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불안하고 겁먹은 모습이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층 더 성숙해진 모습의 국민행동이다. 사재기를 하지 않아서 마트에서는 평상시와 같이 원하는 물건을 평상시 가격으로 구입 가능하다.

사람들과의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마치 약속이나 한 듯 서로가 침묵 속에서도 스스로를 통제하는 모습이다. 위험 속에서도 의료진이 묵묵하게 의술을 펼쳐주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여전히 안정된 가격의 식자재 구입, 저렴한 전기와 수돗물의 사용으로 아직까지는 사회현상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불안한 것은 없는 듯 보인다. 

최근 환율의 급등, 주식의 추락, 금은가격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사라지고 있는 실물 금은과 같이 요동치는 경제지표로 인해 또 다른 불안이 엄습해 오고 있다. 휴업 중인 가게들, 다가오는 월급날이 부담스러운 경영자들, 길어지는 휴교 등등을 아직은 성숙한 모습으로 감내해 내고 있다. 이제는 수출입의 심상치 않은 소식까지 들려온다. 여러 원자재의 수입 제한으로 인해 마스크 사태와 같이 생필품의 공급에도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 인내하며 이겨내고 있던 국민들은 더욱 불안 속에서 허우적거릴지도 모른다.  

외식이 곤란해져 가족을 위해 평상시보다 더 많은 요리를 해야 하는 가정 환경에서 전기까지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국민 체감에서 나올 아우성은 고통이 될 것이다.

아직은 단전 없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전기가 콘센트에서 마구 나와 주어서 감사하다. 수돗물도 단수 없이 펑펑 나와 주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2017년부터 급작스레 등장해 에너지안보를 지켜야 한다며 탈원전 정책을 막아내려고 안간힘을 쓴 소수의 애국자들도 새삼 감사해진다. 힘 없는 소수의 목소리라도 탈원전 속도를 조금이라도 지연시켰기 때문에 불안한 시기에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어도 전기 사용의 자립은 가능하다고 본다. 

이 시기에 충분한 저축 없이 가게대출을 갚으며 월급으로만 생활해야 하는 가정에서는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생존권 박탈로 이어질까 두려워도 굳이 내색하지 않는다. 현실이 되지 않기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바라기 때문이다. 새삼 생존권을 지켜주는 평상시 월급과 수입에 대해 감사해진다. 생존권과 안전권이 모두 확보되는 것이 선진국의 기본요건이다. 생존권 확보를 위해 안전권이 외면되는 후진국, 개발도상국으로 후퇴되어서는 안 된다.

현재 우리는 급작스레 안전권과 생존권 모두가 불안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1950년대 생존권조차 확보가 어려웠던 후진국 대한민국은 국민 모두의 은근과 끈기로 화려한 나라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는 안정적으로 공급되었던 순수 우리만의 에너지원인 원자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원자력발전은 평상시에는 소리 없이 제공해주는 값싼 전기이지만, 위기에서는 생존권을 보장해주는 충분한 적금과도 같다. 아직 우리에게는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제공해 줄 원자력이 있고, 생존에서 가장 중요한 수돗물과 공기가 있다.

흔한 마스크가 순식간에 사라진 사태와 한국산 마스크가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중국에서 역판매되는 사태를 보며 코로나 사태가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순식간의 피해는 코로나사태로 끝내야 하고, 우리의 성숙된 시민의식과 냉철한 판단으로 더 큰 위기를 함께 막아내어 불안감을 떨쳐버린 이전의 평범한 일상을 찾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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