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미국으로 옮겨 붙었다. 한때 확진자 수 목록에서 중국 다음에 자리했던 우리나라는 어느덧 10위권 언저리로 내려앉았다. 전문가들은 이 감염병이 길게는 내년 겨울까지 갈 수도 있다고 본다. 날이 따뜻해지면 바이러스가 호주와 아프리카 쪽으로 옮겨 갔다가 가을쯤 다시 아시아, 유럽, 북미가 있는 북반구로 돌아온다는 것이다. 

일본은 야심적으로 개최를 준비하던 올림픽을 연기해야 했다. 말이 1년 연기지 내년에 정상적으로 개최한다는 보장도 없다. 프랑스, 독일,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들은 무력하게 국경을 닫아걸고 국민들을 집 안에만 머물게 하는 조치를 취했다. 초강대국 미국은 자신들의 하위 동맹국에 불과하던 한국에 진단키트 등의 의약품 지원을 요청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다시는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은 우리의 일상을 극적으로 바꾸고 있고, 전 세계를 뒤흔들어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감히 시도하지 못했던 재택근무, 화상회의가 일상화될 것이다. 과거의 강대국, 선진국들이 서서히 저물어 가면서 세계의 열강 판도도 재편되어 갈 것이다.

한국은 확실히 다른 나라에 비해 이 감염병에 잘 대처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한국정부에 진단키트와 대처 경험을 요청하고 있고, 외신들은 앞 다퉈 한국정부의 성공과 대통령의 리더십, 의료진의 헌신,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접전이 예상되던 21대 국회의원 선거도 코로나19 발병 전인 1월 초에 예상하던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흐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이 선거운동을 해주는데 당할 방법이 없다.” 지금 야당에서는 이런 탄식이 나온다. 별일이 없었다면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 선거였다.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 정치 일정으로 인해 본격적인 선거 국면이 시작되면 여당이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여권 입장에서는 40% 밑으로 떨어지지 않고 버텨주는 대통령 지지도밖에 믿을 것이 없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모든 것을 바꿨다. 야당의 정권심판, 문재인 탄핵 구호에 여권이 대응할 필요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트뤼도 캐나다 수상과 같은 외국 정상들이 나서서 막아 준다. 문재인 정부에 지극히 비판적인 보수 언론의 비판도 먹히지 않는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전파되는 뉴욕타임즈, BBC, CNN의 한국정부를 극찬하는 뉴스에 맥없이 무너지고 있다.

대통령 지지도는 1년여 만에 50%를 넘겼다. 수도권의 박빙 지역이 여당 후보 쪽으로 우세가 기울고 있고, PK에서도 분위기가 좋아지는 것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이런 여론 흐름은 곧 충청지역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런 추세는 코로나19가 물러나지 않은 한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 판세는 이미 여권으로 기울었다.

‘지장(智將), 덕장(德將)은 운장(運將)을 당해 내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장인가 덕장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겠지만 문 대통령에게 야당 복보다 더 큰 운이 따르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사실 운이라는 것도 준비된 자에게나 효과가 있는 것이다. 집권여당이 자만하지 않고 대운(大運)을 고스란히 나라와 국민들 것으로 돌리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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