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대 주주 ‘친문’ 낙점 받아야 대선주자로 등극

[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에서 굳건한 1위를 지키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그러나 2022년 대선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어떤 변수에도 흔들리지 않고,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강력한 대선후보가 되지 않고서는 대선 레이스를 무사히 완주하기 어렵다. 향후 대선 로드맵을 놓고 고심 중인 이 전 총리는 최근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친문(친문재인)’세력이 양날의 검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친문 세력과의 관계 설정 문제를 놓고 민주당 내 세력이 약한 이 전 총리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오는 4.15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뉴시스]
오는 4.15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뉴시스]

-친문 관계 설정·당 장악 시나리오, “고민 중”
-이재명 맹추격 ‘친문 패권’은 독(毒), 독자 위상 확보 관건

여권에서 차기 대선을 노리는 잠룡들에게 ‘친문’은 양날의 검이다. 친문 세력이 완전히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에서 대통령 자리에까지 오르려면 친문 세력의 지지를 등에 업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친문의 확실한 지원을 받는다면 확고한 대선주자의 입지를 다질 수 있지만 동시에 ‘친문’에만 기대서는 표의 확장성을 키울 수 없다. 특히 ‘친문 패권’에 반감을 갖고 있는 중도층 흡수를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친문 세력의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력과 파워를 가져야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고 범접할 수 없는 대선주자가 될 수 있다. 

고민 깊은 李 “열린우리당 동참 안 한 소수파 한계”

친문 세력이 완전히 이낙연 전 총리를 차기 주자로 낙점한 것인지는 아직 알 수가 없다. 친문 주류 핵심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가족 비리 및 감찰 무마 의혹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드루킹 댓글 조작 공모’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친문 주류 주자들의 앞날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친문 세력은 관망 중인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낙연 전 총리는 강성 친문의 입장에서 봤을 때 ‘친문 순혈’이 아니다. 그는 친문 주류와는 결이 다른 정치 행보를 이어 왔다. 이 전 총리도 당내에서 지지세가 약하다는 한계점에 대한 고민을 드러냈다. 

이 전 총리는 지난 3월19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팬덤’이 형성돼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묻자 “근본적으로는 열린우리당에 동참하지 않은 소수파 출신이란 한계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2002년 대통령 선거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변인이었고 당선됐을 때도 대변인이었다”며 “노 전 대통령의 취임사를 최종 정리한 당사자도 저였지만 그 뒤로 당이 나눠졌을 때 합류하지 않았다”고 술회 했다. 이 전 총리는 “그렇게 갈라진 채로 선거를 치렀는데 제가 남은 그 정당이 궤멸한 일이 있었고 그다음 대선 이후로 합쳐졌다”며 “그런데 들어가서 보니 제가 소수파가 돼 있었다”고 회고했다. 

강성 친문 세력은 ‘친문 순혈’과 ‘비문’을 철저히 구별한다. 그들은 사실상 진보 세력의 장기집권이 아닌 친문 세력의 장기집권을 바란다. 그들의 노선과 조금의 차이라도 보이면 ‘적’으로 규정하고 공격을 퍼붓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쓴소리를 하며 소신 행보를 보였던 금태섭 민주당 의원에게 문자 메시지 폭탄이 쏟아지고 금 의원이 결국 강서구갑 경선에서 친문의 지지를 받은 정치 신인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에게 패해 탈락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 때문에 친문 세력에게는 ‘친문 패권’이라는 비판이 항상 뒤따른다. 그들의 지지에 목마르게 되면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친문 패권’에 휘둘리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강력한 독자적 파워를 가진 대선주자로 올라서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이낙연 친문의 데릴사위, 양정철 꼭두각시”

