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가을의 문턱이다. 가을에는 만물이 모든 성장을 멈추고 결실의 열매를 맺으려 충분한 영양을 섭취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가을에는 한껏 영양을 비축하고 긴 겨울의 한파를 이겨야 한다. 그래서인지 조상들은 가을에 떡도 해먹고 놀이도 하고 몸을 보해준다고 보약도 많이 먹었다. 왠지 기운도 없고 잦은 병치레로 고생하고 있다면 올 가을 자신에게 맞는 보약 한두 첩 먹어보자. 가을에 보신을 하면 길고 긴 추운 겨울철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예로부터 가을에는 닭처럼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며 마음을 가라앉혀 평온하게 하라 했다.

가을 기운에 치여 건강에 손상을 입으면 폐가 나빠지고 소화기능이 떨어져 겨울철을 이겨낼 기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약도 상당히 세밀해 체질을 중심으로 처방하는 약이 다양하다. 한의학에선 ‘음·양·한·열·허·실·표·리’라는 8가지 팔강 법칙을 참조해 ‘망문문절’에 따라 ‘바라보고 음성을 듣고 물어보고 맥을 짚어’ 세밀하게 보약을 처방. 각자 개인에게 맞는 보약을 짓는다. 또 허약한 몸의 증상을 크게 기허증, 음허중, 혈허증, 양허증 네 가지로 나누어 증상에 맞게 치료한다. 자꾸 기운 없고, 드러눕고 싶고, 식욕도 없고 피로하면 ‘기허증’으로 ‘육공단’이나 ‘보중익기탕’, ‘가미방’을 사용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기허증’에는 인삼이 좋아 인삼을 이용한 약을 많이 사용한다.

육공단은 임상효과가 높은 보약으로 약 80% 이상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육공단을 복용하면 대략 15~20일 사이에 피로감이 싹 사라진다. 자주 입이 마르거나 머리가 무거우며 손발에서 열이 나고 불안하며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잘 빠지며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면 ‘음허증’으로 ‘지황원’이나 ‘보음환’, ‘자생고’ 등 보음제로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해주면 진액이 부족해 피부가 거칠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무릎 통증 등도 없앨 수 있다. 한편 자주 어지럽고 가슴이 뛰거나 귀에서 소리가 나고 손발이 저리며 머리가 아프고 눈이 침침해지면 피가 부족한 ‘혈허증’으로 ‘보혈제’를 복용한다. ‘혈허증’에는 조혈제에 피를 만들어 주는 조혈능력이 뛰어난 녹용을 가미하면 부족한 혈액이 보충되면서 모든 증세가 한꺼번에 소실된다.

몸에 양기, 즉 불이 부족한 ‘양허증’일 때는 추위를 잘 타고 찬 것을 먹으면 설사를 하며 항상 손발이 찬데, 이때는 보양제로 더운 기운의 ‘이중탕’ 계통의 약에 부자를 가미하면 쉽게 치유된다. 특히 여성의 냉증에는 ‘궐냉환’을 상복하거나 ‘자생고’를 복용하면 좋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이중 현대인들에게 가장 많이 권하는 보약을 두 가지만 꼽아본다면, 만성피로에 좋은 육공단과 자생고가 좋다. 육공단은 보약의 대명사인 공진단에 보음제를 합방한 처방으로 공진단보다 효과가 우수하다. 간장, 심장, 신장의 기능을 풀어주기 때문에 무리한 간장활동으로 인한 만성피로증세와 심장의 신경쇠약증, 불안신경증, 신장기능의 피로에서 수반되는 성신경 허약증을 치료하는 데 효과가 탁월하다.

또, 수화불교증을 치료해 주어 허열을 내리고 진액을 만들어 주며 스스로 낫는 회복력인 자생력을 키워주어 면역력을 높이는 효능이 있다. 몸 안에 있는 호르몬과 진액이 부족해서 오는 현상을 음허증이라고 한다. 음허증의 증상이 있으면 피부가 건조해 지고 무릎에서 우드득 소리가 나며 관절이 약해지거나 모발이 가늘어지며 손과 발이 잘 트고 근육과 힘줄이 뻣뻣해지며 약해져 통증이 생긴다. 녹용, 인삼, 영진고가 기본 처방이 되는 자생고는 진액을 만들어 주는 보음제로 뼈를 튼튼하게 하며 노화를 방지하고 성호르몬을 왕성하게 해 성인들의 스태미너 감퇴를 예방 또는 증진시켜 준다. 특히 피로감을 쉽게 없어지게 해 신경을 많이 써 만성피로감이 있거나 원기가 떨어진 사람에게 좋고 심장과 신장을 튼튼하게 해 장수보약으로 아주 좋다. 남성과 여성의 성별차이에 따라 권하는 보약과 치료법도 다르다. 남좌여우(男左女右)라는 말과 좌혈우기(左血右氣)라는 말이 있다.

