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 저자 매기 앤드루스, 재니스 로마스 / 역자 홍승원 / 출판사 웅진지식하우스

[일요서울 | 김정아 기자] 여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법적 평등이 보장되지 않은 채 공식적인 지위 없이 불평등한 아류 시민으로 목소리조차 높이지 못했던 시대가 있었다. 날선 비판과 주장으로 자기 소리를 내며 성적 권리를 되찾기까지 여성은 아내로서, 주부로서, 엄마로서 다채로운 책임을 지키며 살아온 극진한 존재다. 영국의 여성학자 두명은 자국의 참정권 획득 100주년을 기념해 시공간을 초월한 여성들의 연대감을 발견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물건들을 100가지로 추려 우선순위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발췌해 여성 세계사를 다시 썼다.

저자 매기 앤드루스와 재니스 로마스의 신간 ‘다시 쓰는 여성 세계사’에서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여성의 삶을 바꾼 물건들 중에는 생물학적 특성에 따라 여성의 경험을 미리 결정지어 온 증거부터 해방과 참여의 수단이 되었던 도구들, 즐거움이었지만 억압의 대상이기도 했던 의생활 아이템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자유롭게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거나 대의를 주장했던 상징적인 물건들을 책 속에 담았다.

책에서 소개하는 첫번째 물건은 루시의 뼈다. 루시는 한때 버락 오버마 전 대통령이 ‘인류의 할머니’라고 칭한 최초의 인류인이다. 루시의 뼈가 그러하듯 불안전한 파편들로 흩어져 궤적을 좇기 힘든 여성의 역사는 수백만 년간 조각 맞춤되어 완성되기 전까지 ‘역사 속에서 가려진 존재’ 였다. 책에서는 사회와 가족 역학에서 여성의 역할 변화를 상징하거나 평범한 주부가 여성 주체로 고안한 물건을 독자에게 알려 세상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는 방법을 독자에게 설명했다.

또한 여성의 입장에서 오래도록 역사를 연구해 온 여성학자의 시선으로 바라본 여성사를 대표하는 물건을 상징으로 여성의 몸과 모성, 사회적 역할의 변화, 기술의 진보, 미의식의 소통, 노동과 문화, 정치 등 총 여덟가지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역사를 담았다.  이러한 과정에서 독자의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살아있는 역사의 장면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냈다. 특히 여성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다양한 분야의 물건들을 한데 모아 여성의 삶에 미치는 지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여성의 삶을 어떻게 형성하고 바꾸어 왔는지 토론해 볼 만한 거리를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중시했다. 여기서 여성과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진 이들은 물론이고 흥미로운 테마로 역사를 공부해 보려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킨다. 

저자는 “수많은 제약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역사를 이어온 많은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는 과거에서 배우고 변화한 미래를 꿈꿀 수 있다. 시대와 역사의 흐름에 발맞추어 적절하게 나와 준 이 ‘깊고 위대한 지식’들은 독자들로 하여금 지금의 세상을 균형감 있게 이해하고 지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책장에 가만히 꽂혀 있는 책이 아니라 우리의 지적 대화 속에서 생동감 있게 살아 움직이는 책이 되길,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가려졌던 절반의 역사를 앎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길, 또한 지금 우리의 물건에서도 미래의 역사학자들이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발견하길 바란다” 고 전했다. 

이 책을 접한 한 은평구 소재 한 여성독자는 “여권 신장이 이뤄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사진 속 모습들을 보면 참 이런 시대가 존재했다는 사실이 놀랍고 지구촌 어느 지역에서는 여전히 상상도 못할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기에  이 책을 그 나라의 여성들이 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싶은 솔직한 궁금증도 든다. 한때 우리나라에도 여성은 남성의 부속물처럼 여겨지던 때가 있어서 결혼 전에는 아버지를, 결혼 후에는 남편을 따르라는 식으로 여성 그 자체에 존중이 없었다. 재산 상속에서도 이뤄지지 않았고 참정권이 없던 때도 있었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도 못했다. 착취나 다름없는 생활, 심지어는 마녀사냥도 자행되던 때였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너무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에 대한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걸 보면 여전히 부당함이 존재하지만 책을 통해 만나는 이야기는 의외로 다양한 방면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들려준다”는 서평을 전했다.

저자  매기 앤드루스는 영국 우터스대학교에서 25년간 문화사를 강의해 왔다. 여성성과 여성의 사회적 역할을 연구하고 대중에게 알리며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일에 앞장서 왔다. 또 다른 저자 재니스 로마스는 영국 스태퍼드셔 대학교에서 전쟁 미망인에 관한 연구로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버밍엄 대학교에서 16년간 여성학을 강의했다. 여성역사네트워크의 창립 멤버이자 집행위원으로서 출판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 두 사람의 공저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상황을 묘사한 ‘국내 전선 HOME FRONT IN BRITAIN’, 여성 참정권 운동의 뒷이야기를 다룬 ‘잊혀진 여걸들 HIDDEN HEROINES’ 등이 있다.

같은 분야의 책으로 함께 읽을 만한 책으로는 유럽 도시 기행, 역사의 쓸모, 열두 발자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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