벌써부터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리가 친문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비판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리와 친문 실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의 권력 서열 문제까지 거론하며 이 전 총리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진보 논객인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지난 9일 이 전 총리가 비례대표 연합정당 참여에 동조하는 입장을 보인 것과 관련 “이 전 총리의 말이 재밌다. ‘비난은 잠시, 책임은 4년’이라고 한다”며 “욕 먹어도 go, 본인의 철학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분 윤리의식도 문제지만 친문한테 묻어가려고만 하는 걸 보니 애초에 대권주자 할 그릇이 못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마냥 총리 하다가 대통령 하러 정치판으로 내려왔으면 자기 ‘메시지’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게 없다. 그냥 무색무미무취. 그러니 이 중요한 상황에서 고작 양정철의 꼭두각시 노릇이나 하는 것”이라고 날 선 비판을 가했다. 
진 전 교수는 “대권후보는 대의를 내걸고 싸워서 쟁취하는 것”이라며 “저만의 메시지를 던져 유권자들의 공감을 얻고, 그걸로 지지자를 스스로 확보해야지 그냥 남의 팬덤에 얹혀 갈 생각이나 하니”라고 거듭 비판했다. 

범여권 비례대표 연합정당에서 배제된 ‘정치개혁연합’의 하승수 집행위원장은 지난 20일 페이스북을 통해 연합정당 협상을 주도한 양정철 원장에 대해 “양 원장이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보다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낙연보다 양정철이 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하 위원장은 “양 원장은 청산해야 할 적폐 중 적폐로 민주당 중진들조차 양정철 눈치를 본다”면 “연합정당이라는 중요한 기획을 말아먹고 민주화운동 원로에 대한 마타도어를 퍼뜨렸다”고 주장했다. 

이에 진중권 전 교수는 “양정철은 개국공신 광흥창팀의 수장, 이낙연은 친문의 데릴사위로 ‘성골 조국’의 낙마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육두품에 불과하다”면서 “당연히 양정철이 권력 서열에서 이낙연의 위에 있을 수밖에”라고 거들었다. 

“친문 어정쩡한 연합과 독자 정치 강화?” 사이

이 전 총리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소신 발언을 쏟아내며 힘있는 대선주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전 총리는 관훈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해 ‘마음에 빚이 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저는 그런 마음 상태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전 총리는 “우리 사회 또는 공정을 지향하는 시민들께 많은 상처를 줬고 당에도 많은 과제를 준 일이었다”고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이 전 총리는 또 양 원장이 전권을 맡아 진행한 연합정당 협상에서 갈등이 표출된 것과 관련 “어제오늘 벌어지는 일 또한 아름답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을 오랫동안 걱정해 주고 도와준 시민사회 원로들에게 서운함을 안겨드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작금에 벌어지는 일들, 협상의 전면에 나서는 분들 사이에 오가는 응수를 보면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인 이 전 총리는 지난 20일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당 회의 체계에 기민성이 없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전 총리가 총선이 끝난 후 친문 세력과의 관계 설정, 당 장악 방안 등에 대해 고민을 끝내고 실행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는 27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당을 장악하고 나서야 비로소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다. 누구나 그런 과정을 거친다고 본다”며 “이 전 총리가 이번 총선에서 종로에서 당선되고 나면 어떤 식으로 당권을 쥘 것인지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친문과 어정쩡한 연합 형식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자신만의 정치, 자신만의 정치적 색깔을 강화하는 쪽으로 갈 것인지, 총선 이후에 이 전 총리가 이런 부분에 대한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본다”며 “그런 것 없이 우리나라에서 대통령이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KBS가 여론조사기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21~23일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낙연 전 총리가 28.0%로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이재명 경기도지사(13.5%)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10.1%)가 2위 자리를 놓고 접전을 벌였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7.2%, 박원순 서울시장 3.0%,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2.6%, 오세훈 전 서울시장 2.1%, 유승민 통합당 의원 1.8%, 심상정 정의당 대표 1.0%, 나경원 통합당 의원 0.9%, 김부겸 민주당 의원 0.7%, 정세균 총리 0.2% 순이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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