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에 당하고 김종인 놓치고 한선교 뒤통수 맞았다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죽느냐, 사느냐’의 중대 기로에 섰다.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빚어진 낙하산 인사 등으로 인한 불만과 미래한국당과 통합당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으로 인해 당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고 이는 황 대표의 리더십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주도한 공천에 대한 책임을 황 대표가 지게 됨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특히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황 대표와 측근인 한선교 전 대표 사이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등 당내에서는 이른바 ‘황교안 무능론’이 퍼지고 있다. 그래서 황 대표 측근들 사이에서는 황 대표가 이제는 칼을 뽑아야만 앞으로 더 큰 정치적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 일환으로 비례대표 명단 의 대대적 수정에 나서며 원유철, 정갑윤 의원 등이 새 지도부에 가세했다. 그러나 여전히 황교안 VS 한선교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데다 당내에서도 황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여전히 강하다. 위기에 놓인 황 대표가 과연 ‘공천 국면’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심재철(왼쪽)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황교안(가운데) 통합당 대표, 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가 앉아있다. [뉴시스]

-한국당, ‘자매정당’ 벗고 독자 노선 ‘무산’ 황 리더십 ‘치명타’

최근 들어 4.15 총선을 준비하는 미래통합당 당직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한다. 지난 20대 총선 때의 ‘어처구니 없는’ 공천이 이번에도 ‘공관위의 사천’ 논란으로 이어지며 황교안 대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와 함께 총선 패배론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다. 나아가 대권을 노리는 황 대표가 과연 대권주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황교안 무능론 확산

당의 한 인사는 “공관위가 원칙을 가지고 공천을 했다고 하지만 ‘고무줄 원칙’”이라며 “대표적으로 홍준표 전 대표는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말했다. 그렇다면 부산시장 선거에서 패배한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왜 단수공천을 주느냐는 의문점이 생긴다”고 반문했다. 또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인사들 중 누구는 공천을 받고, 누구는 공천에서 배제되는 것 역시 ‘공관위의 고무줄 원칙’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을 불렀다. 

이에 대해 통합당 한 의원은 “황 대표가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당내 입지를 구축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지금 공천 과정을 보면 걱정이 된다. 공천에 개입하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있지만 공천 결과를 보면 ‘김형오만 있고 황교안은 없다’로 평가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황 대표가 이렇게 무능할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 공천 과정에 대해 ‘김형오계 부활’이라는 평가와 함께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유승민계 약진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반면 친황계 인사들은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원외 후보 중 살아남은 친황계 인사는 손에 꼽힌다. 부산 부산진갑 원영섭 부총장, 서울 마포갑 김우석 당대표 특보, 경남 창원마산회원에 출마를 시도한 조청래 특보는 탈락했다. 현역 의원 중에는 추경호, 김명연, 정점식 의원 등만 살아남았다. 또 황 대표가 측근 인사 몇몇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아예 컷오프되면서 공관위 내에서 영향력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결국 황 대표는 컷오프된 민경욱 의원 등의 공천 재의를 공천관리위원회에 요구했다. 민 의원은 황 대표 체제 첫 대변인을 지냈던 인사라 당내에선 “뒤늦은 측근 살리기”라고 평가하고 있다. 

더구나 공관위의 사천 논란 등으로 인해 총선 승리 여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수텃밭인 대구·경북을 비롯해 강원도 등에서 무소속 출마가 봇물을 이루면서 총선 가도에 빨간불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당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해 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사천 논란’이 일어나면서부터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에서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말한다. 

통합당 TK지역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공관위에 지역민심을 대변할 인사가 아무도 없는 데다 꽂으면 당선된다는 인식으로 공천을 하다 보니 공천 반발에 대한 지역 여론이 예사롭지 않다”며 “특히 공관위에 대한 불만보다는 황 대표에 대한 불만이 상당하다”고 귀띔했다. 

