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역할 분담으로 부딪침 줄여 단점 보완해야

 

코로나19로 매출이 하락하면서 인건비를 줄이려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가족 혹은 부부창업이 다시 각광받고 있다.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지만, 창업은 부부관계까지 깨질 수 있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최고의 파트너가 되느냐, 가장 가까운 웬수가 되느냐. 부부창업을 성공시키는 디테일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부부가 함께 일하면 의견 차이로 다툴 일이 많다. 경영자와 직원관계는 상하가 있어 의사결정이 쉽지만, 부부는 서로를 대등한 관계로 여기므로 잦은 다툼으로 이어진다. 중요한 일에 대한 의견차이도 있지만, 부부는 객관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힘들어 평소 부부관계의 습관에 의해 사소한 일이 큰 일로 되는 경우도 많다.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고 각자 맡은 분야를 책임지면 다툴 일이 줄어든다.

경기도 용인에서 규동전문점 ‘오니기리와 이규동’을 운영하는 김유준(54), 김수경(51) 부부. 2010년 창업을 시작해서 10년째 함께 식당을 하고 있다. 12시간 가까이 작은 매장에서 함께 있다 보면 아무리 성격 좋은 부부라도 부딪치지 않을 수 없다. 창업 초기에는 스타일이 달라서 수시로 부딪쳤다. 또한 초기에는 주방 일을 익히기 위해 두 사람이 모두 조리를 했다. 방송국 직원 출신으로 조직생활 경험이 많았던 남편은 정확히 매뉴얼을 준수하기를 바랐고, 요리하던 습관이 남아 있던 아내는 손맛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부 모두 자영업이 처음이라 요령도 없고 하나부터 열까지 적응하느라 힘든데, 부부가 서로 합도 맞춰야 하니 두 배로 어려웠다.

그러다가 식당 일이 손에 익자 김사장 부부는 역할 분담을 확실히 했다. 아내 김수경 씨가 주방에서 메인 역할을 하고 김유준 사장을 배달 일을 주로 했다. 부부가 안과 밖을 확 휘어잡으니 음식 맛과, 고객서비스도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게 됐다. 부부가 중심을 잡고 운영하니 갑자기 직원들의 결근 상황이 발생해도 흔들리지 않고 매장이 안정화됐다.

초창기 자주 싸울 때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은 작은 매장이라도 혼자서는 대처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나보다는 둘이 낫다는 생각이다.

문제 발생 시 일단 피하고 나중에 대화하라 

의견 차이가 생길 때 대화를 통해 풀지 않으면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다. 매장에서 생긴 작은 문제들이 그 동안 쌓인 집안 문제나 과거의 행동에 대한 서운함까지 이어져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성공한 부부사업가들은 부부간에 대화가 없으면 그 사업은 끝난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경기도 부천에서 10년째 ‘티바두마리치킨’을 운영하는 김순균(60) 유미랑(55) 부부도 마찬가지다. 김순균 사장 부부도 주방은 아내 유미랑 씨가 맡고, 홀과 배달은 김순균 사장이 맡는 등 역할 분담을 확실히 하고 있다. 치킨 가게 포함해서 함께 자영업을 한 지 30년이 넘기 때문에 눈빛만 봐도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그래도 끊임없이 서로의 의견을 듣고 조율해나간다. 그러나 음식점 운영이라는 게 어디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른다. 요즘처럼 코로나19로 매출이 줄어 서로 예민해질 경우에 컴플레인이라도 들어오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부딪칠 수밖에 없다.

김순균 사장의 대화법은 다툴 소지가 있는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오히려 잠깐 서로를 피한다. 감정이 고조될 때 대화하지 않는 것이다. 대신 감정이 좀 가라앉은 후 퇴근한 뒤 집이나 커피숍 등의 장소에 가서 문제점에 대해 서로 충분히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하지 ㅇ낳으면 누적된 불만이 엉뚱한 곳에서 터진다. 감정이 진정된 후 제3의 공간에서 차분하게 대화를 나누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서로 잘못 이해한 부분을 해소하므로 나쁜 감정이 쌓이지 않는다.

서로의 문제점은 지적하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라 

‘티바두마리치킨’ 김순균 사장은 매장을 10년째 운영하다 보니 이제 완성된 치킨 요리만 봐도 ‘잘 나왔다’, ‘못 나왔다’를 알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치킨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아내 유미랑 씨에게 “이건 아니다”, “다시 조리해라”라고 단호히 말한다. 아내 유미랑 씨는 처음에는 남편이 요리에 대해 지적했을 때 당황하고 기분이 상하기도 했지만 이건 직장에서 상사가 문제점을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하자 편하게 넘길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문제점을 지적할 때 ‘왜 이렇게밖에 못 만들어’ 등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투나 단어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작은 가게라도 하나의 작은 회사라고 생각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서로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대화술과 마찬가지로 발생한 사실에 대해 객관적인 말을 하는 게 중요하다. ‘왜 그렇게 덜렁대는 거야’, ‘제대로 하는 일이 없네’, ‘항상 그러는군’, ‘정신 좀 차려’ 등등 상대에 대한 기분 나쁜 감정을 드러내는 말투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도 부부가 함께하면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고 외로움을 덜어줘 어려운 일을 더 쉽고 행복하게 만들기도 한다.

원주에서 실내 환경개선서비스 사업 ‘반딧불이’를 운영하는 이현우 사장은 아내와 함께 일을 한다. 흔히 부부 창업은 득보다 실이 많다고 얘기하지만 이 사장은 반대다. 철저한 역할 분담만 하면 이보다 더 좋은 파트너가 없기 때문이다. 이 사장은 다른 사업자들에 비해서 고객 만족도가 매우 높다. 그래서 만족한 댓글이 많고, 기존 고객에 신규 고객 소개도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다. 비결은 대부분 남편 혼자 하는 1인 소호 사업자들과 달리 부부가 함께 해서 서비스 품질을 높이기 때문이다.

전화 영업과 시공 등의 메인 일은 사장이 맡고 아내는 블로그 마케팅과 사무보조 역할을 한다. 시공을 위해 출장을 갈 때도 부부가 함께 움직인다. 차 안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 데이트를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친한 친구와 여행 가는 기분도 든다. 시공 현장에서도 아내는 남편이 보지 못하는 디테일까지 챙긴다.

가령 신규 입주 아파트의 새집 증후군을 시공할 때는 아내가 아파트 하자까지 찾아서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고객만족도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기계를 사용해서 시공하므로 대기 시간이 길다. 긴 시공 시간을 함께 기다리고 함께 움직이면 외롭지도 않고 일이 쉽게 느껴진다. 아내가 가정과 일을 병행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단점도 있다. 하지만 아내의 도움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고 부부가 함께 하니 행복지수가 더 높다.

 

<이경희. 부자비즈 운영자. K프랜차이즈 리더과정 주임교수,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프로슈머전략가이자 마케팅 트렌드 창업 프랜차이즈 컨설턴트. 저서로 ‘이경희 소장의 2020 창업트렌드’, ‘CEO의탄생’, ‘내사업을 한다는 것’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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