이 두 성어를 연결시키면 ‘남-좌-혈, 여-우-기’ 가 되는데 뜻을 풀이해 보면, 남자는 혈액 부족증은 적되 기력 쇠약증이 많고, 여자는 기력 부족증은 적되 혈액 부족증이 많다는 뜻이다. 물론 이것이 모든 이에게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여자는 생리적 출혈이나 분만 시의 출혈로 남자보다 빈혈이 많다. 따라서 여자의 보약은 혈액을 증진하게 하는 보혈제를 주로 쓰며, 남자는 에너지를 충만하게 하는 보기제를 주로 사용한다. 그러나 개체성에 따라 남자에게도 혈액 부족이 있을 수 있고, 여자에게도 기력 부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럴 경우에는 이 두 처방을 합쳐 쓰게 된다. 두 처방이 합쳐지면 여덟가지의 약재가 합쳐진 것이어서, 팔물탕, 일명 팔진탕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기혈이 부족하면 보기제인 황기와 보혈제인 계피를 더하기도 한다. 이 경우 열 가지의 약재가 합쳐지게 되는데 이것을 십전대보탕이라고 하며 대표적인 남녀 공동의 기혈 증진 보약이 된다.

구체적으로 남성에게 좋은 보약을 살펴보면, 간기능에 이상이 생기기 쉬운 성인 남성들은 간을 보하는 보약을 먹어두면 좋다. 약을 쓰기 전에 먼저 간의 실과 허를 따져야 하는데, 간장이 실하면 눈이 충혈돼 있고 입술이 갈라지며 염증이 잘 생긴다. 반대로 간이 허하면 눈이 침침하고, 기억력 감퇴, 피로감이 잘 느껴지며 근육이 약한 증세가 있다. 가미보간산, 녹용대보탕, 녹용건비탕, 공진단, 중익귀룡환 등은 약한 간을 보호해 주는 약들이다. 또 성인 남성들은 스태미너를 좋게 해 주는 보음기제를 많이 사용한다. 여성들은 생리주기가 있기 때문에 남성들에 비해 신체조건이 자주 변화한다. 때문에 정신적, 신체적 자극에 의해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게 되면 혈액순환이 순조롭지 못해 손발이 저린다거나 월경불순, 냉증 등의 증상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10대의 사춘기와 40대 이후 갱년기 여성들의 경우 성호르몬의 분비기능이 불안정한 시기여서 특히 이러한 질환에 걸리기 쉽다. 여성들의 보약은 이러한 자궁기능을 활성화하고 기를 보충해주기 위해 먹는 것이다. 냉증이 심하고 항상 나른해 기운이 없는 사람은 보중익기탕이 좋고, 항상 뭔가 불안한 상태이고 손발이 저리며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은 사물탕이나 가미사물탕을 복용하면 좋다. 한편 현대 여성들은 인위적인 생활조건에 의해 생리불순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나중에 불임이나 각종 부인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미리미리 치료해 두는 것이 좋다.

체질에 따라 약복용시 주의할 점을 몇 가지 알아보자.

·첫째, 몸이 허약하더라도 열이 있을 때 인삼이나 부자, 녹용과 같이 더운 열성의 약을 복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어린아이의 경우 열이 있는데 함부로 녹용보약 같은 것을 먹이면 약을 흡수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약 복용 중이라도 감기 증세가 있거나 열이 있으면 복용을 중단하고 나중에 다시 복용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몸이 냉한 사람은 약복용 중에 찬 아이스크림이나 맥주 등 찬 성질의 음식을 섭취하면 체온이 떨어져 역효과를 낼 수 있으므로 피한다.이밖에 ‘혈허증’으로 녹용이 들어간 약을 먹을 때 미역 다시마 등 해조류는 조혈(造血)작용을 방해하는 요오드 성분이 들어있으므로 너무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약 흡수가 잘되도록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을 피하는 것은 상식. 또 남자들의 경우 약 복용 중에는 술은 반드시 피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한 경우라면 횟수나 마시는 양을 절반이상 줄이도록 한다. <자료제공:자생한방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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