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 원 청구·연 12% 이자까지… 비정에 비난 봇물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한화손해보험(이하 한화손보)이 아버지를 잃고 고아가 된 초등학생 A군에게 수천만 원 구상권 청구소송을 제기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한화손보는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강성수 한화손보 대표가 직접 사과문을 올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1만여 명이 넘는 국민이 청원 동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은 한화손보 계약 해지를 주장하고 있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각종 커뮤니티와 카페 등에서는 “한화손보, 오늘 계약 해지합니다”, “한화손보 가관이다. 불매운동 한다” 등의 글이 올라오면서 불매운동 조짐도 보이는 상황이다.

사과문 내고 소송 취하… 결국 고개 숙여

국민적 공분 여전해… 불매운동 확산되나

이 사건은 지난 23일 한문철 변호사가 유튜브를 통해 폭로하면서 알려졌다. 이후 다음 날 청와대 국민청원에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소송을 건 보험회사가 어딘지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고 이 글은 25일 기준 16만3000여 명의 청원 동의를 받으며 화제로 떠올랐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 2014년 6월 한화손보 계약자인 자동차 운전자와 A군의 아버지인 오토바이 운전자 사이에서 쌍방과실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사고 과실 비율은 5대5였으나 법적으로는 오토바이 운전자인 A군 아버지가 가해자가 됐다. 이 사고로 A군의 아버지는 사망했고, A군의 어머니는 사고 전 베트남으로 출국해 A군과 연락이 닿지 않았다. 사실상 A군은 고아인 셈이다.

A군의 상대 차량 보험사인 한화손보는 A군 아버지의 사망 보험금 1억5000만 원을 법정 비율에 따라 2015년 10월 A군의 후견인 고모에게 6000만 원을 지급했고 A군 어머니에게는 9000만 원을 지급했다. 다만 A군의 어머니가 연락이 되지 않아 한화손보는 6년째 보험금 9000만 원을 보유하고 있다. 사고 후 5년이 지난 현재 한화손보는 A군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자동차 동승자에게 지급해야 할 합의금 규모가 확정돼 한화손보가 치료비와 합의금으로 동승자에게 지급했던 5300만 원 중 절반 수준인 2700만 원을 A군에게 청구한 것이다.

한화손보는 “당사는 사망보험금을 법정 비율에 따라 2015년 미성년 자녀의 후견인(고모)에게 지급했다. 다만 A군의 아버지가 무면허, 무보험 상태였기에 당시 사고로 부상한 제3의 피해자(차량 동승인)에게 당사는 손해 전부를 우선 배상했다”며 “이미 지급한 보험금 중 오토바이 운전자 과실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 구상금 변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구상권 청구는 일부 상속인이 연락이 되지 않을 경우 연락이 되는 특정인에게 100% 구상하는 것이 관례다. 이런 이유로 한화손보는 연락이 안 되는 A군의 어머니 대신 A군에게 구상권을 청구했다. 문제는 구상권 청구 이후 법원이 A군에게 한화손보가 요구한 금액을 못 갚을 시 다 갚는 날까지 연 12% 이자를 지급하라는 이행권고결정을 내린 것이다.

유튜브 폭로·국민청원 분노
역풍 맞은 한화손보

해당 사태는 유튜브 채널인 ‘한문철TV’에 A군의 큰 아버지가 제보하면서 알려졌다. 한문철 변호사는 “특정 보험사는 후견인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고, 사망자 유족에게 구상권 청구 소송을 걸었다”며 “대상 유족은 초등학생 A군이었다. A군이 이후 돈을 지급하지 못하면 성인이 되면 갚으라며 법정최고이자인 연 12%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변호사는 “보험사 회장님 돈 많으실 텐데 소송 취하했으면 좋겠다. 취소하고 고아에게 장학금을 지급해야 맞다. (한화손배보험) 그룹에서 장학 재단 많이 한다는 사실을 안다”며 “기부는 A군 같은 사람에게 해야 상식적”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지난 2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한 변호사의 영상을 본 것으로 추측되는 청원인이 “고아가 된 초등학생에게 소송을 건 보험회사가 어딘지 밝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렸다. 이 청원인 역시 한화손보가 초등학생에게 소송 건 부분을 지적했다. 청원인은 “사망보험금을 지급할 때는 법대로 6:4 비율로 어머니 몫인 9000만 원은 쥐고 있으면서 구상권 청구는 고아가 된 아이에게 100% 비율로 청구했다”며 “왜 아이에게 청구했을까요? 보험사는 어머니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고 9000만 원은 지급될 일이 없을 것이란 걸 뻔히 알고도 ‘어머니가 와야 준다’며 9000만 원을 쥐고 초등학생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의 비판도 거세졌다. skR***은 “아빠 죽고 베트남 엄마 사라진 불쌍한 고아에게도 수천만 원 손배(손해배상)거는 인정머리 없는 곳은 쳐다도 안 본다”, 플라** “한 변호사가 이슈 안 만들었음 갑자기 부모 잃은 고아 된 어린아이를 빚쟁이로 만들었을 거 아냐?”, 박** “한화 불매” 등의 의견을 남겼다.

소송 취하, 대표 사과문 발표
불매운동 조짐도 보여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지난 25일 강성수 한화손보 대표가 사과문을 발표했다. 강 대표는 “최근 국민청원에 올라온 초등학생에 대한 소송 관련해 국민 여러분과 당사 계약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고개 숙여 깊이 사과드린다”며 “소송이 정당한 법적 절차였다고 하나, 소송에 앞서 소송 당사자의 가정 및 경제적 상황을 미리 당사가 세심하게 살피지 못했고 법적 보호자 등을 찾는 노력이 부족했다. 이러한 점이 확인돼 회사는 소송을 취하했으며 향후에도 해당 미성년 자녀를 상대로 한 구상금 청구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 대표는 “여러분의 질책을 겸허히 수용해 회사 내부 시스템을 정비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 다시 한 번 심려를 끼쳐 드린 점 사과드리며 보다 나은 회사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마무리했다. 그러나 강 대표의 이 같은 사과문에도 국민청원 청원자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사과문 발표 다음 날에도 1만여 명이 국민청원에 동의했다. 현재 N 포털사이트에 한화손해보험을 검색하면 자동으로 ‘한화손해보험 불매’가 생성된다.

특히 맘카페에는 한화손보에 대한 불매운동 확산 조짐이 보이고 있다. 경기 광주의 한 맘카페 회원은 “고아인 초등학생 상대로...저는 불매합니다”라고 글을 올렸다. 수원지역 맘카페 회원도 “악덕 기업 한화 손해보험 영원불매요”라고 글을 작성했다. 누리꾼들은 대형보험사가 고아 초등학생에게 청구 소송을 한 것을 두고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충격을 표현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