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ㆍ심판청구서 입수] ‘42억 기부하다 27억 세금 폭탄’ 백범 김구 가문...국세청 전면전
[단독ㆍ심판청구서 입수] ‘42억 기부하다 27억 세금 폭탄’ 백범 김구 가문...국세청 전면전
  • 이범희 기자
  • 입력 2020-03-20 17:23
  • 승인 2020.03.20 19:00
  • 호수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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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황필상 박사 추징사례[200억 기부했더니 225억 세금 폭탄]와 유사해

 

조세심판청구서
조세심판청구서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백범(白凡) 김구 선생 가문이 해외 대학에 기부한 42억 여 원이 상속세 및 증여세 부과처분을 받았다.

부과된 금액은 27억 여 원이다. 김구 선생의 차남인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2016년 5월 19일 사망)이 생전 백범 김구 선생기념사업회 회장을 지내면서 42억여 원을 미국의 하버드 대학, 대만국립대학교 등 해외 명문대학과·뉴욕한인회·공군의 하늘사랑 장학재단 등에 기부했다고 한다.

하지만 국세청은 김신 전 총장의 상속인들에게 증여세 18억 원과 상속세 9억 원을 연대납부 하라는 고지서를 보냈다.

결국, 상속인들은 이에 불복해 국세청에 조세심판청구서를 제출했고 향후 그 결과에 따라 재판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해 열린 2019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안에 대한 질의가 있었다.

당시 김현준 국세청장은 “(이번 사안과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개선) 의견을 내겠다”고 답했지만,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일각에서는 2017년 4월께 대법원 판결이 난 황필상 박사의 추징사례[박스기사 참조]와 유사하다며 기부 문화에 찬물이 끼얹는 것 아니냐며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한다. 일요서울은 김구 선생 가문 측이 신청한 ‘심판청구서’를 입수, 관련 사실을 보도한다.

 ‘기부금에 세금 폭탄 부과하면 누가 기부하느냐’ 기부문화 위축 우려
 세무당국 “심리 지켜봐야”ㆍ조세심판 “법리 해석 필요, 세밀히 검토 중”


일요서울이 고 김신 전 총장의 상속인이 제출한 ‘조세심판청구서’를 입수 검토했다. 이에 따르면 김신 전 총장은 독립기념관 초대 이사장과 사단법인 백범 김구 선생 사업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미국 및 대만에 소재한 여러 대학에 기부 활동을 했다. 사망하기 전까지 해외에 기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미국 하버드대학(2006년부터 2014년까지·총 9회·2억900여만 원) ▲미국 브라운대학(2006년부터 2015년까지·총6회·2억9400여 만원) ▲미국 터프츠대학(2007년부터 2009년까지·총3회·3억2000여 만원 ▲미국 뉴욕한인회 (2014년·1회·11억 여원) ▲대만국립대학(2016년·1회· 22억7600여 만원)등 총 42억2645만500원이다.

미국ㆍ대만 등 우호증진 위해 기부금 내놔

김신 전 총장의 기부금은 한국과 미국 그리고 대만과의 우호증진 및 학술·문화 교류를 위해 각 나라의 유명한 대학에 장학금·학자금 및 김구포럼, 김신포럼, 김구도서관, 김신chair 등 각종 대한민국 알리기 프로그램을 설치, 운용비용 등을 충당하기 위한 목적으로 쓰였다고 한다. 또한 미국거주 한국인의 애국심 고취를 위해 뉴욕 한인 단체에도 기부를 했다. 이는 항일 투쟁의 역사와 대한민국을 알리기 위한 애국 활동으로 국가에서 해야 할 임무를 개인의 재산을 털어 집행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김신 전 총장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측은 납세자 의견서를 통해 “(이러한) 해외 대학 등 단체에 보낸 기부금은 피상속인의 사적인 이익 목적 없이 대한민국의 위상확립과 국가 간 관계발전을 위해 사회지도층 인사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했던 것이므로 피상속인은 증여세 신고를 하지 않았으며 과세관청에서도 2006년 10월부터 2016년 5월에 걸친 기부 사실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 처분한 사실이 없다”며 “(나아가)해외대학 기부금에 대해 피상속인에게 증여자의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하거나 통지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과세관청은 피상속인에게 상속개시일까지 증여자로서 연대납세의무를 통지한 바 없고 이후 상속세 조사 시점에 이렇게 피상속인에게 증여세 연대납세의무가 있으니 상속인에게 승계돼야 한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이 부당하므로 납세의무 승계된 것으로 보는 결정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진 씨 등이 각 대학의 송금 내역서·회신문, 김신 전 총장의 기부를 보도한 대만 현지 기사 등을 국세청에 제출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김진 씨 등은 청구인의 주장(요약)을 통해 “증여자 연대납세의무는 수증자에 대한 납세의무가 확정되고 증여자에게 연대납부의무 지정 및 통지가 있어야 발생하는 것으로서 상속 개시 당시 발생하지 않은 증여자의 연대납부의무를 상속인에게 승계시킨 이 사건 과세처분은 위법·부당하다”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국세청은 김신씨 측에 심판중인 사건에 대해 예규질의를 받아보라는 황당한 제안을 했다고 전해진다.

2019년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는 거론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국정감사에 질의자로 나선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대구 동구을)은 “백범 일가에 대한 과세가 시행령 입법 미비로 문제가 됐는데 이를 개선할 의지가 있느냐”고 물었고, 이에 대해 김현준 국세청장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개선) 의견을 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깜깜무소식이다.