실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대구·경북 출신 인사가 아닌 황 대표보다는 당의 힘을 균형 맞추고, 지역 출신 대권 후보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심상치 않게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당의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박완수 사무총장이 황 대표의 몫으로 공관위에 포함됐지만 공관위 내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고, 심지어 ‘왕따’를 당했다는 말까지 나왔다”며 “사무총장을 초선으로 임명할 것이 아니라 황 대표를 지지했던 중진인사를 내세웠다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치 초년생인 황 대표가 국회의장까지 지낸 김 전 위원장 등에 당한 것”이라며 “정치 초년생이라는 한계를 보여줌과 동시에 대권 후보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종인 카드 무산, 한선교의 난, 상처투성이 黃

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영입 무산도 역시 황 대표의 리더십에 큰 상처를 줬다. 황 대표는 2016년 총선에서 민주당을 도왔던 김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중도 표심을 흔들 수 있다고 보고 영입하려 했다. 그러나 김 전 대표가 통합당 공천을 비판했고 당내에서 ‘김종인 비토론’이 일어나면서 무산된 바다. 새로 선거대책위원장 맡을 사람을 찾는 시간이 부족해지자 황교안 대표 본인이 직접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게 됐다.

문제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종로 대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선거 지휘까지 맡게 됐다. 이에 대한 논란도 당내에서 일고 있다. 종로 선거에 집중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선거 지휘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공천 결과를 놓고 황 대표와 한선교 전 대표 간의 갈등이 표출됐다. 통합당 공천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 황 대표 측이 비례대표 공천에서도 밀리면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보고, 강경하게 대응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미래한국당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비례대표 명단 수정안을 선거인단 투표에 부쳤으나 부결됐다. 결국 한 전 대표를 비판한 한국당 지도부가 총사퇴했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한선교의 쿠데타”라는 격한 반발이 나왔다. 

결국 한 전 대표는 “참으로 가소로운 자들에 의해서 제 정치 인생 16년 마지막에, 당과 국가에 봉사하고 좋은 흔적을 남겨야겠다는 저의 생각은 막혀버리고 말았다”며 대표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한국당의 공천 결과가 발표된 지 사흘 만이다. 이어 김성찬, 정운천 등 최고위원들도 총사퇴하면서 지도부 공백 사태가 벌어졌다. 

이에 대해 통합당 한 관계자는 “황 대표 참모진 사이에서는 한 대표가 마련한 공천 명단·순번 자체에 대한 이견 뿐 아니라 통합당의 뜻을 정면으로 거스른 만큼 황 대표 리더십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컸다”며 “보수층 안에서 공천 분란의 원인으로 황 대표의 장악력 부재를 지목하는 분위기가 높아지면서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귀띔했다. 

다만 이를 둘러싸고 후폭풍은 거세다. 한 전 대표는 “황 대표가 박진 전 의원과 박형준 전 위원장을 비례공천해달라고 했다”며 “영입인재를 거론하는 것은 모두 껍데기”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이어 “내가 박형준 전 위원장을 공천 안 준 게 (이번 논란의) 원인이다. 박형준이 그러니까 나에게 반격을 한 것”이라며 “황 대표가 첫 명단 발표 때 통화에서 아쉬워했다. 뭐 날 좋게 생각했겠느냐. 박형준 말고 자기가 해 줬으면 했던 사람들이 있다. 해 줬으면 좋겠다고 계속 그랬고 요청이 계속 있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황 대표는 “여러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다. 도를 넘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자매정당”이라며 “그에 합당한 논의들이 있을 수 있고 도를 넘는 일들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명단을 놓고 두 사람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황 대표의 입김이 작용될 공산은 크지만 황 대표의 리더십 논란은 갈수록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총선 승리=종로 승리, 리더십 논란 불식시킬 듯

이런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방법은 이제 하나다. 각종 악재 속에서 과연 총선 승리를 이끌어 내느냐와 종로선거에서 이기는 것만이 리더십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로 보인다. 이와 관련, 당의 한 인사는 “황 대표가 총선 승리와 함께 종로 승리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정치 초년생’의 한계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대권 주자 반열에도 오르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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