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약국에 공적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섰다.
27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약국에 공적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섰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27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약국에 공적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줄을 섰다.

약국 관계자는 시민들에게 “오늘은 공적마스크가 KF80밖에 없다. 정부에서 이제부터 KF80만 준다고 했다. 이제부턴 약국에 KF80만 들어온다”고 말했다.

공적마스크를 구매한 시민 A씨는 “KF94에서 KF80으로 바뀌었는데, 왜 가격은 장당 1500원 그대로 인지 모르겠다. 가격도 낮춰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그럼 만약 공적마스크로 덴탈마스크를 판매한다 했을 때도 1500원씩 받을거냐”고 말했다.

시민 A씨는 KF80 등급의 공적마스크를 구매했다.
시민 A씨는 KF80 등급의 공적마스크를 구매했다.

마스크 대란이 한 달 넘게 지속되는 가운데, 보건용 마스크 등급을 두고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에는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KF94 이상 마스크 착용을 권고했던 정부가 최근에는 생산업체들에게 황사‧미세먼지 방역 수준의 KF80 마스크 생산 확대를 요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마스크 수급상황 브리핑에서 “KF94에서 KF80으로 생산을 전환하면 원자재량은 20% 감소하는 반면, 생산량은 최대 1.5배가 증가한다는 통계가 있다”면서 “공급량을 확대하기 위해 업체에 KF94보다 KF80 생산을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스크 생산현장에서 MB(멜트블로운) 필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라 필터가 덜 들어가는 KF80 마스크로 전환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건당국의 발표가 달갑지만은 않다. 그동안 식약처가 언급해온 보건용 마스크 기준과 이번 조치가 상반돼 혼란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29일 식약처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 예방을 위해선 ‘KF94’, ‘KF99’ 등급의 마스크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발표했다.

식약처는 또 공식 블로그에서도 신종플루와 같은 감염원 예방을 위해서는 ‘KF94 이상 등급의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마스크 대란 해소를 위해 자신들이 정한 기준까지 바꾸는 행동을 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또 실제 구매현장에서 KF80 등급이 공적마스크로 등장하고 있는 모습을 두고 시민들은 “왜 KF80으로 하락시켰나”, “가격은 왜 안 낮추나” 등 의문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