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강민정 기자] 오는 21대 총선 출마 대진표의 윤곽이 드러났다. 여야 모두 ‘총선’이라는 전쟁터에 장수들을 전진배치했다. 이번 총선 대진표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자객 공천이다. 먹이를 노리는 맹수처럼, 목표물을 정한 뒤 그를 쓰러뜨릴 수 있는 ‘자객’을 보낸 것이다. 서울 광진을(고민정vs오세훈), 강서을(진성준vs김태우), 동작을(이수진vs나경원), 구로을(윤건영vs김용태)과 충북 청주흥덕(도종환vs정우택), 대구 수성갑(김부겸vs주호영) 등이 거론된다. 후보자 간 치열함이 돋보이는 선거 격전지로 일요서울이 들어가 봤다.

-고민정·이수진, 野 중진 꺾으면 정치적 무게감 ↑…윤건영 “이겨야 본전”
-통합당 ‘개혁 공천’ 주객전도 양상…당선 가능성·지역 연고 고려 안 해

오는 4.15총선까지 2주 가량의 시간을 남겨둔 가운데, 여야가 ‘자객’을 보낸 선거구에서 누가 살아남을지 많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대개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두고 ‘자객 공천’을 할 경우, 인물과 구도가 살아난다. 

일종의 ‘코드’에 맞춰 공천을 확정했기 때문에 후보자 간 대결 구도에 눈길이 가게 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가 대결을 하는지’ 즉, 인물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지역구의 화제성이 커지는 건 덤이다. ‘큰 판’이 벌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자객’이라는 매서운 단어가 붙은 만큼, 살아남은 단 한 명만이 승리를 독식할 수 있다.

[광진을] 고민정, 오세훈 발 묶을 ‘밧줄’

오세훈 미래통합당 후보는 당초 이곳의 ‘도전자’였다. 당시 오 후보의 상대는 이곳에서 내리 5선을 지낸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하지만 추 의원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돼 내각으로 옮기면서 ‘추미애 대항마’였던 오 후보는 ‘도전자’를 받는 입장이 돼 버렸다. 

마침내 고민정 전 청와대 대변인이 총선에 등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고 전 대변인을 광진에 전략 공천하면서 ‘고민정vs오세훈’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오 후보는 보수 잠룡으로 꼽히는 사람이다. 반면 고 전 대변인은 첫 총선에 나서는 정치 신인이지만 ‘대통령의 입’으로 대중 인지도가 높아 오 후보가 방심할 수 없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알앤써치가 지난 3월26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광진을에서 고 전 대변인은 44.3%, 오 후보가 43.9%의 지지도를 기록해 박빙 승부를 예고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고 전 대변인이 이곳에 나서면서 오 후보의 활동 폭이 좁아지게 됐다고 바라봤다. 통합당 내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는 오 후보보다 체급이 낮은 인물이 공천될 경우, 그가 다른 지역의 유세를 돕는 등 활동 영역이 확대될 수 있었단 의미다. 아울러 일찌감치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지역민과 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 주력한 것도 그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청와대 대변인으로 언론과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고 전 대변인이 이곳에 오면서 오 후보의 발을 묶는 효과가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구로을] 親文 對 反文…통합당 공천 실수?

구로을의 경우 통합당은 윤건영 민주당 후보가 공천을 확정 받기 전부터 자객을 보냈다. 바로 양천을 현역인 김용태 의원이다. 윤 후보를 잡기 위해 지역구를 옮겨 출마한 것이다.

이곳 역시 내각으로 이동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3선을 지낸 곳으로 민주당세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따라서 윤 후보에게는 이곳의 ‘필승’이 더욱 요구된다.

이곳에서 승리할 경우엔 ‘어차피 민주당 세가 강한 곳’이기 때문에 본전을 찾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냈고 ‘문재인의 남자’, ‘文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그가 만약 패배할 경우 국정 심판론 여론이 형성되는 데 단초를 제공할 위험이 뒤따른다. 민주당에게는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곳이다.

다만 김 후보는 현역이기는 하나 지역구를 옮긴 바람에 구로을 지역 기반이 약하다. 현재 두 사람 간 격차는 18.1%p(윤건영 48.3%vs김용태 30.2%)로 상당히 벌어져 있다.

엄 소장은 “이번 선거에서 정권 심판론이 큰 효과를 미치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데 (통합당이) 정권 심판론을 주장하다 보니 여론에서 전반적으로 밀리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당 지역에 연고가 없는 이들이 ‘자객 공천’을 명목으로 이동한 것에 대해 그는 “김용태 후보는 양천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후보인데 구로을로 지역구를 옮겼다”며 “(통합당이) 당선 가능성이나 지역 연고를 따지지 않고 정치공학적인 공천을 한 것 같다”라고 비판했다.

엄 소장은 통합당이 개혁 공천에만 매몰된 양상을 보였다고 진단했다. 당내에서 상징성을 지닌 인물을 교체해 개혁 공천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그 외의 지역은 당선 가능성을 중심으로 공천하는 전략을 세웠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개혁 공천’ 그 자체가 목적이 돼 버려 당선 가능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공천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는 진단이다. 

[동작을] 與野 1대1 매치…통합당 ‘고전’

전략 공천된 이수진 민주당 후보는 이곳 현역인 나경원 통합당 의원을 노린다. 두 사람은 ‘판사 출신 법조인’이라는 전력까지 겹쳐 많은 이슈를 불러 모았다. 현재 지지도는 이 후보가 나 의원을 앞서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후보는 50.4%, 나 의원은 38.6%를 획득해 두 사람 간 격차는 11.8%p 벌어졌다. 정치 신인이 현역 의원을 추월한 판세다.

이에 관해서 동작을 역시 민주당 세가 강한 곳이지만, 이전까지는 삼자구도 또는 사자구도가 만들어져 표가 많이 분산됐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나 의원은 2014년 7월30일 재보궐 선거에서 동작을에 입성했다. 이후 2016년 20대 총선에서 43.4%의 득표율로 당선돼 동작을 재선을 달성했다. 

일례로 20대 총선의 경우 이곳은 민주당, 국민의당, 민중연합당, 새누리당 네 정당에서 지역구 후보를 냈다. 민주당, 국민의당, 민중연합당은 범진보 계열로, 이에 따라 진보 진영 내 표가 나뉘었다는 해석이다.

엄 소장은 “21대 총선은 여야가 1대1로 붙는 구조여서 수도권 전반에서 통합당 후보들이 고전하는 것”이라며 “지난 총선의 경우 범진보 후보들이 많이 출마해 새누리당(現 미래통합당)이 구도상의 이점을 누렸다면, 이번 선거는 이것이 사라져 통합당에게 유리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알앤써치가 매일경제·MBN의 의뢰로 지난 3월23일부터 25일까지 각 지역구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동작을 524명·응답률 4.5%, 광진을 522명·응답률 5.4%, 구로을 509명·응답률 5.9%)를 대상으로 실시해 3월26일 발표한 결과다.

이는 유·무선 혼합 자동응답 전화 조사 방식으로 치러졌다. 유선은 성별·연령별·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무선은 통신 3사가 제공한 가상번호 방식으로 표본을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