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다소간에 바람기를 지녔다고 하면, 펄쩍 뛸 사람도 있을테지. 그렇지만 사람은 한 군데 꼼짝않고 있으면 웬만큼 고통스러우며, 어떤 색다른 것에 뛰어들고 싶은 경향을 지니고 있다. 이런 경향을 넓게 잡아서 ‘바람기’ 라고 한다면, 덮어놓고 부정할 일도 아닌 것 같다.본래 사람이란 괴상한 존재로서, 모순된 짓을 예사롭게 한다. 예컨대 사람에게서 습관을 제거한다면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어버릴 참인데, 그 습관마저도 때로는 몹시 언짢게 여겨지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흔히 해오던 행동과는 좀 다른 짓을 해보고 싶어진다. 즉, 습관에 반항하는 행동을 때때로 해보고 싶어진다.

또한 동물에게는 귀소본능(歸巢本能)이란 게 있다. 제 집에 돌아가고 싶어지는 본능인데, 이와는 대조적으로 때로는 케케묵은 제 집을 떠나서 나그네가 되고픈 충동을 누구나 느낀다. 이와 마찬가지 이치로서 아내 이외의 여자가 신선해 보이기도 하고, 남편의 코털에 소름이 끼쳐져서 집을 뛰쳐 나가고 싶어지는 아내도 있는 것이다.심리학에 ‘웨이버의 법칙’ 이란 게 있다. 처음에는 자극의 정도가 강해질수록 감각의 정도도 돋우어지는데,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면 자극을 강화해도 그다지 느끼지 않게 된다는 법칙이다. 부부생활에 있어서도 자꾸자꾸 새로운 자극을 추구해본들, 언젠가는 이 법칙의 한계점에 도달할 것은 뻔하다.

이렇게 생각해볼 때, 바람기라는 심리가 별나게 변태적인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가벼운 바람기라면 심각하게 대처할 게 아니라, 멀쩡하게 돌아올테니 가정의 고마움을 일깨워줄 기회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남성은 밖에서 지내는 기회가 많고 실력도 여성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바람기라면 으레 남성의 전유물인양 여기는 경향이 있으나, 여성도 남편보다 못지않은 바람기를 지녔다고 봐야 한다.더구나 중년 이후의 바람기는 구제하기 어렵다는 말이 있다. 이 무렵에는 마나님은 벌써 갱년기가 돼 있는 경우가 많으니, 남편이 구하는 자극을 마나님에게서는 받기 어렵다.

게다가 남자의 돈과 실력이 그런 기분을 충동질하고, 인생에 대해서는 어떤 체념같은 자신감이 샘솟고 있는 점도 가세하여, 중년이 지난 가정에다 냉랭한 공기를 볼어넣기 쉽다는 것이다.한편 마나님 쪽에서도 이 시기에 돈이나 여유가 있는 신분이라면, 엉뚱한 탈선을 저지르게도 된다. 남녀 쌍방에서 이렇게 빗나간대서야 그 너무도 서글픈 상황이니, 이때야말로 무난한 탈출구를 모색해 가야 한다. ‘웨이버의 법칙’ 을 역(逆)으로 추적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일 수 있을테지.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