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커다란 고민이 생겼을 때, 인사불성이 될 지경으로 술을 마시거나, 혹은 여자에 빠지는 것으로 울분을 풀려고 한다. 소위 심리학에서 말하는 대상(代償) 행위다.그런데 여자의 경우에는, 아무리 욕구불만이 고조되어도 돌파구가 남자들만큼 많지가 않다. 그런데 그 많지않은 돌파구 중의 하나가 하필이면 먹는다는 행위다.가령 실연을 했다든지 해서 정서가 불안정해진 여성 중에는, 갑자기 식욕이 왕성해져서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는 경우가 적지않은 모양이다.

본인은 의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성적인 욕구 불만이 식욕의 충족으로 대상되는 예라 할 수 있다.남편에게 불만이 있다든지, 혹은 자녀에게 불만이 있다든지, 아니면 그밖의 어떤 요인에 의해서 불만이 생긴 경우도 있을 수 있겠으나, 어떻든 불만이 많은 여자일수록 식욕이 왕성하다.영양 과잉과 운동 부족이 비만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 그늘에는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식욕증진 현상이 숨어있는 수가 많다.특히 스트레스가 많다는 아파트 단지 주부들은, 스트레스 해소법을 강구하는 노릇이 더욱 시급할 것같다.

윗사람에 약한 남자

쾌활하고 당당한 몸가짐이 엘리트답던 청년이 직장의 상사를 만나자 딴 사람처럼 비굴해져서 쩔쩔매는 꼴을 보면, 젊은 아가씨로서는 어리둥절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그러나 비단 젊은이의 세계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집안에서는 ‘전제 군주’ 로서 온가족이 두려워하는 아버지도, 직장의 상사 앞에서는 양손을 맞잡고 굽실거린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 자녀들은 혐오감을 느낄지도 모른다.남자는 엄밀하게 서열이 지어져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하급자는 상급자의 권위와 권력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으므로, 원활하게 지내려면 상급자의 권위와 권력에 승복해야 한다.

그러면서 자기도 언젠가는 그런 권위와 권력을 거머쥐려고 벼르는 것이 ‘남자의 세계’ 다. 그래서 남자는 자기 아내가 자기의 직장에 오는 걸 꺼리는 경향이 있다. 공적인 직장에 사생활 냄새를 끌어들이지 않으려는 뜻도 있겠으나, 그보다도 가장으로서의 자기 위신이 손상될까봐 두려운 것이다.‘서열 사회’ 를 살아가기 위해서 때로는 비굴해야 하는 남자의 모습을, 여자로서는 못본체 해주는 것이 자애로운 마음씨다. 그런 마음씨도 없이 실망했다느니, 환멸을 느꼈다느니 한다면, 남자들은 가엾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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