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대표제도는 정당의 득표율에 비례해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선거 제도로서 각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의 비율만큼 의회 구성에 반영하는 제도이다. 더욱이 지역구 국회의원에서 결여될 수 있는 입법기관의 전문성과 다양성을 보완하기 위한 측면도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비례대표제도는 1963년 실시된 제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처음 도입되었다. 당시에는 지역구 투표를 정당투표로 합산하는 1인1표 비례대표 방식이었기 때문에 소수 및 원외 정당이 진출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2004년 1인2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바뀌면서 민주노동당이 국회에 처음으로 진출하게 되었고, 이후 정당별 비례대표 후보 선출 과정 또한 전문성과 다양성 원칙이 보장되도록 개선돼 오면서 비례대표제도는 서서히 목적에 부합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새로이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는 제도 도입의 취지와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오로지 당선의석수만 따지게 된 싸구려 선거제도로 전락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에서 시작된 위성정당 논란은 여당인 민주당마저 합류함에 따라 온갖 잡탕밥 선거가 되어가고 있고, 급기야 이낙연 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의 유감 표명, 한선교 미래한국당 대표의 사퇴 등 황당무계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호에서 3%의 의미에 대해서 다룬 적이 있다. 3%가 가져오는 국가적 이익은 사회의 다양성이 국회의 제도권 내에서 갈등 해소로 이어지는 것이다. 

과거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처음 도입된 여성 할당제도도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에게 높았던 진입장벽을 의무적으로 낮춤에 따라 여성의 국회 진입은 수월해졌고, 이후 여성에 대한 차별 해소와 의식 변화에 큰 역할을 해 왔다. 

이처럼 비례대표제도의 순기능을 묵사발 만드는 거대 양당의 행태에 국민의 회초리가 필요할 때다. 사회적 다양성이 무시되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제도권의 빠른 변화만이 답이다. 다당제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의 바른 안착이 빠른 변화의 시작인 셈이다. 

선거에서 선택은 국민의 몫이다. 정당은 선택지를 올바르게 내놓아야 할 것이다. 가치 없이 의석수에 연연한 무원칙적인 통합과 연대는 색이 없는 비례대표제를 만들 것이다. 다양성이 없어진 비례대표제는 무색, 무취 존재가 희미한 제도가 된다. 어떤 정책이든 도입 초기 많은 진통이 이어진다. 하지만 기본 가치와 원칙을 세우지 않으면 도입 자체가 무의미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코로나19라는 중대한 국가적 위기 상태에서 치러지는 선거라는 이유로 국민의 의사가 무시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정당의 설립 취지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가 중요하다. 이를 잘 살펴보는 것을 포함해서 어떤 정당이 사회의 다양성을 보다 잘 대변하는지에 대한 판단과 선택은 이제 현명한 국민들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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