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면서 사람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 출근하던 직장이 당분간 문을 닫아 재택근무를 하고, 학교에 가야 할 아이들은 집에 머물고 있다. 주말마다 모이던 예배당도 문을 닫아 걸었고, 공연장에도 사람이 모일 수 없어 온라인으로 무료공연을 해주는 사례들이 생기고 있다. 야구도, 축구도, 배구도, 농구도 경기 재개 휘슬이 울리려면 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멈추지 않은 삶도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도 결국 연기되지 않고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를 연기하자는 주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쟁통에도 선거는 치렀다”는 반박에 눌리는 기색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선거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4월25일에 치러졌다.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상황에서도 서울, 경기, 강원, 전북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정상적으로 투표를 하고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국가에서 선거를 연기 또는 포기한다는 것은 함부로 선택하기 어렵다. 선거라는 이벤트를 통해 민주주의는 연속성을 얻고 자유세계의 시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세상이 온전할 것을 믿게 된다. 선거 연기는 일상이 무너진 세상에서 우리가 사는 세상의 마지노선이 허물어졌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결정권을 가진 대통령 입장에서는 최악의 상황이 닥친다 해도 선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우여곡절 속에 치러지는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현역 의원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선거제도 자체가 도전자에게는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현역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구실로 유권자를 만나고, 후원금을 걷고, 의정보고서를 자유롭게 뿌린다. 도전자들은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나서야 공개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이 가능하다. 그 전에 비슷한 행위를 했다가는 사전선거운동의 늪에 빠진다.

가뜩이나 도전자들 입장에서 쉽지 않은 선거환경에 코로나19 사태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후보의 발목을 잡았다. 전염의 위험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명함 한 장 나눠주기 어렵게 되었고, 유권자를 만나러 밖으로 나가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침, 저녁으로 피켓을 들고 출·퇴근 인사를 하고 페이스북에 홍보글 올리는 것이 선거운동의 전부가 되어버렸다는 하소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인지도와 호감도가 당락을 결정하는 선거에서 도전자가 승리를 엿보려면 열심히 발품을 파는 수밖에 없다. 선거법에 묶이고 코로나19에 발목 잡혀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 기적적인 승리는 상대의 실책과 준비 부족, 어떤 상황에서도 질 것 같지 않은 행운과 단판승부에 목숨을 건 선수들이 필요하다. 축구에서 스몰클럽이 빅클럽을 이기는 ‘자이언트 킬링’이 토너먼트 경기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은 그 경기가 그 팀에게는 마지막일 수 있는 단판승부이기 때문이다.

선거운동에 나선 후보자가 코로나19 때문에 유권자를 못 만나겠다는 소리는 게으름에 대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선거운동은 하루하루가 육체와 정신을 갈아 넣는 과정이라 쉽게 지치고 많은 갈등이 일어난다. ‘이제 뭐 하지?’하는 의문이 들면 코로나19가 핑계를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와중에도 굴하지 않고 아침, 저녁 출근인사에 나서고 지역구를 끊임없이 배회하며 눈인사라도 멈추지 않는 후보들이 있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평상심과 권력의지의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유권자를 만나야 한다. 결국 그런 후보가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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