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총선 목표, 정당 투표 20%”…과연 

[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은 대구를 찾았다. 안 대표는 지난 1일부터 대구시 중구 계명대학교 대구 동산병원에서 2주간 의료 봉사 활동을 했다. 코로나19 최전선에서 전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의료진의 모습은 국민께 감동을 선사했고, 그 역시 의료진의 부족한 일손을 돕겠다며 대구로 향하자 많은 이들이 반색했다. ‘안철수 효과’로 국민의당 정당 지지도도 급등했다. 안철수 효과가 오는 4.15총선에서도 빛을 발할지 일요서울이 살펴봤다.

 

대구에서 코로나19 의료 봉사를 하고 있는 안철수(왼쪽) 국민의당 대표 [뉴시스]

-20대 총선 당시 호남서 ‘녹색 열풍’ 장본인…21대 총선에서는 ‘TK’ 향했다
-‘비례후보만’ 내는 국민의당, 現 정당 지지도 5%대…선거일까지 유지될까  

코로나19 정국에서 가장 주목 받은 정치인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다. 안 대표는 의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이를 활용해 부인 김미경 씨와 함께 의료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대구를 찾아 지난 1일부터 2주간 의료 봉사를 펼쳤다. 실제 현장에서 뛰는 안 대표의 모습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의 능력과 행보가 재조명받는 순간이었다. 이를 타고 국민의당 지지율도 순조롭게 상승 곡선을 타는 모양새다.

安, TK행에 지지율 급상승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5일 발표한 tbs의 의뢰로 지난 2~4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전주 대비 2.9%포인트 상승한 4.6%를 기록했다(응답률 5.1%,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5%p). 

더불어민주당(42.9%)과 미래통합당(29.8%)에 이어 ‘3위’로 약진한 것이다. 당시는 안 대표가 막 대구를 향했을 때다.

세부적으로는 국민의당 지지도가 서울(▲5.9%p, 2.0%→7.9%)과 20대(▲4.2%p, 2.1%→6.3%)와 30대(▲7.6%p, 0.5%→8.1%)에서 대폭 상승했다. 이념 성향별로는 진보층(▲3.0%p, 0.9%→3.9%)과 중도층(▲4.1%p, 2.6%→6.7%)에서도 오름세를 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2030세대와 중도층에서의 상승세다. 안 대표가 내건 ‘중도 실용’이라는 가치가 그의 행보를 통해 더욱 주목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로도 국민의당은 꾸준히 3%후반~4%중반대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상태다.

안 대표 입장에서는 ‘승부수’를 던질 토양이 마련된 셈이다. 국민의당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를 배출하지 않고 비례대표 후보만 낸다. 준(準)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소수 정당이 확보할 수 있는 의석수가 다소 늘어남을 감안하더라도 과감한 시도다. 

지역구 후보자를 내지 않는다는 말은 곧 지역에서 뛰는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다. 코로나19로 대면 선거 활동이 위축 됐다고 하나, 선거 국면이 펼쳐질수록 유권자에게 당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상황에서 다소 뒤처질 소지가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안 대표가 대구 의료 봉사를 하면서 결과적으로 당의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낳았다는 평이다. 이에 따라 4.15총선에서 ‘안철수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안 대표 역시 자신감이 붙었다. 지난 15일 서울로 상경해 자가격리에 들어간 그는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국민의당 당사에서 개최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총선의 목표는 정당투표에서 20%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날 이 같이 밝히며 “20%를 얻으면 국회에서 거대 양당을 견제하고,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거대 양당이 함부로 힘을 휘두르지 못하고 국민의 눈치를 보는 정치를 만들기 위해 ‘메기’ 역할을 하겠다”라고 포부를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여건이 어렵지만 제 마음과 진심을 호소해서 목표를 달성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엔 ‘돌풍’ 아닌 ‘미풍’

안 대표는 지난 2012년 총선에서도 ‘국민의당 열풍’을 이끈 장본인이다. 다만 그때의 국민의당 기반이 호남이었다면, 이번 총선에서는 영남이 주요 표밭이 된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호남에서 정치적 타격을 입은 안 대표가 영남에서 보수 주자로 발돋움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기했다. 그 가운데 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가 안 대표와 접촉을 시도하면서 이같은 의혹이 더욱 확산됐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지난 1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 대표가 정치를 재개하면서 보수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며 “한 (당시) 대표와 타협하는 게 보수에서 대통령 후보로 갈 수 있는 길이라고 안 대표는 판단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에 대해 국민의당은 논평을 통해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말”이라며 “국민의당과 안 대표는 중도적 실용 정치의 길을 굳건하게 가겠다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안 대표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도식 비서실장 역시 “박 의원의 주장을 반박한다. 국민들에게 이 소설과 거리둠(소설 디스턴스)를 권해 드린다”라며 “물밑접촉 운운은 공작정치 대가다운 발상이며 더 이상 정치권이 오염되지 않도록 자정작용도 필요해 보인다”라고 질타했다.

일각에서는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비춰질 수 있지만, 정치적 셈법에 의한 행보는 아니라는 의견이다. 보수층에서 지지도를 모으기보다는 본인의 이미지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는 풀이다.

다만 안 대표는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비례대표 정당 투표에서는 ‘인물론’이 우세한데, 안 대표가 출마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안철수 효과’를 볼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안 대표가 지난 2012년에 ‘돌풍’을 일으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설명이다.

리얼미터는 tbs의 의뢰로 지난 16일부터 18일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비례투표 여론조사 결과를 같은 달 19일 발표했다(응답률 6.1%, 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2.5%p).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해당 기관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조하면 된다.

이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5.7%로 집계됐다. 민주당 주축 연합정당(37.8%), 미래한국당(30.7%)을 뒤따른 3위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현행 비례정당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국민의당이 얻을 수 있는 비례의석은 3~4석 정도”라며 “선거전이 본격화되면 거대 양당으로 (지지도가) 결집돼 중간 지대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전망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