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 의미로 웰빙족이란 ‘보보스족’의 삶에서 더욱 발전하여 몸과 마음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풍요롭고 아름다운 인생을 영위하자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자연 속에서 생명력을 되찾았던 선조의 지혜와 전통에서 빌려온 이 삶의 방식은 보보스족처럼 굳이 비싼 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충분히 맛볼 수 있는 삶이다. 그렇다면 보보스족은 뭘까? 부르주아 보헤미안의 줄임말로 정보화시대의 개화된 엘리트로 보헤미안 또는 히피족의 자유로운 정신 및 문화적 반역성과 부르주아 자본가들의 물질적 야망을 함께 지닌 새로운 문화권력으로 정의된다. 겉으로 볼 때는 부르주아 같은 삶으로 보이지만 라이프스타일은 겉치레를 중시하는 부르주아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이 학자들의 설명이다.이런 보보스의 삶은 더 넓은 의미인 웰빙으로 이어진다.도심의 공해와 현대인의 바쁜 생활로부터 벗어나 몸의 평화를 추구하고 패스트푸드보다는 유기농 야채와 곡식으로 만들어진 신선한 건강식을 섭취한다.

또 몇 만원짜리의 값비싼 레스토랑 식사 대신 가볍게 생식을 즐기고 그 값으로는 향긋한 스파 마사지나 발 마사지를 즐기는 것이다. 매일 저녁 이어졌던 술자리 모임을 피하고 퇴근 후 곧바로 헬스 클럽을 찾거나 요가 센터를 찾아 하루 동안의 스트레스를 말끔히 날려버리는 것 또한 웰빙의 일환이다. 짭짤한 야근 수당이나 상사의 눈에 들 수 있는 기회인 휴일 근무에 대해선 털끝만치의 미련도 없는 웰빙족은 주말이면 자신에 대한 봉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운동에 열심이지만 시간이 부족한 그들을 위해 시내 헬스 클럽들은 24시간 운영 체제를 갖추었고 사무실 주변에는 유기농 식재료만을 사용한 레스토랑이 성행한다. 또 심신의 안정을 위한 운동으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요가 센터는 이제 더 이상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커리어 우먼을 위한 스파도 빼놓을 수 없다. 점심 때와 퇴근 후를 이용해 간단히 받을 수 있는 스파나 마사지는 남성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곳으로 자리 잡아가는 중이다. 또 커피숍 대신 다양한 차를 구비하고 있는 차전문점도 흔히 볼 수 있는 풍경. 유행의 메카로 일컬어지는 압구정동이나 청담동뿐 아니라 샐러리맨들의 중심지로 알려진 여의도, 광화문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이 모습들은 웰빙이 이제 우리의 생활 근처에 다가온 또 하나의 문화임을 알 수 있게 한다.‘초일류’‘1등이 아니면 죽는다’‘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자’ 등 온 몸에 전의를 불타오르게 하는 구호들이 난무하던 때를 기억하는 사람은 ‘웰빙’이 새로운 삶의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는 것을 보고 세상 많이 바뀌었다고 느낄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이제는 먹고 살만해져 개발과 성장보다 삶의 질을 더욱 중요시하는 시대가 왔다는 말이다. 바람직한 일이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편승한 상업주의가 웰빙은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 또는 돈이 필요한 것이라는 이미지를 사람들 마음 속에 심어주고, 유기농 ,아로마, 스파, 요가 등과 같은 단어가 웰빙의 대명사로 인식되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사이비 웰빙족들이 활개쳐 바람직한 새로운 삶의 문화를 변질시키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웰빙하면 고급스럽고,수준이 높아 보이고,돈이 많이 들고,나와는 거리가 먼 상류 사회의 전유물인 것처럼 마음 속에 각인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웰빙은 누구나 모든 사람이 편하게 추구할 수 있는 삶의 방식이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꼭 돈을 많이 들여야 웰빙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웰빙의 근본은 마음이다. 마음이 편해야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돈도 싫고,집도 싫다. 내 속 편한 것이 제일이다’라는 말을 환자분들이 자주 한다. 아무리 물질적으로 풍요로워도 마음 편한 것에는 비할 바 못된다는 말일 것이다. 마음 다스리기가 웰빙의 시작이자 끝이다.

마음이 편하기 위해선 스트레스 관리가 필수적이다. 스트레스 관리가 되지 않으면 비싼 돈 들여 먹는 보약,유기농 건강식품 모두 소용없다. 스트레스란 우리가 적응하여야 할 외부의 자극이나 변화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스트레스 하면 나쁜 것으로만 생각하지만 적당한 자극과 변화는 우리의 삶의 활력소 역할을 하여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지나치거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누적이 되면 심장병,고혈압,당뇨병,우울증, 불면증 등 신체적인 또는 정신적인 질병을 유발한다. 이러한 누적된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적 신체적 어려움은 웰빙으로 나아가는 길에 최대의 복병이 된다.‘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이 있듯,스트레스 관리의 시작은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로부터 시작된다.마음 다스리기에는 운동이 제일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조금씩 조금씩 운동의 재미와 효과를 느낄 때까지 꾸준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잡생각을 억지로 마음에서 몰아내려고 하면 할수록 그 잡생각은 껌처럼 더욱 더 끈질기게 달라붙는다. 잡생각이 마음속에 생기면 그냥 흘러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고 운동을 해주는 것이 제일 좋다. 평일엔 주 2~3회 정도의 빨리 걷기,주말엔 가벼운 산행 정도라도 하도록 노력하자.거절을 잘 하는 것도 스트레스 관리에 필수적이다. 너무 마음이 약해서 다른 사람들이 부탁하는 것을 거절할 줄 모르게 되면 과다한 업무에 시달리고,도와주고 욕먹는 일이 생기게 된다. 자신의 업무영역이나 역량을 정확히 마음속에 파악을 하고 있다가 하기 힘든 것들은 미리 안 된다고 거절할 줄 아는 결단력과 배짱이 필요하다.

물론 상대방에게 기분나쁘지 않게 거절할 수 있는 사교술도 평소에 틈틈이 익혀 놓도록 하자. 착한 사람이 실패를 잘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거절을 요령껏 잘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미련을 두지 말고 빨리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지난 일은 뒤돌아보지 말자. 바꾸기 힘든 어려운 환경은 빨리 체념하고 적응하려고 노력하고,변하지 않는 상대방의 성격이나 태도를 바꾸려고 안달하지 말고 그냥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모든 일을 완벽하게 잘 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웰빙의 기본은 마음 다스리기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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