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체트병이란 용어는 생소하지만, 구강궤양이 있다면 의심해볼 만한 병이다. 베체트병은 터키의 피부과 의사 훌루시 베체트가 발견해 지어진 이름이다. 베체트는 1937년 독일 의학학술지에 입안과 생식기 주변에 궤양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눈에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환자 사례를 보고해 세상에 처음으로 베체트병을 알렸다. 이 병은 전 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를 비롯, 지중해 연안, 중동지방 등 극동지방에 많이 발생해 ‘중동지방에서 중국으로 문물이 오가던 비단길’을 따다 ‘실크로드병’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발생률을 보면 터키에서 인구 10만명 당 80~370명이 이 병을 앓고 있고, 일본에선 인구 10만명 당 약 13.5명, 영국에서는 인구 10만명당 0.64명이 이 병에 걸리는 것으로 보고된다.

발생연령은 15~45세 사이에 가장 많이 발생하며 남자와 여자환자의 비율은 거의 비슷하다. 베체트병의 원인은 아직 알려져 있지 않으나 전세계적으로 일부 지방에서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바, 알려지지 않은 병원체나 특별한 물질이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의 t-임파구와 다형핵백혈구의 기능에 이상을 일으켜 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병원체로는 단순포진바이러스나 연쇄상구균이 발병과 관련돼 있지 않나 추측되는데 아직 확인된 바는 없다. 또한 다른 원인으로는 ‘hla-b51’과 연관되지 않았나 추정된다. 사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고 수많은 세포로 이뤄져 있는데 이런 세포의 표면에는 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튀어나와 있다. 이중 한가지인 ‘hla-b51’이 정상인에서는 약 8%에서만 나타나지만, 베체트병 환자 중에서는 50~60%에서 나타난다. 따라서 이 ‘hla-b51’이 베체트병과 연관이 있으리라 추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베체트병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큰 지장없이 살아갈 수 있다.

또 해가 가고 10년 이상이 지나면 증상이 아주 서서히 완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눈에 포도막염이 발생한 환자는 약 20%가 실명할 수 있고,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심한 증상을 나타낸다.또 발생연령이 낮을수록 증상이 심하다. 베체트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데, 이 경우 동맥염의 합병증인 동맥류가 파열하거나 위장관 천공이나 뇌 기능이 장애를 일으켜 죽음을 불러오기도 한다. 베체트병의 증상으로는 구강궤양이 가장 흔하다. 모든 베체트병 환자에게서 관찰되며, 혀 주위 입안 점막이나 입안 깊은 곳인 후두 주위 등 입안 어느 곳이나 발생한다. 궤양의 크기는 대부분 1cm 이내이며 두 세개 정도가 가장 많고 드물게는 10개 이상도 관찰된다. 초기에는 작은 돌기로 시작해 점차 커지면서 점막이 파이고, 궤양의 바닥에 하얗거나 약간 누런 막이 형성되며 통증을 유발한다.1~2주가 지나면 없어졌다가 수주일 후 또는 수개월 후에 다시 재발하기도 한다. 생식기 주변에 발생하는 생식기궤양 증상도 흔한 증상으로 구강궤양과 비슷한 궤양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남성에게는 음낭에 가장 많이 발생하고 음경에도 발생한다.

여성은 외음부에 가장 많이 발생해 통증을 수반하고 생리직전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드물게는 항문 주위에도 발생한다. 50~80% 정도는 피부에서 발생한다. 여드름 모양의 피부염이나 얼굴이나 상체에 발생하고, 5mm 미만의 고름이 잡힌 병변이 관찰되기도 한다. 홍반성 결절은 가장 많은 피부증상인데 주로 무릎 아래에서 발생하고 1~2cm 크기의 붉은 색을 띠는 작은 덩어리가 피하에 발생해 통증을 일으킨다. 며칠이 지나면 갈색으로 변해 부은 것도 가라앉고 통증도 사라진다. 이런 증상은 반복적으로 재발한다. 눈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흔하다. 환자의 약 50%가 눈에서 발생하며 일본에서는 성인 시력상실의 가장 큰 원인이다. 눈의 통증, 눈부심, 눈물, 발적, 시력장애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눈의 포도막의 앞쪽에 염증이 발생하면 전방포도막염이라 부르는데, 이때는 시력 장애는 거의 없으나 발적과 통증이 심하고 후유증으로 백내장, 유착증이나 녹내장이 발생할 수 있다. 눈의 포도막의 뒤쪽에 염증이 발생하면 후방포도막염이라 부르며 이때는 망막출혈, 망막삼출과 망막혈관이 막혀 망막의 일부가 죽는 망막경색이 발생해 시력장애가 온다. 합병증으로 시신경 위축으로 시력상실이 발생할 수 있다.

관절염도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50%에게서 발생하며 관절이 반복적으로 붓고 아프고 무릎, 발목, 손목과 팔꿈치에 잘 발생한다. 이때의 관절염은 관절이 지속적으로 아프지 않고 일시적,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며, 심한 경우엔 오래 지속하는 경우가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과 달리 관절의 연골이나 골이 파괴되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 베체트병에 걸리면 이상초과민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주사바늘을 무균적 상태에서 피부 내에 찌르면 14~28시간 후 그 부위가 벌겋게 부풀어 오르거나 고름이 생기는 현상인데, 특이하게 베체트병에서 관찰된다. 중동지방이나 일본에서는 환자의 약 60%에서 관찰된다고 하나 한국에서는 약 20% 이하에서 관찰된다. 한국이나 일본에선 약 30%의 환자가 나타내는 위장관 증상은 중동지방에선 드물게 나타난다. 복부의 오른쪽 아래 부분에 통증이 발생하는데 이것은 소장의 끝부분과 대장이 시작되는 부분에 입안에 발생하는 것과 같은 궤양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심하면 출혈을 일으켜 대변이 검게 나오는 혈변이나, 장에 구멍이 뚫리는 천공이 발생해 위험하게 되는 경우도 드물게 발생한다. 환자의 약 25%에서 관찰되는 혈관염은, 정맥염이 동맥염보다 더 자주 발생한다. 정맥에 염증이 발생하면 정맥벽이 두꺼워지고 염증세포가 침입하게 되고 혈소판이 모이게 되어 혈액이 굳어지는 혈전이 발생하여 혈규가 막히게 된다. 장딴지에 잘 발생해 장딴지가 붓고 통증이 발생한다. 심한 경우엔 복부에 있는 굵은 대정맥이 막힐 수도 있다. 동맥염은 대동맥이나 폐동맥에 발생할 수 있다. 인제의대 가정의학과 김철환 교수는 “이런 증상이 몸에 나타난다고 해 베체트병을 의심하기는 어렵지만 동일 증상이 반복된다면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료제공: 서울백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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