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n번방 박사방 운영 조주빈 학보사 동료 인터뷰

조주빈 [사진=황기현 기자]
조주빈 [사진=황기현 기자]

 

[일요서울 | 황기현 기자] 지난 한 주간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큰 화두는 단연 ‘n번방’ 사건이었다. 텔레그램 비밀방 ‘n번방’의 일종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이 검거된 것이다. 이후 이 박사방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 성 착취·강요에 의한 음란 영상 촬영 및 배포는 물론 성폭행까지 이루어졌다는 증언이 나오며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불러 일으켰다. 조주빈은 성범죄 피의자로서는 최초로 신상이 공개됐고,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되던 지난 25일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일요서울은 조주빈의 ‘박사방’ 범행 과정과 수법, 주변인들의 증언 등을 취재했다.

청와대 국민 청원 ‘560만 명’ 돌파…역대 최다 기록도 갈아치워
학보사 편집국장 임기 끝까지 못 채워

‘박사방’과 ‘박사’의 존재는 그동안 여러 언론 보도와 커뮤니티 등을 통해 암암리에 퍼지고 있었다. 조주빈 검거에 앞서서는 ‘박사방’을 흉내낸 모방범들이 체포되기도 했다. 이번 사건의 몸통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조주빈 검거는 지난 16~17일경 이뤄졌다. 당시 경찰은 “텔레그램 박사방 성범죄 유력 피의자 4명을 검거해 조사하고 있다”며 “유력 피의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공범 피의자를 대상으로도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검거 당시 조주빈은 ‘나는 박사가 아니다’라고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사 중 자해를 시도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박사방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여론은 들끓었다. 조주빈의 신상을 공개하고 포토라인에 세워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24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255만 명의 동의를 얻어 역대 최다 청원(기존 ‘자유한국당 해산 요청 청원’ 173만 명)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외에도 ‘가입자 전원의 신상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청원 등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받은 청원만 5개에 달했다. 청원인의 합계는 무려 560만 명 이상이다. 경찰은 지난 24일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조주빈에 대한 신상공개를 결정했다. 곧바로 조주빈의 실명과 나이 등이 공개됐고, 하루 뒤인 25일 오전 8시 서울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는 과정에서 조주빈은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조주빈은 “손석희, 김웅, 윤장현 등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며 “멈출 수 없었던 악마로서의 삶을 멈춰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음란물 유포 혐의와 살인 모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연쇄살인범 등 강력범죄자에 대한 신상공개는 여러 차례 있어 왔지만 형이 확정되지 않은 성범죄 피의자의 신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국민의 알권리, 동종범죄의 재범방지 및 범죄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성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굉장히 컸다는 뜻이다.
조주빈 일당의 범행 수법은 그만큼 잔혹하고 끔찍했다. 조주빈은 트위터에서 일탈계(자신의 신체 사진 등을 촬영해 게시하는 계정)를 운영하는 여성들에게 접근해 경찰 등을 사칭한 뒤 개인정보를 빼냈다. 이후 확보된 개인정보와 일탈계에 게시된 사진을 이용해 여성들을 협박, 사실상 성노예로 만들었다. 조주빈은 또 조건만남이나 스폰(돈을 받고 데이트 후 성관계를 맺는 행위)을 구하는 여성들에게도 접근해 유사한 방식으로 성노예화했다. 조주빈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은 총 74명이며, 그중 16명은 미성년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주빈은 피해 여성들에게 음란한 사진을 촬영하라고 지시하거나, 칼로 몸에 글을 새기는 등 가학적인 행위도 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성기에 애벌레를 넣고, 미성년 여성을 불러내 실제로 성폭행하는 등 범행의 수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경찰은 주범인 조주빈과 공범 외에도 ‘박사방’ 가입자 전원을 추적해 처벌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텔레그램과 디스코드 등 앱을 통해 ‘n번방’, ‘박사방’에 입장한 사람은 적게는 1만여 명에서 많게는 6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주빈은 어쩌다 ‘박사’가 됐나
대학 시절 동료 “위계 질서 강조해”

기자는 조주빈이 재학했던 인천의 한 공업 전문대학교를 졸업한 A씨에게 조주빈의 과거 이야기를 들었다. A씨는 조주빈이 학보사(대학 내 신문) 편집국장일 때 함께 일했던 동료다. A씨는 인터뷰에서 “제 기억 속 조주빈은 지금 사건을 예상할 만큼 이상하거나 소름 돋는 사람은 아니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사람마다 가진 각자의 개성이나 성격에서 크게 엇나가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래서 (이번 사건이) 더욱 소름 돋았던 부분도 있다”고 조주빈의 당시 모습을 전했다. ‘여학우 등에게 성적인 발언을 하지는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는 “외설적인 발언으로 불쾌감을 느낀 여학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대답했다.
조주빈은 대학 시절 ‘n번방’과 유사한 수법의 범행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었던 것으로 A씨는 기억했다. 논란이 된 보육원 봉사활동의 경우에도 대학 재학 시절에 봉사활동을 하긴 했지만 따로 큰 관심을 드러낸 적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독특하게도 조주빈은 평소 관상학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조주빈은) 관상을 보기 좋아해 사람들의 관상에 대해 자주 말해줬다”면서 “전철이나 버스를 탈 때 사람들의 얼굴을 관찰하면서 다니면 재밌다고 했다. 또 자기는 (관상학적으로) 이마가 안 좋아서 항상 가리고 다닌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조주빈을 냉철한 인간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A씨는 “조주빈은 어떻게 보면 차갑고 칼 같은 사람이었다. 새벽에 전화를 해도 통화 연결음이 3번 들리기 전에 받았다”라며 “공부는 굉장히 잘했고, 형이라고 절대 부르지 말라고 했다”고 기억을 되짚었다. 이어 “조주빈과 운동을 하던 중 형이라고 한 번 부른 적이 있다”면서 “그때 불같이 화를 내더라. ‘이렇게까지 혼날 일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조주빈은 학보사 편집국장 임기도 끝까지 채우지 못했다고 한다. A씨는 “조주빈은 학보사 국장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중간에 해임됐다”며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간사와 담당 교수님 간의 마찰로 인한 것이라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담배도 피우지 않았고, 술에 취한 모습도 본 적이 없어서 당시 술, 담배를 하고 주정 부리는 사람보다는 더 정상적으로 봤다”며 “어떤 계기로 그런 범죄를 계획하고 실행했는지 저 또한 궁금하다”고 말을 맺었다. 대학 시절 조주빈은 크게 눈에 띄는 성격의 인물이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박사’라는 끔찍한 범죄자가 된 조주빈. 법조계에서는 조주빈에게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전 국민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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