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투자자, 연이은 폭락장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외국인들이 투매한 주식 매수에 동참하고 있는 개미들이 거듭된 등락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뉴시스]
외국인들이 투매한 주식 매수에 동참하고 있는 개미들이 거듭된 등락에 갈팡질팡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증권가에서 각 산업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과도한 주가하락이 언급되면서, 수많은 개미들이 유가 증권 시장 주변에 몰려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지난 17일 코스피 1700선이 붕괴되던 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개월간 외국인이 13조 원, 기관이 5조 원을 팔아치우는 동안 개미들이 16.6조 원을 쓸어 담았다. 한편에서는 ‘기회’라고 또 다른 편에서는 ‘위기’라며 의견이 나뉘는 동안 개미들은 우르르 몰렸다 빠져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는 형국이다. 

 

동학개미운동, 외국인 버린 주식 사 모아 국내주식시장 방어

코로나19 사태 이후라도 산업별 회복 시기 달라 예측 불가

 

코로나19로 유가 증권 시장이 유례없는 급락을 거듭하는 가운데 각 증권사 소속 애널리스트들은 저마다 위험한 투자를 자제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나, 개미들 사이에서는 ‘이만한 기회가 없다’는 소문이 돌며 저마다 대장주를 찾아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일 증권가에서는 “시장이 코로나19 바이러스 영향에 대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하며 투매(손해를 무릅쓰고 싸게 팔다)에 가까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실제 펀더멘털 충격의 폭을 측정하기 어려운 시점임을 감안할 때 최근의 주가 변화가 과연 어느 정도의 감익을 의미하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해석까지 나왔다. 

코스피 1500선 붕괴, 개미투자자 ‘멘붕’

각종 소문이 무성한 상황에서, 애널리스트들은 근거 없이 몰려다니는 개인투자자들은 목표 종목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이 반드시 요구되는 상황이라는 설명과 함께 코로나19 사태가 해소되는 시기가 더 위험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1600대에 머물던 코스피 지수가 1400 대까지 붕괴되자 말 그대로 개미들은 ‘멘붕’에 봉착했다. 장중 코스피 시장 전체 상장 시가총액이 전날 기준 약 1072조 원에서 2011년 이후 처음으로 1000조 원 아래로 하락하며 984조 원까지 줄기도 했다. 

앞서 코스피 1800선에서 매수에 동참했던 수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연이은 하락세를 따라잡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냥 지켜보기만 했다. 다만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절대적 대장주로 떠오른 삼성전자에 대한 매수는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코로나19 위기로 유가 시장이 하락세인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에 집중하는 이유는 언젠가는 반드시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하기 때문”이라며 “그 가운데 가장 먼저 오를 것으로 기대하는 대장주로 삼성전자를 꼽은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같은 상황에서도 외국인의 매도는 이어져 가장 많이 팔아치운 종목이 삼성전자로 나타나, 이를 개인투자자들이 모두 흡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의 영향에도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은 양호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주식시장의 투자심리가 아직은 위축돼 있지만, 시장이 재반등한다면 가장 확실한 종목인 삼성전자부터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단 함정에 몰리는 개미군단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집단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상황에서 개미들이 몰리고 있는 산업계 하락주들은 대부분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을 받아,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는 시점부터 발주량이나 매출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어 지금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것은 자칫 자기 꾀에 빠지는 결과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미 상처를 입은 이른바 부상 개미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외국인과 기관이 매도하고 있는 하락 주를 연일 개인투자자들이 사고 있기에 순매수를 나타내고는 있으나, 이 가운데 주가가 급락 하면서 반대매매를 당해 손실을 극복하기 힘들만큼 팔려나갔을 것이라는 풀이다. 미수금이나 주식담보대출로 투자하고 못 갚으면 다 반대매매를 당해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 

일각에서는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서킷브레이크가 걸리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기 위해 맹목적으로 매수하는 것을 두고 ‘동학개미운동’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외세의 침략을 막아내기 위해 농민들이 저마다 농사 도구를 들고 나와 전투에 임했던 동학농민운동을 빗대어 한 말인데, 개미들이 외세의 침략을 막기라도 하듯 외국인이 버린 주식을 떼 지어 몰려들어 매수에 최선을 다하며 국내 증시 하락을 막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자동차, 조선, 유통, 전기·전자 등 각각 산업별 특징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회복되는 기준과 시기도 상이하므로 하락할 때 매수하고 사태가 종료되면 팔아 차익을 남기겠다는 생각은 지금으로선 적중되기 힘들다. 또한 코로나 상황이 마무리 된 시점에 산업별 전망에 따라 상승이 아니라 추가적으로 하락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 중동까지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되는 상황에 사태가 얼마나 확대되고 또 진정될지 누구도 모르는데, 맹목적으로 매수하기보다 정확한 시기를 기다릴 수 있는 끈기가 필요하다”면서도 “지금 당장은 그 누구도 어떤 것도 정확하게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상처 입은 개미들 뒤로 처음 주식을 접하는 젊은 개미들까지 가세하며 악순환이 당분간 거듭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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