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 앞 ‘한판승부’…서로 다른 행보

코로나19와 더불어 유통업 위기 앞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서로 다른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요서울]
코로나19와 더불어 유통업 위기 앞에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서로 다른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여파로 국내 유통업계 소상공인들이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가운데 매출 바닥을 보이고 있는 백화점 입점 업체들의 고충을 덜어주기 위해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수수료 인하 등 상생 경영을 위한 결단을 내렸다. 반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오프라인 유통점 축소와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나서면서 두 사람의 위기 극복을 위한 서로 다른 행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다. 

 

정지선 회장, 위기 앞 이례적 행보…중소 협력사 지원

신동빈 회장, 유통 구조 혁신…글로벌 화학 사업 확대

 

최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국내 확진자가 급증세를 보이는 가운데 정지선 회장이 임원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유통업 전반의 단기간 적자에 대한 감수를 언급하며, 동반 협력사나 매장에 근무하는 매니저들에 대한 우려와 함께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 

당장 절반 이상으로 급락한 백화점의 매출도 심각한 상황이지만, 입점 브랜드의 매니저들이 어려움에 처하면 코로나19를 극복한 이후라도 정상적인 순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염려에서 나온 대책이라 해도, 이들에 대한 직접 지원을 지시한 것은 유통업계 오너로서는 이례적이라는 평이다. 

현대百, 코로나19 여파 적자 매장 수수료 ‘인하’

정 회장의 이런 행보는 백화점과 아울렛 등에 입점해 있는 중소 식음료 매장에도 적용됐다. 전국 15개 백화점과 6개 아울렛에 입점한 총 752개 식음료 매장 가운데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제외한 716곳에 대한 수수료 인하를 결정했다. 큰 폭의 적자가 예상되는 326개 매장의 수수료는 5% 포인트를 적자가 아닌 390개 매장에는 3% 포인트 수준에서 수수료를 인하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평균 매장 한 곳당 200만 원의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다”며 “식당가에 입점한 361개 매장 가운데 중소 및 중견기업과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279곳에는 3월과 4월 두 달간의 관리비를 50% 감면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이런 지시에 따라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그린푸드도 개학 연기로 매출이 감소한 중소 식자재 납품업체의 식재료 7억5000만 원어치 매입을 결정했고, 현대리바트는 대리점 임차료 일부를 지원, 현대L&C는 대구·경북지역 인테리어 제휴점에 3개월간 월 1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매장 관리 매니저 지원금은 유통업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라며 “매출 일부를 수수료로 지급 받아 생계를 이어가는 중소기업 매장 매니저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면세업 입지 확대로 수익성 개선

정 회장은 지난해 말 서울시내 면세점 매장의 추가적인 인수와 입찰 성공 등으로 면세점 업계의 구도를 새로 짜고 있다는 긍정평가를 받고 있다.

강남에 있는 무역센터점에서 단일 점포로 면세사업을 운영해오던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사업 확장을 통한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해 두산으로부터 시내면세점 인수 확대를 통해 규모의 경제에 따른 매입단가 하락과 교섭력 증진 등을 꾀하고 나섰다. 

특히 무역센터점에서의 일평균 매출이 꾸준히 늘면서 적자 폭을 줄여 나가는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강북권 입지 확보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이런 정지선 회장의 경영 전략이 코로나19를 통해 다시 한 번 빛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2003년 총괄 부회장에 오르며 총 8400억 원의 부채를 갚고 이후 50%대 부채율의 탄탄한 재무구조와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한섬’과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인수하고 ‘리바트’와 ‘한화L&C’ 등 굴지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업계 강자로 떠올랐다. 

신동빈 회장, 유통보다 화학사업 힘 실어

반면 국내 유통업계 1위 롯데쇼핑은 롯데마트와 백화점 등 점포 200곳 이상을 폐점하는 방안을 발표하고, 지난해 영업이익이 41% 급락한 롯데하이마트는 희망퇴직을 접수받았다. 코로나19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결단에 대한 의견이 나뉘는 부분이다. 

신동빈 회장은 최근 닛케이 신문 인터뷰를 통해 “(전체 매출의 40%에 달하는) 국내 유통을 줄이고, 인수합병을 통한 해외 화학사업 확대를 단행할 예정”이라며 “일본의 화학 회사를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호텔 사업 확대를 통해 전 세계 3만 객실 확보를 예고했다.

롯데케미칼은 이미 말레이시아 및 인도네시아 공장을 비롯해 우리나라를 넘어 미국까지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일본까지 화학사업 확장을 통해 글로벌 화학 분야의 입지 확대가 전망된다. 

특히 신 회장은 지난해 미국 루이니애나주에 건설한 에틸렌 공장에 10억 달러(약 1조2400억 원) 추가 투자를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연 100만 톤에서 140만 톤으로 40%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롯데그룹의 화학부문 매출은 전체의 3분의 1에 달하고 있어, 추가 투자 이후 그 비중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가운데 롯데가 200곳에 달하는 오프라인 유통매장을 폐점한 이후 총 100만 평 규모에 달하는 매장의 용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 대형마트 1개가 없어질 때마다 협력사를 포함해 일자리 300여개가 사라진다는 업계의 일반적인 기준을 적용할 때 대규모 인력 감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에서 각각 다른 행보를 가고 있는 정지선 회장의 결단력과 신동빈 회장의 개혁 의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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