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둔 어느 날 하루아침에 거짓말을 못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 ‘정직한 후보’가 6주 연속 박스오피스 TOP 5 자리를 지키고 있다. KT olleh TV, SK Btv, 네이버 시리즈on 등 주요 IPTV와 플랫폼에서는 인기 순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직한 후보’의 선전에는 선거철이라는 점도 한몫했지만 온갖 술수와 거짓말, 몰염치, 뒤통수치는 역대급 난장판 선거판을 보면서 제목처럼 ‘정직한’ 후보, 정직한 정치를 간절하게 바라는 국민의 마음이 실린 것인지도 모른다.

정치이론가로 유명한 한나 아렌트는 "진실성이 정치적 덕목에 포함된 적이 없었다"고 말한 것처럼 역사 이래 정치에는 단 한 번도 진실이 없었는지도 모른다. 정치는 현재에 없는 창조적 미래, 새로운 비전 제시를 통해 대중의 지지를 끌어 모아야 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정치는 ‘거짓말’이 필수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선거를 불과 20여 일 앞둔 지금 정치권은 한나 아렌트의 거창한 정치와 거짓말 이론을 인용하기조차 부끄러운, 최순실, 조국, n번방 조주빈 수준의 거짓말, 거짓정치가 판을 치고 있다.

언론의 집중적인 비난을 받고서야 14번으로 변경하긴 했지만 “비례대표든 지역구이든 신청한 사실이 없다"던 손학규 바른미래당 전 대표는 민생당 비례대표 2번을 받았다. 손학규 전 대표는 4·3 보궐선거 참패 이후 퇴진론이 불거지자 “추석 때까지 지지율 10%에 이르지 못하면 그만둘 것”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비례대표까지 챙긴 것이다.

“바른미래당 대표로 취임한 이후에 모든 선거에 패배했음에도 책임을 지기는커녕 수 차례의 뻔뻔한 거짓말과 입장 번복을 한 표리부동한 정치인이자 제3당의 위치를 밑바닥까지 추락시킨 장본인”이라는 국민의당의 비난이 틀리지 않다. 

1년여 전 ”(한국당)당을 위해 조용히 떠나겠다“던 서청원 의원은 또 다른 보수당 우리공화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2번을 받았다. 차라리 금배지 집착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던 홍문종 의원(친박신당 2번)이 덜 추해 보일 정도다. 이들도 유권자를 상대로 거짓말로 농간을 부린 집권당과 제1당 대표의 범죄급 사기 행각에 비하면 차라리 애교 수준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비례정당은 국민 투표권을 침해하고 정치를 장난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비난하더니 “의석을 도둑맞게 생겼다”며 위성 정당 참여를 정당화했다. 민주당의 자매정당 더불어시민당 창당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 작품이라는 지적에도 ‘절대 없다’고 손사래를 친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는 공천 확정자를 몇 번이나 뒤집어 친황계를 심어 놓고 "이번 통합당 공천은 계파가 없고, 외압이 없고, 당대표 사천이 없었던 3무(無) 공천을 이뤄 냈다"고 자화자찬한다. 국민의당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최연숙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 간호원 부원장을 비롯해 당선 안정권에 측근들로 채워 놓고도 권은희(비례대표 3번) 의원은 지난달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국민의당 비례대표 순번을 정하는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측근도 측근이지만 1번을 받은 최연숙 후보는 안 대표가 '코로나19' 진료봉사를 했던 대구 계명대 동산병원의 간호부원장이다. 안 대표가 아니면 국민의당 사람 누가 최연숙 후보를 알았을까.  

정의당은 비례대표 후보의 거짓말에 몸살을 앓고 있다. 비례대표 1번 류호정 후보는 ‘대리게임’ 논란부터 시작해 해고자 코스프레 의혹, 퇴직위로금 수령 논란 등 끊임없는 거짓말 의혹을 낳고 있다. 심상정 대표는 조국 전 법무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청문회를 앞둔 (검찰)압수수색은 검찰의 논리로만 한정될 수 없는 명백한 정치행위"라고 조국을 옹호했지만 정의당 총선 후보들은 사과했다.

기존 정당과 당대표 등이 경쟁적으로 거짓말 정치를 일삼고 있다. 정치권에서 거짓이 횡행하는 이유는 유권자들이 ‘내편 거짓’을 상대편의 ‘진실’보다 더 감싸기 때문이다. 거짓 정치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거짓을 거짓이라고, 거짓말 정치인들에게 ‘넌 나쁜 거짓말 정치인이야’라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거짓 정당과 거짓 후보들에게 유권자가 매운 심판의 회초리를 후려칠 때다. 눈물이 쏙 빠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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