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적자전환한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서면서 재무적 부담을 안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요서울]
제주항공이 적자전환한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서면서 재무적 부담을 안은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일요서울]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항공업 분야 입지 확장에 대한 계획이 업계 불황과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적을 만나면서 고전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실적마저 적자를 면치 못한 가운데 이스타항공 인수 후 재무적 정상화를 위한 추가 차입 부담까지 가중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불매 운동 등 지난해부터 이어진 항공업 악재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제주항공의 현금이 소진되면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 위한 자금을 차입해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아울러 항공절벽을 넘지 못한 이스타항공이 본격적인 ‘셧다운’에 들어가면서 인수를 마친 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추가적인 차입이 불가피하게 됐다. 제주항공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7월 일본의 한국수출금지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된 일본불매운동의 여파로 당시 제주항공의 보유 노선 70개 가운데 일본행 22개 노선 일부를 감축 운항하기 시작했고, 이스타항공도 부산과 청주에서 출발하는 일본행 일부 노선을 중단하면서 경영위기에 직면했다.

제주항공 적자전환, 한 달 뒤 이스타항공 인수금액 납입

이런 상황에도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경영난에 처한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695억 원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최근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항공시장 상황을 고려해 이스타홀딩스와 545억 원으로 인수 가격을 조정하고, 앞서 지급한 이행보증금 115억 원을 뺀 430억 원은 오는 4월29일까지 전액 납입하기로 했다.

불황에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 항공사들은 저마다 버티기에 돌입하고 대규모 휴직과 무급 휴가 및 임원 급여까지 반납하는 실정에, 제주항공이 무사히 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예측이 나온다. 

모회사 애경그룹이라는 지원군이 있으나 이번 위기를 넘기기가 수월하지만은 않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384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 늘었으나, 1분기를 제외하고는 영업손실이 이어지며 최종 329억 원의 영업손실과 341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실적 발표 당시 영업손익의 적자전환을 두고 일본불매운동과 홍콩 시위가 요인으로 꼽혔으나, 이후 심화된 코로나19 상황이 반영되는 올해 실적은 더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증권가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애경으로서는 올해까지 이어질 제주항공의 적자를 메꾸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된다. 

이에 더해 이스타항공 인수 자금과 이후 정상화를 위한 추가적인 자금 마련을 두고 코로나19가 진정국면으로 들어선 이후 정부 지원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코로나19의 여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재무적인 압박을 무릅쓰고 멈춰버린 이스타항공 인수를 추진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는 장영신 회장만이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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