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포기하면 2500억 원 손실 그쳐…인수 이후 부담 ‘확대’

에어부산이 라임자산운용 고위험 펀드 투자 실패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정몽규 HDC 회장이 최악의 경우 내밀 수 있는 '카드'에 이목이 집중된다. [일요서울]
에어부산이 라임자산운용 고위험 펀드 투자 실패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정몽규 HDC 회장이 최악의 경우 내밀 수 있는 '카드'에 이목이 집중된다.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자금 마련에 전전긍긍하는 가운데, 에어부산이 지난해 투자한 ‘고위험투자상품’이 환매 중단에 처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지면서 정몽규 HDC 회장이 인수 불가 사태를 대비해 기존 임원진을 유지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에어부산은 지난해 197억 원대의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하면서 146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른바 ‘라임사태’의 상장사 피해 사례로 기록되게 됐다.  

에어부산이 전년 당기순이익(202억 원)에 이르는 금액을 몽땅 쏟아 넣은 것은 지난해 6월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선언이 있던 지난해 9월 보다 3달여 앞선다. 

더불어 에어부산은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에 따른 항공 수요 급감으로 9년 만에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219억 원과 19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지난해 영업 손실금액 총 378억 원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 전환했다.

당기순손실도 총 729억 원을 기록하며 주주배당도 못하게 됐다. 지난 17일 산업은행은 대규모 손실 위기에 닥친 에어부산에 140억 원의 금융지원을 결정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부담’ 가중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HDC현대산업개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여파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주식 가치 대비 4배나 주고 인수해야할 상황에 놓이면서 이 상황을 넘기지 못하면 인수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해 제시한 금액은 2조5000억 원,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와 항공업계 위기가 겹치면서 아시아나항공 주식 가치가 인수 의향을 밝힌 때 보다 절반가량 떨어져 6000억 원대에 머물고 있다. 에어부산은 1400억 원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이 산업은행으로 차입금 납기 연장 요청을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앞서 HDC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를 통한 1조4700억 원을 확보하는 대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차입금 1조1745억 원을 상환하기로 결정한 바 있으나, 기일 연장과 1조원 규모의 신용보강 및 여신지원 까지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납기일은 내달 7일로 당장 코앞이다. 

지난 13일 HDC현대산업개발은 유상증자를 통한 청약금 3207억 원이 납입 완료되면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으나, 이마저도 기존에 계획했던 4000억 원보다 800억 원 부족한 금액으로 상황이 원활하지 못하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정몽규 회장, 인수 불가 상황 대비했나

이에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에어부산 분리 매각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들고 나오지만, HDC현대산업개발의 입장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라는 지적도 있다. 이미 인수 계약에는 에어부산을 포함한 완전체로써의 아시아나항공이 조건으로 되어 있으므로, 밀어붙이거나 포기하거나 선택은 둘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정몽규 HDC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불가능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해 인수 결정 뒤에도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아들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을 포함한 임원진들을 교체하지 않았던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 당장 포기하면 인수금액 2조5000억 원에 대한 계약금 2500억 원 손실에 머물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몰아칠 후폭풍은 예측하기도 힘들 정도의 대규모 손실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예측도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항공업계 불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은 예년에 비해 10% 수준의 항공기만 가동시키고 50%의 인력을 감축 운영하고 있으다. 아울러 에어서울과 에어부산도 국제선, 국내선 할 것 없이 대부분의 항공기가 땅에 발을 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정 회장이 최근 아시아나항공 계열사 임원들과 예정된 면담을 중단했다가 재개하는가 하면, 다가오는 주총에서도 운영진 교체 없이 당분간 현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포기설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아울러 HDC현대산업개발의 요청을 받은 산업은행의 답변에 이목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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