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연합정당, ‘시민을 위하여’ ‘친문’ 다수 국회 입성 예고 

[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4·15 총선에서 처음 도입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발판으로 삼아 친문(친문재인) 세력 다수가 국회로 밀려 들어올 조짐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있는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정당과 열린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에 친문 인사들을 다수 포진시키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범여권은 주도권 다툼을 벌이며 정면충돌하고 있다. 동시에 ‘친문 위성정당’ ‘사천’ 논란까지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의 ‘친문’ 매몰 행태가 중도층으로의 외연 확장을 막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플랫폼정당 시민을위하여(가칭)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평화인권당, 더불어민주당 과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을 체결하고 6개의 정당이 하나의 비례연합정당이 되었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플랫폼정당 시민을위하여(가칭) 우희종·최배근 공동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자환경당,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평화인권당, 더불어민주당 과 함께 "비례연합정당 협약"을 체결하고 6개의 정당이 하나의 비례연합정당이 되었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연합정당 + 열린민주당, 20석 이상 확보 가능” 전망도 나와
-여당, ‘정치연합’보다 ‘개국본’ 손잡아 양정철 배후설까지…

미래통합당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비례대표 의석 석권을 저지할 민주당의 구상이 실체를 드러냈다. 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꼼수”라고 공격을 퍼붓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강하게 부인했던 민주당은 최근 전당원 투표를 거쳐 범여권의 비례대표 연합정당 참여를 결정했다. 

민주당은 이후 곧바로 연합정당 구성 작업을 주도하며 참여시킬 정당 선별에 나섰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시민사회계 원로들이 모인 정치개혁연합(정개련)이 아닌 플랫폼 정당 ‘시민을 위하여’를 연합정당 파트너로 공식 선택했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시민을 위하여’와 함께 기본소득당, 시대전환, 가자환경당, 가자평화인권당 등 4개 정당과 협약을 체결했다.

연합정당 플랫폼 ‘개국본’ 주축 ‘시민을 위하여’ 결정

‘시민을 위하여’는 지난해 ‘조국 사태’ 당시 ‘조국 수호 집회’를 이끌었던 ‘개싸움 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주축이 된 정당이다. 연합정당에 참여하는 원외 4개 정당은 이름조차 생소한 신생 정당이 대부분이다. 가자평화인권당은 2016년, 나머지 세 당은 1∼3월 창당했다. 

민주당이 당초 연합정당 구성을 제안했던 정개련이 아닌 ‘시민을 위하여’를 연합정당 플랫폼으로 결정하고 다루기 쉬운 소수정당들을 들러리 세운 것은 ‘친문’ 위성정당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연합정당에서 소수정당에게 돌아갈 의석은 정당별 1석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사실상 연합정당이 민주당 독자 위성정당인 ‘비례민주당’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친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 이해찬 대표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 받아 연합정당 관련 협상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 원장과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 전략과 공천 전반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들이다. 

민주당의 이번 공천은 비문이 대거 탈락하고 ‘친문 불패’를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 사람의 협상 주도는 연합정당에 친문 인사가 대거 배치될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연합정당에서 배제된 정개련은 민주당이 친문·친조국 성향의 ‘시민을 위하여’와 처음부터 위성 정당을 계획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민주당 지도부의 사과와 양정철 원장의 교체 및 징계를 요구했다. 

정개련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양정철 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을 거론하며 “그들이 보인 태도는 매우 일방적이고 연합정당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으로 일관했다”며 “통과 의례처럼 수순만 밟고, 자기들 통제 하에 있고 성향 자체가 친문, 친조국이라고 불리는 시민을 위하여와 처음부터 위성정당을 계획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위성정당, 양정철의 잔머리로 처음부터 민주당에서 만든 것”이라며 “무슨 근거에선지 진보니, 중도니 다 필요 없고, 자기들 핵심 지지층만 데려가도 된다고 믿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열린민주당의 주축인 손혜원(왼쪽) 무소속 의원과 정봉주(오른쪽) 전 의원 [뉴시스]

‘대깨문’ 다수 포진 열당, 최강욱 황희석 등 후보 추천

흔히 ‘대깨문(머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고 불리는 강성 친문 인사들이 포진해 있는 비례정당 열린민주당은 지난 17일 비례대표 후보 추천 신청을 마감했다. 열린민주당은 손혜원 의원과 정봉주 전 의원이 이끌고 있다. 

열린민주당은 그동안 당원 1000명으로부터 비례대표 후보로 3명씩 추천 받았다. 당원 다수로부터 추천을 받은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후보자 명단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시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전 비서관의 경우는 지난 16일 사의를 표명한 이후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이 거론됐었다. 

또 김진애 전 의원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대구에서 봉사활동을 한 서정성 안과 전문의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원들 다수가 조국 전 장관을 추천했지만 조 전 장관은 열린민주당 측의 공천 참여 제의에 거절의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국종 전 아주대 권역외상센터장, 정연주 전 KBS 사장,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정준희 교수도 당원들의 추천을 받았지만 공천 참여를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단 김 전 대변인은 합류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한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손혜원 의원, 정봉주 전 의원과 봉준호 영화감독, ‘피겨여왕’ 김연아,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를 추천한 당원도 있었다. 

일부 언론에서는 공천위원장을 맡은 손 의원이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진형 전 대표를 응원하는 글을 올리거나 공유하면서 ‘이미 결론은 다 정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사천(私薦)’ 논란이 일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여권이 친문 비례정당 실무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노무현재단 유시민 이사장은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 연합정당과 열린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석 이상을 확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 17일 재단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에 출연해 “열린민주당이 (정당득표율) 3%는 분명히 넘을 것 같다”면서 “연합정당과 합치면 교섭단체가 되는 것은 일도 아닌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정의당 잇딴 ‘비례 잡음’, 국민의당 ‘친안’ 다수 포진

한편 비례 연합정당 불참을 고수하고 있는 정의당은 비례대표 후보자를 둘러싼 잡음이 계속 불거지고 있다. 

비례대표 후보 1번 류호정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은 ‘대리 게임’ 논란이 불거졌다. LoL 게이머 출신인 그는 지난 2014년 자신의 아이디를 다른 사람이 사용하도록 해 게임 실력을 부풀린 사실이 알려져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비례대표 후보 6번 신장식 전 사무총장은 2006∼2007년 음주운전 1회 및 무면허 운전 3회 적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은 전국위원회를 열고 류 위원장은 재신임하기로 결정하고 신 전 사무총장은 사퇴를 권고했다. 

또 지난해 11월5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정의당 비례대표 순번 5번인 이은주 후보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관위는 서울시 지하철공사 노조 정책실장인 이 후보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국민의당 비례대표 후보군에는 친안철수 성향 인사들이 다수 포진됐다. 국민의당은 지난 19일 비례대표 후보 명단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예비추천 후보 40명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후보 명단에는 권은희·이태규 최고위원과 ‘안철수신당’ 창당기획단장을 맡았던 김경환 최고위원, 김도식 대표 비서실장, 안철수 대표와 함께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 의료봉사에 참여했던 사공정규 당 코로나19대책TF위원회 위원장, 최연숙 계명대 동산병원 간호부원장 등이 포함됐다. 

국민의당은 예비후보들을 대상으로 2차 면접을 거쳐 순번을 포함한 20명의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마련해 오는 21일 당원 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다. 당원 투표를 거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은 오는 23일 최고위원회의 의결 절차를 밟아 확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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