 중요한 평형기관인 귀는 청각기관과 함께 평형기관인 ‘세반고리관’과 ‘이석기관’을 갖고 있는데 이들 기관에 문제가 생기면 개인에 따라 격심한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그러나 특별히 해당부위의 통증이 없어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쉬워 초기 진단에 어려움 점이 많다.귓속 가장 안쪽의 청각기관인 달팽이관 앞에 위치한 귀의 평형기관인 ‘세반고리관’은 세 개의 가느다란 호스모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바로 옆의 두 개의 주머니 모양(구형낭과 난형낭)의 ‘이석기관’이 우리 몸의 평형감각을 유지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이 두 기관의 신체 평형조정 과정을 살펴보면 세반고리관내에 차 있는 림프액과 이석기관 주머니 안쪽에 부착되어 있는 칼슘결정체인 이석이 달라지는 신체 자세에 따라 변화하면서 현재의 신체 자세의 정보와 이에 따른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자세교정 정보를 중추신경계로 보내 신체의 평형조정을 이루도록 기능한다.그러나 귀의 구조적 이상이나 염증성 질환, 만성질환 등으로 세반고리관내 림프액이 순환치 못하고 관내에 가득차 내부 압력이 증가하거나 이석기관의 주머니내 이석이 떨어지면 격심한 어지럼증이 생긴다.그 중에서도 양쪽 귀의 평형기관에 부분적인 기능소실로 오는 ‘복함 감수기성 어지럼증’ (양성 돌발성 체위 변환성 어지럼증)이 가장 많은 환자 비율을 차지하고 ‘메니에르병’이 그 다음을 차지한다고 한다. 이들 두 질환에서 전자는 장년층 이상의 남녀에게서 고르게 보이는 반면 후자는 30∼40대 여성에게서 빈발하는 특징을 보인다.

일단 귓속 평형기관 문제로 어지럼증이 생기면 우선 자세가 불안정하여 보행이나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오심과 구토감을 유발할 수 있으며 심지어 청력의 손실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한쪽 귀의 평형기관의 기능을 상실한 경우 보행시 상한 귀쪽 방향으로 보행방향이 쏠리기도 한다. 더욱이 양쪽 귀의 기능을 상실하면 신체의 평형유지가 매우 불안정하고 보행이 시계추처럼 좌우로 쏠리는 갈짓자(之) 걸음걸이로 본의 아니게 주변 사람들로부터 낮술을 즐기는 사람으로 오해를 받아 마음고생을 한 이도 있다.이들 질환의 진단과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환자가 호소하는 상세한 병력청취 후 각종 귀 평형기능검사와 CT나 MRI 등을 촬영하여 정확한 원인규명이 이루어진 후 병의 진전상태에 따라 약물요법 및 물리치료 그리고 외과적 수술 순으로 진행하는데 초기 증세의 경우 약물요법만으로도 상당한 증세호전을 가져올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여러 어지럼증의 원인 중 귓속 평형기관의 이상으로 생긴 어지럼증인지를 구별하는 자가진단법은 다음과 같다. 의식이 있는 가운데 주변 환경이 빙빙 도는 회전성의 어지럼증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그 증상이 2∼3주 이상 지속되지 않을 경우(그 이상 지속될 경우에는 여타 질환에 의한 타 기관에 이상이 있을 경우가 높음)에는 귓속 평형기관의 질환으로 의심하고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한번 기능이 상실된 귓속 평형기관의 복원은 불가능한 만큼 평소 어지럼증을 예방하기 위한 과로와 스트레스 부담을 피하는 한편 과음과 흡연 자제와 너무 짜고 단 식단을 피하는 생활 습관의 조성이 필요하다.순환장애에 의한 어지럼증도 가장 흔한 원인중 하나다.뇌로 가는 혈액순환이 부적절하면 현기를 느끼게 된다.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서면 잠시 현기를 느끼게 되는 것도 당시에 잠깐 동안 혈액순환에 저해되기 때문이다. 전정기관이 있는 귓속으로의 혈액순환이 장애가 발생하면 주위나 자기 몸이 빙빙 도는 것 같은 회전성 현기증이 나타난다. 귓속은 약간의 순환장애에도 매우 예민하게 반응하며, 위에서 열거한 원인들이 마찬가지로 작용하게 된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날 때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이러한 종류다. 동맥경화에 의해 생길 수 있고, 고혈압, 당뇨, 고지질혈증 환자에게서 자주 생긴다.때때로 불충분한 심장기능이나 빈혈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특히 니코틴이나 카페인 같은 약물은 뇌혈류를 감소시킨다. 과도한 염분도 혈류저하를 야기시킬 수 있다. 간혹 감정적 압박, 불안, 압박에 의한 동맥 수축에 의해서도 혈류저하가 생긴다.알레르기와 신경학적 질환으로도 어지럼증이 생긴다.

어떤 사람은 먼지, 화분, 곰팡이, 인설 같은 음식이나 공기 중 물질에 노출될 때 어지러움, 현기증을 경험하기도 한다.다발성 경화증, 매독, 종양 같은 많은 신경의 질환이 흔하지는 않지만 어지러움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감염에 의한 어지럼증도 있는데 바이러스감염이나 당뇨병에서와 같은 미세혈관장애에 의하여 전정신경 분지가 변성을 일으켜 오심, 구토와 함께 수 주 이상 지속되는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것은 가족적이나 집단으로 생기고, 특히 이른 봄이나 초여름에 유행성으로 발생하여 바이러스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자료제공 : 세브란스 병원, 경희의료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