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배달 업계는 매출 늘었다?···“통계일 뿐”
"피를 토하게 생겼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식당가에는 점심시간임에도 방문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식당가에는 점심시간임에도 방문객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요식업계가 매출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거리에 시민들이 현저히 줄었을뿐더러, 시민들이 있더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장 방문을 꺼려 하는 모양새다. 일요서울은 서울의 여러 거리를 다니며 요식업의 현주소를 들여다봤다.

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식당가.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외국인 관광객들과 여러 방문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던 곳이다. 그러나 현재, 지나다니는 시민들이 현저히 줄었다. 점심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손님이 많지 않은 모습이다.

이곳에 위치한 한 식당 종업원 A씨는 ‘코로나19 여파로 손님이 많이 줄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죠”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이곳은 코로나19 사태 전만 해도 점심시간부터 손님이 붐볐던 곳이다. 다양한 언어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리고, 낮술을 마시는 손님도 있던 곳이지만 기자가 식사를 하고 계산을 할 때까지 손님의 발길이 닿지 않았다.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한 주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낮에는 식사 손님을 받고 저녁에는 술장사를 하는 이곳은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한다. 주점 사장 B씨는 “평소 저녁 8~9시부터 술을 마시러 오는 손님이 많았는데 요즘은 손님이 거의 없다. 매출이 반토막 났다”면서 “한숨을 쉬는 게 아니라, 피를 토하게 생겼다”고 토로했다.

카페 업계도 별반 다르지 않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카페는 같은 건물에 미술관이 있어, 관람객 방문으로 평소 매출이 잘 나오는 편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미술관 휴관 기간이 연장돼 매출이 곤두박질쳤다.

카페 종사자 C씨는 “지난 주 주말 제외하고는 매출이 반토막도 아니었다. ‘반의 반토막’이었다. 케이크가 한 조각에 8000원대인데 매출이 10만 원도 안 나오는 실정”이라며 “오래 앉아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하러(미팅) 온 사람들이다. 손님 대다수가 음료나 디저트를 먹자마자 바로 나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오히려 소비문화가 확산하고 있다는 업계가 있다. 일명 언택트(비대면) 소비 트렌드가 확대하면서 ‘식품 배달 업계’가 호황을 맞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것.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시민들이 배달 음식을 선호하고, 손님이 끊긴 음식점들은 서둘러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가입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주문 건수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자가 만난 식품 배달 업계 종사자들은 매출이 코로나19 사태 전보다는 못하다고 하소연했다. 업계 호황이라는 소식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한 식품 배달 매장에서 일하는 D씨는 “지난주에는 전멸이었다. 20개 주문이 최소, 30개의 주문은 받아야 이익을 보는데 요즘은 10개도 못 받는다”면서 “나는 직원이라 매출에 큰 영향이 없지만,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요즘은 배달 음식도 조심하는 것 같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음식도 문 앞에 두고 가라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구에 위치한 한 식품 배달 매장에서 일하는 E씨도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장사가 안 된다. ‘매장을 소독했다’, ‘직원들이 안전하게 음식을 조리한다’고 홍보해도 매출이 안 나온다”면서 “배달이 늘었다는 것은 통계일 뿐”이라고 전했다.

현재 코로나19 발(發) 경기 침체는 요식업계뿐만 아니라 업종을 가리지 않고, 경제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경제 붕괴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안 그래도 오르는 최저임금과 경기 침체 등으로 운영난을 겪는 상황에 이번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종합 지원 대책 방안을 수립하고, 추가 경정 예산안을 마련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아직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 체감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 때문에 좀 더 현실적인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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