불복 중인 사안…면밀한 검토 필요

다만 이 건을 조사한 세무당국은 원처분 개요를 통해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조사청)은 2006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대한민국 위상을 높이고 국가 간 학술교류를 통한 우호증진을 위해 자신의 국내 예금을 찾아 국립대만대학교 등 5개 비거주자에 42억2000여 만원을 기부한 후 증여세 과세표준 신고를 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과세자료를 용산세무서(처분청)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처분청인 용산세무서는 조사청에서 통보한 과세자료에 따라 2018년 10월께 김신 전 총장 상속인들에게 상속세 및 증여세 21건 합계 27억 여 원을 결정을 알리면서 연대납세의무자로 지정·통지했다. 국세청은 김신 전 총장이 해외 대학에 적절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기부했다는 이유로 증여세와 상속세를 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조세심판원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최근에) 내부적으로 회의를 진행한 바 있다”며 “법리판단이 필요해 재차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통상적으로는 90일 이내에 (관련 내용에 대해 알려야 하지만) 법리 판단이 복잡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사를 담당했던 세무공무원은 현재 퇴직한 상태이며, 이 업무를 인계받은 담당관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재 불복 중인 사안이라 특별히 대답할 것은 없다”"며 “사안을 지켜보고 있다”고만 했다.

[뉴시스]
김구 주석이 1945년 12월 19월 서울운동장에서 열린 ‘대한민국임시정부 개선전국환영대회’에 참석하여 이승만(李承晩) 독촉중협 총재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미디어한국학 제공)

한편 김구 선생은 아들 둘을 뒀다. 장남은 부친을 도와 항일투쟁 활동 중인 1945년 3월 중국에서 병사했다. 차남인 김신도 독립운동을 했고, 중국 공군사관학교를 나와 광복 후 공군 장교로 임관한 뒤 6·25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전쟁 중 주일미군으로부터 한국 첫 전투기인 무스탕 10대를 인수한 공군 조종사 중 하나였다. 이후 공군참모총장을 거쳐 대만 대사, 교통부 장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김신 전 총장의 상속인들은 장남 김진 씨를 포함 3남 1녀다.

 

‘200억 기부했더니 225억 세금 폭탄?’ 기구한 황필상 박사
대법원 “없던 일로” 더 충격

선의의 기부를 했다가 세금 폭탄을 받은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대법원 판결에서 ‘착한 기부엔 세금 폭탄 없다’는 취지의 결론을 끌어냈지만 소송 기간 당사자의 고충과 주식 하락에 대한 피해 보상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소송 기간 기부자는 고액체납자라는 오명을 쓰기도 했다.

그 주인공은 고 황필상 박사다. 그는 고등학교도 겨우 졸업할 정도로 가난한 유년기를 보냈다. 1973년 26세 늦깎이로 아주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했다. 프랑스에서 국비 장학생으로 공부하며 박사 학위를 땄고, 1984∼1991년에 한국과학기술원(현 KAIST) 기계공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황 박사는 1991년 생활정보신문(수원교차로) 창업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의 갖은 노력 끝에 수원교차로는 140명의 직원이 매일 220면을 발행하는 건실한 사업체로 거듭났다.

황 박사는 2002년 아내와 두 딸을 설득해 보유한 수원교차로 주식 90%(10만 8000주)를 모교 아주대에 기증했다. 시가 177억여 원에 달하는 큰 액수였다.

학교는 `황필상 아주 장학재단`(현 구원장학재단)을 설립, 전국의 대학생들에게 장학금 및 연구비를 지원했다. 2008년까지 아주대와 서울대 등 19개 대학, 733명의 학생에게 41억여 원 상당이 지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2008년 황 박사의 기부를 문제 삼아 재단에 140여억 원을 증여세로 부과했다.

이 과정에서 황 박사는 연대납세자로 지정돼 약 20억 원의 개인재산을 강제집행 당하기도 했다. ‘고액 체납자’ 리스트에도 올랐다.

재단은 2009년 "명백한 장학지원 활동과 투명한 운영이 드러나 있는데도 거액의 세금을 부과한 것은 잘못"이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황 박사의 기부를 증여세를 회피하려는 의도로 볼 수 없다며 장학재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황 박사의 경제력 승계 위험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수원세무서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그는 복수의 매체를 통해 순수한 마음으로 기부한 것이고, 차라리 기부를 되돌리고 싶다며 울분을 토해냈다. 그러나 2017년 4월 대법원은 황 박사 또는 황 박사와 재단이 기부된 주식을 발행한 회사(수원교차로)의 최대주주로 평가할 수 있는지를 두 대목으로 따지고서 막대한 증여세 부담을 안긴 것은 부당하다는 결론을 냈다. 주식 5% 초과 기부라도 최대주주가 아니면 과세는 잘못이라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최대주주인지 판단 기준 시점은 기부 뒤로 봐야 한다”고 제시했다. 주식 5% 초과 시 증여세 부과 입법 취지는 출연 후 증여세 부담 없이 공익법인을 통해 회사를 지배하는 편법을 막겠다는 차원이라는 것이다. 황씨가 주식 대부분을 기부함으로써 최대주주 지위를 잃었으면 재단을 회사 지배수단으로 삼을 수 없다고 봤다.

황씨가 재단 정관 작성이나 이사진 선임 등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특수관계’인지도 따졌다. 황 씨는 이런 재단 설립 초기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기부자의 선의를 배제하고서 공익법인을 악용한다고 낙인을 찍는다는 것은 합헌적 해석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판단 배경도 설명했다. 이는 주식 기부에 따른 증여세 부과와 관련해 판단 기준을 제시한 첫 판례가 됐다.

한편 그는 자신의 시신을 병원에 기증하며 마지막 길에도 나눔을 실천했다. 황 박사는 2018년의 마지막 날(12월31일) 별세했다. 향년 71세다. 황 박사는 1994년 아주대 의료원에 시신 기증 서약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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