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뉴시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뉴시스]

 

2016년 미국대통령 대선을 앞두고 미국 유력 언론사들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숭리를 확신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의 승리 확률이 85%라고 보도했다. CNN을 비롯한 대다수 미 매체들도 클린턴의 승리를 90% 이상으로 예상했다. 가장 낮게 본 여론조사기관도 71.4%였으니 클린턴의 승리는 따논 당상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여론조사 결과는 보기좋게 빗나갔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대역전극을 벌이며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대선이 끝난 후 각 언론사는 여론조사와 개표 결과가 왜 달랐는지 분석하는 등 법석을 떨었다.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미국 유권자들이 아직 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안 됐기 때문에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었다. 여론조사에서는 클린턴을 지지한다고 밝혔다가 막상 투표소에서는 마음을 바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샤이 트럼프(shy Trump)'로 불리는 소극적 지지자가 투표 당일 트럼프에게 몰표를 줬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자체의 편향성을 지적한 분석이 보다 설득력 있어 보인다. 모집단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와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여론조사는 천차만별의 결과를 내기 때문이다. 미국 대부분 언론사들의 여론조사 모집단은 2012년 대선에 투표를 한 사람들로 구성됐다고 한다.  

2016년 우리나라 20대 총선을 돌아보자. 

총선 사흘 전인 4월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현 미래통합당) 157석~175석, 더불어민주당 83석~100석을 각각 얻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새누리당은 122석(지역구 105, 비례 17)을 얻어 과반을 얻지 못하며 참패했다. 123석(지역구 110, 비례 13)을 얻은 야당 더불어민주당에 이어 원내 1당 자리를 내주는 수모를 당했다.

 당시 한국갤럽이 실시한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총선 직전 새누리당(39%)이 더불어민주당(21%)을 압도했다. 갤럽뿐만 아니라 모든 조사가 비슷했다. 

4년 후인 지금 21대 총선을 앞두고 실시한 여론조사 기관들의 정당 지지율을 보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제1야당 미래통합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말이 있다.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포수였던 요기 베라가 뉴욕 메츠 감독 시절이었던 1973년에 한 말이다. 

메츠는 당시 내셔널 리그 동부 디비전에서 선두 시카고 컵스에 9.5게임 뒤진 채 최하위에서 허덕이고 있었는데, 한 기자가 메츠의 반등이 바관적이라는 말을 하자 베라가 쏘아붙이듯 그렇게 했던 말로 전해진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 그 해 메츠는 기적적으로 동부 디비전 1위를 차지했다.

내셔널리그 챔피언시리즈에서도 신시내티 레즈를 격파하고 월드시리즈까지 오는 기염을 토했다. 비록 월드시리즈에서 오클랜드 어슬래틱스를 상대로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졌으나 이 말은 스포츠 뿐 아니라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인용되곤 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여론조사가 이렇듯 다 틀렸으니 이번 총선에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각 당 후보들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상대에게 뒤지고 있다 해서 실망하지 말라는 뜻이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한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물론 앞서고 있는 후보들도 자만해서는 안 된다. 4년 전 180석까지도 가능하다고 큰소리쳤다가 ‘쪽박’을 찬 정당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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