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택 법인으로 전환…정부 허점 이용해 ‘꼼수’ 기승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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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부동산 시장에 ‘법인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법인이 개인에게 매수한 주택은 4만여 호에 달했고, 새로 창업한 부동산 기업 수는 전년에 비해 44% 급증했다. 또 지난해 법인이 개인에게 매수한 주택 물량은 4만 호를 넘어섰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초점이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 강화에 집중되자 세금 회피를 위한 꼼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다주택 보유자가 법인을 설립해 집을 매수할 경우 부동산세 절반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부동산 과세 시스템 허점을 이용한 것이다. 이에 정부도 법인 투자가 부동산 집값 상승의 배경이라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법인 개인 소유 주택 매수, 판매 넘어서…‘사상 처음’

“집만 사고파는 목적인 페이퍼컴퍼니 상당수 있을 것”

지난 2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이 개인에게 매수한 주택은 3만8959호로 나타났다. 반대로 개인이 법인에게 매수한 주택은 3만1527호로 7432호 적은 것에 그쳤다. 사상 처음으로 법인 개인 소유 주택 매수가 판매를 넘어선 것으로 이러한 추세를 반영하듯 법인 수도 급증했다. 지난해 창업한 부동산 기업은 1만4754개로 전년에 비해 44% 증가한 것이다. 이는 개인이 1년 내 부동산을 내놓을 경우 50%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이때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있는 집을 양도하게 되면 최대 20%포인트까지 부담한다. 하지만 법인의 경우 같은 조건에서 세율 10~25%에 10%포인트가 중과된다.

‘풍선 효과’ 주요 원인
“법인 매수 증가 전망”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에 따르면 개인이 12억 주택(지난해 공시 기준) 2채를 보유했을 경우 보유세는 약 1909만 원이었다. 반면 같은 주택을 개인과 법인 명의로 각각 1채씩 소유하면 보유세는 978만 원으로 1000여만 원의 과세를 피할 수 있다. 이에 우 팀장은 “최근 설립된 부동산 법인 상당수가 조세 중과를 우회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단순히 집만 사고파는 목적인 페이퍼컴퍼니도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이후 경기 수원과 용인 일대를 중심으로 나타났던 ‘풍선 효과’의 주요 원인도 법인의 개인주택 매수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토교통부 설명에 따르면 지난 1월 수원시에서 법인이 개인에게 매수한 주택은 284호로, 판매한 주택보다 175호나 많았다. 용인시의 경우도 같은 기간 법인이 매수한 개인 주택이 141호로 매도한 양보다 2배 많았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금리인하 기대감이 높아지면 법인의 주택 거래가 계속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부 “집값 상승 부추겨”
규제 강화·투기 수요 차단

이에 정부도 법인의 주택 매수가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 판단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원시 영통구는 지난해 1~4월 대비 지난해 10월~올해 1월 법인의 개인 주택 매수가 9.7배나 증가했다. 수원시 영통구뿐만 아니라 규제 조정대상지역 신규 지역인 수원시 권선·장안, 안양시 동안, 경기 의왕시의 집값은 통상적인 시기에 비해 최근 집값 상승 과정에서 지방 외지인 및 법인 매수가 증가했다. 의왕시의 경우 통상적인 시기인 2019년 1월부터 4월까지에 비해 집값 상승 시기였던 2019년 10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최대 6.5배가 증가하는 등 집값 상승과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 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규제지역 지정을 통해 보다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고 투기 수요를 철저히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조정대상지역에 대해서는 향후 시장 상황을 집중 모니터링하고, 과열이 지속될 경우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추가적인 대응방안을 강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비규제지역도 면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과열 우려 시 규제지역으로 지정한다”며 “지정 전이라도 관계기관 합동조사를 통해 투기 수요를 철저히 차단해 실수요자 중심으로 주택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의 주택 매수 증가 현상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분석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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