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제2차 비상경제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한국 경제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997년 IMF 경제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실물 경기 위축을 불러올 거라는 우려를 나타내는 전문가들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위해 100조 원 규모의 금융지원을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대기업·중견기업을 포함한 기업지원 자금을 대폭 보강, 지난주 발표한 금융지원의 규모(50조 원)를 두 배로 키우는 파격적인 대책이다. 그만큼 정부가 이번 위기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요서울은 긴급자금 100조 원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해 알아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뉴시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뉴시스]

먼저 돈줄이 말라가는 기업들을 위한 안정에 수조 원이 투입된다.

문 대통령은 "(우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 29조1000억 원 규모의 경영자금을 추가로 지원해 기업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우겠다"며 "보증 공급을 7조9000억 원으로 확대하고 정책금융기관의 대출 지원도 21조2000억 원을 추가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산업은행과 IBK기업은행, 지역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은 물론 시중은행까지 자금 지원에 총동원된다. 
 
문 대통령은 이어 "필요하다면 (지원 대상에) 대기업도 포함해 일시적 자금 부족으로 기업이 쓰러지는 것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대기업 지원에는 ‘자구 노력’이 단서로 붙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국민이 이해할 만한 자구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역대 최고 돈 풀기…긴급금융 `수혈` 두 배로 늘리기
 
회사채 등 기업의 자금조달 시장을 지원하기 위한 채권시장안정펀드도 20조 원으로 기존 계획(10조 원)보다 크게 늘었다.

일단 10조 원을 조성한 뒤 추가 수요가 있을 때마다 늘려가는 ‘캐피탈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공급된다. 일시적 자금 경색에 빠진 기업을 위해선 4조1000억 원을, 증시 침체 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증권업계엔 5조 원을 지원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드 규모도 예상보다 크고, 시점도 나쁘지 않다는 게 시장 전반의 평가”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19로 인해 일시적으로 유동성의 어려움에 부닥친 기업에 대해 17.8조원 규모의 자금을 별도로 공급하겠다. 애초 6조7000억 원 규모 계획에서 11조1000억 원을 추가하는 것"이라며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등으로 회사채 인수를 적극 지원하고 단기자금 시장에도 유동성을 충분히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충격에 대해 "세계 경제가 위기다. 끝이 언제인지 가늠하기가 어렵다"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이 매우 크다. 특히 생산과 투자의 주체로서 우리 경제의 근간인 기업이 큰 위기에 직면해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코로나19의 충격으로 기업이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겠다. 정상적이고 경쟁력 있는 기업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문을 닫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자금 조달만 가능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이번 정부의 결정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특히 박용만 회장까지 나서 대규모 추가경정예산 등 강력한 자금 지원을 요구해온 대한상의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정부 조치를 환영했다.
 
대한상의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세로 소상공인뿐 아니라 주력산업과 대기업까지 유동성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에) 회사채 인수 지원, 채권/증권시장 안정펀드 가동, 대출지원 확대 등 정부가 가능한 최고 수준의 자금조달 방안을 담았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100조 원 규모의 이번 재원이 긴급한 곳에 신속히 투입되어 기업들의 자금난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정부의 비상금융조치 확대 방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정부가 50조 원 규모의 민생·금융지원 프로그램을 2배로 확대 가호 지원범위도 주력기업까지 확대했다”며 “이는 현재 상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어려운 시기를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적극적인 의지 표명”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은 지금의 고비를 잘 견뎌내는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시장에서 활약하기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며 “무역업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제계 "환영의 뜻" 산업계 "지원 속도가 더해져야
 
한편 기업에 지원하는 자금의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은 급격한 고용 불안을 막기 위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코로나19의 직접 영향을 받은 항공업, 여행업, 관광업, 호텔업 등의 기업에서 급여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대량해고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이 어려우면 고용 부분이 급속도로 나빠질 수 있다”며 “기업이 신청하는 고용 유지 지원금을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선 긴급자금 지원에 속도감을 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규모보단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 한 지역 상공회의소 회장은 한 매체를 통해 “정부가 수조 원을 푼다고 했지만, 현장에선 아직 `돈 냄새`를 맡을 수가 없다”며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정책 지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대책이 나왔으니 속도감 있는 집행에 온 힘을 기울일 때라는 지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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