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에너지정책학과 교수

정유산업에서는 원유를 정제해 공장, 자동차, 가정 등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휘발유, 경유, LPG 등의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1962년 출범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성공적인 추진에 필요한 석유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정부 주도하에 기간산업으로 성장해 왔다.

우리나라의 석유정제능력은 1993년 1,675천b/d에서 2018년 3,346천b/d로 2배 정도 성장하는 등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다. 2018년에는 일본을 앞지르고 세계 5위의 석유정제능력을 갖춘 국가로 등극했다.

국내에서는 석유가 거의 생산되지 않고 원거리 수송비로 인해 원유 도입 비용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석유제품 수출액 및 순수출액은 사우디아라비아보다도 많아 세계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정유산업의 산출액은 주요 국가 기간산업인 석유화학산업, 반도체산업, 조선산업, 철강산업, 자동차산업보다 많다. 정유산업의 부가가치액은 석유화학‧조선‧철강 산업, 수출액은 조선‧철강‧자동차 산업을 상회한다. 그야말로 정유산업은 그 어떤 산업보다도 중요한 우리나라의 중요한 기간산업임에 틀림없다.

우리나라 정유업계는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4개의 정유사가 이끌고 있다. 2010년대 초반까지 매출액 상위 10대 기업에 정유사 3개가 포함되었지만, 2018년에는 하나의 정유사만 포함되었다.

매출액 순위를 25위까지로 확대하면 4개 정유사가 모두 포함되기는 하지만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정유사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해외로 눈을 돌려 세계 석유회사 매출액 순위(2017년)를 20위까지 살펴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각각 15위 및 18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기준으로 이들 20개 석유회사를 살펴보면 국내 두 정유사는 19위 및 20위를 차지해 매출액에 비해 영업이익의 순위가 더 낮다.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세계 40대 기업에도 10개의 석유회사가 포함되어 있지만 우리 기업은 없다.

즉 국내 정유사는 매출액 순위만큼의 실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국내 정유사의 총 매출 중 정제부문 의존도가 높아 정제마진 수준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변동되는 취약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산업과 일본의 정유산업을 비교해 보면 생산유발 효과가 각각 1.26 및 1.61이고, 부가가치 유발 효과는 0.15 및 0.37로 우리 정유산업이 타 산업의 생산 및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정도가 일본보다 낮은 편이다. 우리의 경쟁력이 일본보다 우수한 것 같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일본보다 돈도 덜 벌고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정도도 더 낮은 것이다.

이렇게 된 이유를 규명해야 우리 정유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정유 4사의 원가 절감노력, 산업경쟁력 확보, 정유 4사간 치열한 경쟁 등으로 정유사의 휘발유 및 경유 출고가격은 일본보다 크게 낮다.

그런데 소비자 가격은 별 차이가 나질 않는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의 세금이 일본보다 매우 높기 때문이다. 즉 정유산업의 경쟁력이 소비자의 편익 또는 타 산업의 생산 증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세금으로 귀속되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하는 합리적 의심을 가질 수 있다.

선진국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석유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상회해도 에너지 세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 미만인 반면, 우리는 소비 비중이 15%를 넘지 않는 석유제품 세제 비중이 90% 수준으로, 석유제품에만 다소 징벌적 과세를 하고 있다. 석유는 수입 단계에서도 관세 및 수입부과금이 매겨진다. 따라서 석유에 대한 과세를 한시적으로라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석유로부터 많은 세금을 징수하고 있지만 석유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고 있으므로, 정부는 석유화학 신소재 개발 등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R&D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걸프협력회의(GCC) 6개 산유국과의 자유무역협정 재개, 한국-러시아 자유무역협정 추진, 원료투입용 B-C유 제품수입관세 폐지 등 자유무역협정 체결 및 정책 전환을 통해 국내 정유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해야 한다. 남방경제협력 등을 활용한 원유도입, 수출지역 다변화 지원도 추진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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